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현 칼럼] 등교개학을 기다리며…겨울잠, 그리고 학교
[박정현 칼럼] 등교개학을 기다리며…겨울잠, 그리고 학교
  • 전은지 기자
  • 승인 2020.04.22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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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정현 한국교육정책연구소 부소장(現 만수북중 교사)
박정현 인천만수북중 교사
박정현 인천만수북중 교사

경칩과 식목일은 생태계 시간으로 보면 이른 감이 있다. 본격적으로 식물이 움트고 겨울잠에서 동물이 잠에서 깨어나는 시기는 4월 중순 이맘때이다. 그런데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생태계의 시계와는 반대로 많은 것들이 겨울잠으로 들어가고 있다. 경제 활동이 위축됨에 따라 각종 경제지표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 4월 21일, 원유의 경우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가격을 기록했다.

쉽게 말해 원유를 받으면 돈을 얹어주는 상황이 된 것이다. 세계의 공장들이 멈추고 기름의 소비가 이루어지지 않게 되다 보니 생산된 원유가 과잉 공급되고 가격이 하락되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실업률은 이와 반비례로 증가하고 있으며, 긴급 재정 투입으로 물가의 상승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다른 분야에도 우울한 지표는 이어지고 있다. 봄의 시작과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스포츠 역시 위축되어 있다. 미국의 스포츠 전문채널인 ESPN의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스포츠 행사 가운데 47%가 이미 취소되었으며, 나머지 행사의 개최도 불투명한 상태라고 한다. 이미 천문학적인 경제적 손실과 함께 스포츠 팬들이 느끼는 실망감은 산술적으로 판단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의 경우 5월 5일 무관중 방식이지만 프로야구가 개막되기는 하지만 아직 봄이 찾아오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동면(冬眠, hibernation)은 ‘비교적 먹이가 없는 겨울에, 동물이 활동을 중단하고 땅속 따위에서 겨울을 보내는 일’로 정의된다. 동물뿐 아니라 식물도 혹독한 계절을 이겨내기 위해 잎을 떨어내고 앙상한 가지만 남긴다. 동면은 생존하기 위한 수단인 것이다. 외부의 위협적 요소에 살아남기 위해 회복 에너지를 모으는 시기이다. 동면의 기간 동안 다시 활동할 수 있는 힘을 축적한다.

우리 교육 역시 마찬가지이다. 지금까지 없었던 일들로 학교 역시 혹독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온라인 수업과 함께 학사일정의 재편, 방역과 감염병에 대한 대응 등 새로운 일들이 현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전에는 없던 낯선 일들에서 오는 피로감이 큰 학교 역시 매서운 겨울을 나고 있다. 아이들이 없는 학교는 적막한 겨울과 다를 바가 없다.

학교 역시 지금의 기간 동안 회복 에너지를 쌓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동면처럼 잠자고 멈춰있는 시기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그 어느 때보다 학생들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선생님들의 노력이 있음을 지금 이 순간에도 직접 확인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촉발되긴 했지만 우리 교육의 방향과 어떤 역량이 필요한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점인 것만은 분명하다.

우리가 막연한 미래의 모습으로만 생각했던 일들을 미리 경험하며 시스템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 것인지, 교육과정의 구성과 수업 운영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등에 대해 직접 대응해가며 그 길을 찾고 있다. 우리 교육의 가능성과 희망을 생각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시점이다.

많은 선생님들께서 새로운 방향으로 수업을 디자인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아이들과의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자발적으로 자료를 재구성하고 새로운 플랫폼에 맞춰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교육 당국 역시 그동안의 관성에서 벗어나 불필요한 부분을 걷어내고 현장 지원에 애쓰고 있다. 역설적으로 혹독한 겨울의 시기가 본질적인 교육의 방향에 대해 성찰할 수 있게 하는 기회가 되고 있다.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부총리님의 약속은 코로나가 지난 후에도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 그간 형식적이고 불필요한 행정 편의적인 부분들을 덜어내도 학교는 여전히 건강히 유지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동면을 마치고 다시 깨어나는 동물들이 전보다 성장한 모습으로 봄을 맞이하듯이 우리 교육 역시 충분한 회복 에너지를 갖추고 학교의 봄을 맞이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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