[교육장 편지] 포스트 코로나, 행정은 낮게 학교는 평등하게 선생님은 높게
[교육장 편지] 포스트 코로나, 행정은 낮게 학교는 평등하게 선생님은 높게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0.05.06 12: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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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호규 서울북부교육장
조호규 서울북부교육장

조호규 서울북부교육장

지난 10년간 우리 서울교육은 여러 좋은 정책과 그 목표들을 제시해왔고 실행하고 있다. 나아가 금년에는 한 단계 도약을 위한「혁신교육 2.0시대」의 기치를 드높이고 있지만, 그간의 정책성과에 대해서 다른 의견들이 있는 것 같고, 심지어 현장이 성공적 경험에 고무되어 한번 해보자고 결의를 드높이는 분위기 또한 아닌 것 같다.

정책 성과에 대한 정밀한 분석․판단과는 별개로 우리는 현장 흡수력이 높은 정책 전파에서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점이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코로나 19 사태가 닥치지 않았더라도 이 지점들을 살피고 정책 추진 전략과 행동(정)을 다양한 방법으로 점검해 봐야 함을 환기해야 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코로나 19 상황을 겪게 되었으니 이런 정책 추진 전략에 대한 논의는 그야말로 사치스러운 것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전화위복의 기회가 우리에게 왔다고 할까. 이번 코로나 19의 경험으로 인해 특히 정책을 다루는 담당자들은 학교 현장의 역량에 대한 판단을 새롭게 하고 이에 따라 조희연 초기의 정책 추진 전략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좋은 기회를 갖게 되는 것 같아 다행스럽다.

다시 말해 코로나 19를 겪으면서 현장의 역량이 결코 약하지 않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솔직히 학교에 교사 역량이 발휘될 수 있도록 하는 기초적인 인프라를 구축해 주면 콘텐츠를 채워내는 것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확신’이라는 수확을 얻게 되었다.

따라서 이번 코로나 19 상황은 학교 자율성과 자치체제를 과감하게 고양하도록 하는 주요한 계기가 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지금 이런‘사실의 확신’때문에 현장 교사(학교)에 대한 신뢰, 자존감 고양, 주체적 의지 존중, 자기 결정권 존중, 학교 민주주의, 토론 및 집단지성 등 조희연 체제 1기 정책 추진 전략의 가치를 상기하게 되었다.

우리는 성과주의, 결과주의, 규정과 절차 중시, 질서와 안정을 위한 관리, 감독과 통제 위주, 합리성과 능률 중시, 지시(침) 중심의 사업 추진 방식에서 인간 중시, 과정 중시, 상호 작용 중시, 구성중심의 학교 구성원 주체론․공동체론 전략으로의 이행을 다시 한번 확인할 기회를 잡은 것이다.

전자의‘실증주의적, 테일러주의적 조직 관리’전략은 학교 구성원을 대상화, 기능화하여 학교 교육활동의 주체로 세우지 못하고 구성원은 소외와 속박을 겪게 되었다.

그리하여 구성원 개개인의 에너지를 끌어 올리지 못하고 주인의식과 동기부여를 끌어내지 못했기에 지식인으로 구성된 학교 조직 운영을 이끌 적절한 전략이 아닌 것이다.

후자의 ‘인간중심적, 공동체적 조직 관리 전략’은 동료 관계, 공유된 목적, 협력의 기회, 상호지원과 상호 의무 등을 중시함에 따라 구성원 개인의 잠재능력이 올라오고, 학습 환경이 조성되며, 변화과제에 대한 사회적 의미 부여가 되면서, 동기가 강화되어 변화를 위한 노력과 여건이 결집․조성될 수 있다.

우리의 정책 생산과 추진을 시장에 비유하자면‘아무리 좋은 상품도 안 팔리면 어디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소비자 기호에 맞는 맞춤형 제품이 출하되지 않았든지, 아니면 판매, 홍보, 소비 전략이 형편없든지 뭐 그런 것이라고 볼 수 있다.’우리 교육청 정책 생산과 추진에서 이와 유사한 지점에 관련이 없는지 살펴볼 때다.

후자의 관점과 전략을 무한히 확장․심화하면 우리 교육의 혁신이 이루어지지 않겠는가라는 확신을 나는 갖고 있다. 나는 이런 후자의 관점과 전략을 학교 구성원을 위한 심리․정서적 인프라(Infra) 전략이라고 이름 붙이고 있다.

회사에 비유하자면 소비자들이 자사 제품을 많이 소비하도록 그들의 욕구를 자극하는 전략을 강화하는 것과 맥락이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교육(지원)청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고, 우리 사무관, 주무관, 장학사(관)들이 교육(지원)청(학교)에서 왜 일하고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대한 이해를 가짐은 물론 성찰의 결과를 공유하기에 게을러서는 안 된다.

우리들은 교육(행정) 활동의 기준이 되고, 하루하루의 교육(지원)청 생활을 인도하며, 교육청이 달성하길 바라는 것을 담고 있는 목표(Vision)와 사명(Mission)을 함께 만들어 가져야 한다. 이는 학교 교육활동을 이끄는 나침반이 되고 지렛대가 되기 때문이다.

‘목표’와‘사명’은 우리 교육(지원)청(학교) 또는 교육이 추구하는 핵심 가치와 연결되어 있는데, 미래 핵심 역량과도 관련이 있고 교육의 본질과도 관련이 있으며, 현재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실용성과도 관련이 있다.

학교에 학교 교훈과 학교장 경영관, 학교 목표(Vision)들이 있듯이 교육청에도 교육청의 지향점과 청사진을 말하는 비전과 이의 실천 전략들이 있다.‘학교 교훈은 뭐고, 학교장 경영관은 무엇이며, 학교 비전은 무엇인가?’와 같이 교육(지원)청도 지향하는 가치와 의미를 담고 있는 비전과 전략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이는 우리 교육(행정)활동의 당위, 일정한 방향성과 실천적 방략을 제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들은 학교 교육 혁신의 시대적 흐름에 맞는 목표(Vision)와 사명(Mission)을 구현하기 위해 늘 견지해야 할 몇 가지 전략적 지향점을 분명히 공유해야 한다.

특히 코로나 19 이후 교육청의 새로운 정책 추진 전략을 짜야 하는 시점에서 꼭 필요한 전략은 아래와 같다.

첫째, 교원 등 학교 구성원을 주체로 세우자! 그들을 업무 처리(행정) 대상으로 보지 말고 주인으로 만들어야 한다!

어떤 정책이나 업무도 학교의 구성원이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은 명약관화하다. 따라서 그들이 주인의식과 책임감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즉, 자존감과 자기 효능감을 고양하는 사업 방식으로 임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모든 업무를 추진 할 때 학교 구성원을 주체로 세워 그들이 하고 싶어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들의 열정을 일으킬 방식에 대해 고민하고 나누어야 한다.

둘째, 행정을 함에 있어서 매사를 학교의 입장에서 판단하고 실행하자!

나의 존재는 학교가 있기 때문에 의미 있고 필요한 것이다.「UBUNTU 정신」이 중요하다.“네가 있으므로 내가 존재한다.「I am, because you are」”우리의 존재 가치는 학교가 성공적 교육활동을 할 때 그 의미가 더 돋보인다.

학교 구성원이 낭비적으로 불필요하게 힘들거나 학교의 교육력이 떨어지면 이는 우리의 존재 가치에 경고음을 울리는 것이 아닐까? 학교의 입장에 서서 생각하고 노력해야 한다.

셋째, 내부 및 학교 대상의 업무를 처리함에 있어서 과정의 민주성을 구현하도록 하자!

그래서 에너지를 끓어 올려야 한다! 아무리 훌륭한 정책과 업무 처리 솜씨도 일방적인 내리매김으로써는 조직의 에너지를 끌어내기 어렵다. 힘들더라도 학교 현장과 교육청 내부 구성원과 진지하게 열심히 토론하면서 일을 하도록 해야 한다. 민주성이 때로는 비효율적일 수는 있으나 효과성의 첩경이다. 서두르지 말자! 믿고 기다리자!

넷째, 업무 추진에서 과감한 업무 혁신을 하자!

학교에 좋은 정책이 많이 내려간다고 해서 학교가 발전하고 구성원들이 행복한 것은 아니다. 조직의 집단지성을 발휘하여 충분히 논의하여 없앨 것은 과감하게 없애고 교육청 내부에서 바꾸고 고칠 것은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 불필요하거나 비효율적인 것은 발굴하여 과감하게 개선해야 한다. 공문과 계획은 간단 명료할수록 좋다.

몇 십쪽의 계획은 학교에서 환영 받지 못한다. 온갖 세세한 지침성 내용은 과감하게 줄여야 한다. 그리하여 우리 학교가 자유롭게 판단․운영, 성장․발전하도록 밀어줘야 한다.

우리는 사람을 정성스럽게 대하되, 구체적인 일을 너무 세밀하게, 정성스럽게 하여 학교를 힘들게 하지 않아야 한다. 법령에는 어긋나지 않으면서 대강화하여 학교의 여지와 자율성을 높여 줘야 한다.

학교 구성원의 역량을 높여주고 진정으로 학교현장 구성원을 위한 교육(지원)청이다 라고 느낄 수 있도록 힘을 확실하게 모아 지속적․반복적으로 다져나가야 우리 교육이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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