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교직원 중식 운영’, 학교 종사자 화합 계기로
서울시교육청 ‘교직원 중식 운영’, 학교 종사자 화합 계기로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0.04.06 1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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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문수 서울남산초 교장
이문수 서울남산초 교장
이문수 서울남산초 교장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4월 3일 학교로 발송한 공문을 통해 4월 9일부터 학교 여건에 맞게 교직원 중식을 실시하기로 하였다. 코로나19 위기 기간동안 교직원은 재택근무와 출근을 반복하며 원격수업 운영과 각종 공문을 처리하여 왔다. 그런데 교직원이 학교에 출근하여 근무할 경우, 중식을 외부에서 해결하거나 컵라면 등으로 때울 수밖에 없었다.

특히, 외부에서 점심을 먹게 되면, 코로나 감염 위험도 그만큼 커질 터인데, 이번 조치로 학교에서 안정적으로 식사를 해결할 수 있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전염 가능성을 낮추고, 원격수업을 더욱 충실히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학교 교육이 정상화되었을 때, 학생들의 학습권과 안전을 담보하는데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이번 일이 성사되기까지 조리종사원과 영양교사(영양사) 분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었다. 또한, 컵라면 등으로 점심을 때우는 교직원들을 안타깝게 생각해온, 조희연 교육감의 의중도 반영되었고, 해당 부서 관계자들의 적극적인 노력도 있었다고 본다.

이번 교직원에 대한 중식 제공 결정은 간단해 보이지만, 실무적으로 들어가 보면 그리 단순한 일은 아니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에서 서울시교육청이 처음으로 실시한 것만 보아도 쉬운 일이 아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모두가 힘든 시기에 학교에 종사하는 직종 간 서로 배려하고 돕는 모범사례라 할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중식 시작일을 4월 9일부터라 하였으나, 정상적인 학교급식이 이루어질 때까지 학교 여건에 따라 융통성 있게 운영할 수 있도록 하였다. 중식 대상은 교직원과 긴급돌봄 참여 학생으로 하지만, 학교급식 운영 여건, 돌봄교실 운영 방식, 안전사고 방지, 코로나19 감염 예방 등을 고려하여 긴급돌봄 학생은 기존 급간식 체제를 유지할 수도 있게 하였다.

중식 제공을 위한 음식 재료 구매는 업체 계약, 마트 구매, 외부 운반 급식, 도시락 등 다양한 방법으로 구매하되, 특정 직종의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시장 보기 등은 지양하기로 하였다. 학교 간 협력을 통해 동일 식단을 구성하여 공동 구매를 하고 택배 등으로 전달받는 방식을 포함하여, 해당 학교에 적합한 방안을 찾아 양질의 음식이 제공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중식 제공 중 위생과 안전사고와 관련하여 개인적 비리가 없는 한 문책하지 않기로 하였다.

지난 3월 조 교육감의 댓글이 맥락과 상관없이 글자 그대로 해석되어 오해를 불러일으킨 사건이 있었다. 이로 인해 학교에 종사하는 직군 간의 갈등이 드러났고, 교원단체와 공무직 단체 간의 논쟁으로 이어지기도 하였다.

사실 학교에는 교사뿐만 아니라 일반행정직 공무원과 50여 개 이르는 다양한 직종으로 구성된 공무직이 함께 일을 하고 있다. 그래서 항상 갈등이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 조 교육감의 댓글 파동이 아니었더라도 언제든 학교 내 갈등이 표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조 교육감의 사과를 시작으로 갈등은 일단락되었다. 그럼에도 학교에 근무하는 직종 간의 갈등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이번 교직원을 대상으로 한 중식 운영은 이러한 갈등을 해결하고 화합하는데 중요한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 또한, 코로나19 감염 비상 상황에서 교직원의 감염을 막고, 원활한 원격수업 준비와 운영에 큰 도움이 이 될 것이다. 아울러, 교육청에서도 원격수업 준비 및 운영 기간 중 꼭 필요한 공문 이외는 문서 발송을 자제하여 교사가 원격수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배려하길 바란다.

진보 교육감이 등장한 이후, 혁신학교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모습 중 하나는 구성원 간 상호 존중하고 협력하는 민주적 교육공동체를 이루는 것이다. 민주적 교육공동체에서 갈등이 발생하면 상호 비방은 자제하고, 상호 소통과 이해를 바탕으로 학교 구성원 간 연대와 타협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러한 점에서 학교급식 종사원분들의 교직원 중식 운영 결정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앞으로 학교 내외의 어려움이 발생할 때 어떻게 문제를 풀어가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학교에 종사하는 직군 간 정례적이고 민주적인 소통체제를 구축하여 학교에 잠재된 갈등을 해결해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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