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광재 칼럼] 온라인 개학 앞둔 어느 담임교사의 편지
[장광재 칼럼] 온라인 개학 앞둔 어느 담임교사의 편지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0.04.12 21: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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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광재 광주 숭덕고 교사

장광재 광주 숭덕고 교사

개학연기 벌써 7주째 접어듭니다. 어제부터 내린 비로 만개 했던 벚꽃도 떨어지고, 인터넷 뉴스 사진 속 유채꽃만 샛노랗게 물들어 가고 있습니다.

긴 터널처럼 끝도 없이 이어질 것만 같았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50명 이하로 안정되고 있어 등교 개학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제외한 세계 어느 나라도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지 않은 탓에 아직은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이 종료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여전히 등교개학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의견이 우세합니다.

원격수업이 16일부터 시작됩니다. 이미 중3과 고3은 지난 4월 9일부터 온라인 개학을 개시하여 원격수업으로 수업일수를 채우고 있습니다.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코로나19 사태는 교육에도 거센 변화의 바람이 몰아쳤습니다.

그동안 여러가지 이유로 도입 되지 않았던 원격 수업이 교육현장에 전면 도입되어 제도적으로 수업일수를 대처할 수 있게 되었고, 교사에 따라서는 본인의 수업을 동영상으로 촬영하여 수업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는 사회 전반에 뿐 아니라 교육에도 변화를 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와 함께 우리 1,2학년 역시 16일부터 원격수업이 시작됩니다.

부모님의 걱정이 교사의 걱정입니다. 원격수업이 시작되면 부모님들은 여러가지 걱정이 되실 것입니다. 수업을 어떻게 하루종일 듣고 있지? 현실 수업에 비해 아이들의 학습 효과가 떨어지지는 않은지… 출석은 어떻게 체크하고, 과제는 꼭 해야 하는지… 원격 수업 내용에서 지필평가가 출제될 수 있는지… 아이들이 듣기 싫어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등.

부모님이 하실 수 있는 모든 걱정과 고민 또한 우리 교사들도 이미 하고 있었고, 대책도 고민하였습니다. 우리도 교사 이전에 학부모이고, 우리 자녀들도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지금은 평상시와 비교할 수 없는 위급하고 특별한 상황이기 때문에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그 어려움들을 하나씩 해결해 가면서 현재 상황을 넘기고자 하는 생각 뿐입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탓’만 하고 있기에는 주어진 시간이 너무 촉박하기 때문입니다.

죄송하지만 부모님께서 조금만 더 신경 써 주시기 부탁드립니다. 차라리 제 눈에 보이고, 교실에서 아이들과 만나고 있다면 이런 저런 잔소리도 하고 상담도 하면서 고등학교에 빨리 적응하도록 해 보겠습니다. 그런데 고작 온라인 상에서 아이들을 만나고 있으니…

다행이 우리반 아이들은 ZOOM을 통해서 얼굴이라도 한번씩 보았고, 짧은 시간이나마 카메라 너머 모습도 확인하였습니다.

그런데 죄송하지만 원격수업이 시작되면 누구보다 부모님의 관심이 가장 중요합니다. 아이들이 늦잠을 자고 아침에 조회를 하지 않으면 출결에 영향을 받습니다. 원격수업이라고 해서 우습게 봤다간 큰일입니다.

등교 수업과 똑같은 수업이고, 정확하게 출결을 체크하기 때문에 부모님께서 아이들에게 경각심을 심어 주셔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들도 나태하지 않고 출결로 인해 불이익을 받지 않을 것이고, 학습공백을 조금이라도 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래와 같이 부탁드립니다. 일찍 자고 정해진 시간 전에 일어나서 조회 및 원격 수업에 참여하도록 해 주십시오.

원격 수업은 현실 수업과 전혀 다를 게 없습니다. 성실하게 참여하도록 해 주십시오. 현실 수업과 똑같이 예습과 복습 과정을 반복할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원격수업 내용은 등교 개학 후 실시되는 지필평가 시험 범위입니다. 소홀히 하지 않도록 해 주십시오.

수업 결손이 있을 경우 반드시 부모님께 연락드리겠습니다. 부모님도 아이들의 수업결손이 발생하면 바로 저한테 연락 주셔야 조치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실시간 정해진 수업 듣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수업 참여가 되지 않으면 해당 교과 선생님이 바로 담임에게 연락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힘들더라도 조금만 더 참아 주십시오. 교사들은 항상 등교 개학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이 봄이 가기 전에 꼭 등교개학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희망을 모든 교사가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건이 이를 허락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로 인해 날마다 하염없이 칠판 대신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교사뿐이겠습니까? 코로나19로 인해 부모님들도 얼마나 힘이 드십니까? 자녀들 문제 뿐 아니라 가정경제, 직장, 사업 등 말할 수 없는 어려움이 우리 모두 앞에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하셨던 것 처럼 묵묵히 하늘을 바라보며 다시 힘을 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부모님들이 힘을 잃으시면 교사들도 힘을 내기 어려운 시기인 것 같습니다. 부디 이번 한주도 강건하시길 빕니다. [글 장광재 광주 숭덕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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