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종 교육시론] 천막학교와 온라인 개학
[박은종 교육시론] 천막학교와 온라인 개학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0.04.04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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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은종 공주대 겸임교수
박은종 공주대 겸임교수
박은종 공주대 겸임교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교육대란에 교육부가 등교 개학과 온라인개학을 동시에 검토하다가 ‘온라인 개학’이라는 사상 초유의 방법을 결정 발표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세 차례 미뤘던 초·중·고교의 개학이 결국 ‘순차적 온라인 개학’으로 결정됐다.

따라서 4월 9일 중·고교 각각 3학년을 시작으로 16일에는 초등 고학년(4-6학년)과 중·고 1~2학년이, 20일에는 초등 저학년(1-3학년)이 온라인 개학을 한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개학은 재연기됐다. 따라서 현재 진행 중인 돌봄대란이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대입수능은 원래 예정일인 11월 19일에서 2주일 연기해 12월 3일 시행하기로 했다.

전쟁 중에도 천막학교를 열었던 나라에서 감염병으로 큰 변화를 겪고 있는 것이다. 한국 교육이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된 것이다.

교육부가 이와 같은 온라인 개학수업을 결정한 배경은 방역과 교육의 병행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현재 코로나19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해외의 확진자와 국내 입국자의 확진자가 늘고 있고, 국내 집단감염도 잇따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섣불리 개학을 단행했다가 교내 확진자가 나올 경우 상황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학교가 집단 감염의 매개원이 될 우려가 다분한 것이다.

더구나 이미 세 차례나 미뤄진 초·중·고교 개학을 더 이상 미룰 수도 없다. 교육부가 중·고교 각 3학년부터 4월 9일 온라인 수업으로 학교 문을 열기로 한 것은 방역과 교육 사이에서 나온 고육지책이다. 상급학교 입시, 진학 등을 두루 고려한 조치다.

당분간 휴업을 무기한 연장하는 게 용이한 길일지도 모르지만, 그럴 경우 교육과정, 학사일정 등이 더 얽히고설켜 학생들의 학습권 희생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우리의 미래를 포기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점도 고려한 고육지책이기도 하다. 방역과 교육을 양립하기 위한 뾰족한 수가 없기 때문이다.

사상 초유의 교육 방법 도입에 교육현장의 차질과 혼선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하지만, 꾸민 모두가 합심 노력으로 감내할 부분은 감내하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온라인수업의 맹점인 교육의 질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는 교사들의 창의적인 교재연구와 양질의 소프트웨어, 콘텐츠 개발이 관건이다. 이번 온라인개학수업에서 특히 현장 교사들의 꿈·도전·열정 등이 요구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온라인개학·수업의 문제는 학교 현장 및 개별 가정에 제대로 된 원격수업 준비와 운영이 가능한지 여부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등교하지 않고 컴퓨터 등을 통해 원격수업을 하는 온라인 개학은 역사상 처음이다. 학생 교사 학부모 교육당국 모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예행연습 없이 가게 됐다. 학생 교사 학부모들을 포함한 국민들의 교육 질 저하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온라인 개학이 결정된 만큼 디지털(정보) 격차’를 줄이는 게 시급하다. 디지털격차는 교육·학습격차, 학력 격차로 악순환될 우려가 있다. 지역이나 학교, 교사에 따라 온라인 수업 역량에 차이가 난다. 컴퓨터나 스마트 기기 보유 상황에 따라 학생들의 접근성도 달라진다. 학생들의 정보활용능력도 관건이다.

사실 한국이 컴퓨터 등 정보 기기 보급률은 세계1위라고 하지만 당장 온라인 수업을 들을 만한 스마트 기기가 없는 학생도 많다. 통계에 따르면 전국 10가구 가운데 3가구는 컴퓨터가 없다. 보유하고 있는 가정, 학교도 실제는 5년 이상된 구형 노후 기기 보유율이 30%정도라는 통계가 있다.

교육부는 중위소득 50% 이하 가정에 스마트 기기를 지원하겠다는 큰 틀의 대책은 밝혔지만 사각지대가 적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또 온라인개학 발표 후 교육부, 과기정통부, 시·도교육청, 학교, 통신 3사(KT, SKT, LGU+) 등의 협력·후원으로 저소득층 초·중·고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총 31만 6000대의 스마트 기기를 대여하기로 했다. 또 학생들이 트래픽(traffic), 데이터 사용량, 요금 걱정 없이 EBS 등 교육 사이트를 이용토록 지원키로 한 것은 고무적이다.

온라인수업은 저소득층과 사회적 배려대상계층, 조손가정, 특수 장애, 초등 저학년, 다문화가정, 마이스터고·과학고·예체능계고교 등의 실험·실기·실습 한계와 지원 등 교육격차 해소와 사각지대 지원이 필수적이다. 이에 대한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이미 지난 3월 온라인개강으로 강의를 진행 중인 전국의 각 대학에서도 기기 불통과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사실 교육부는 개학이 미뤄진 한 달 동안 코로나 확산세가 잠잠해지기만을 기대하다가 온라인 수업 대책과 준비 기간을 놓쳐버렸다. 만시지탄이지만, 전국 각급 학교에서는 이제라도 원격수업 시스템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펜데믹으로 코로나19가 창궐하는 현실에서 장기적 대처는 불가피하다. 또 세계적으로 감염병이 반복되는 현실에서 이번 사태가 종식되더라도 바이러스의 공격은 언제든지 계속될 수 있다.

옛말에 ‘곤궁이통(困窮而通)’이라는 말이 있다. ‘길이 끝난 곳에 새 길이 생긴다’는 말도 있다. 교육부는 조속히 국가 온라인·원격교육 시스템·인프라 구축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유비무환(有備無患)으로 최신 고성능 온라인·원격교육 시스템인프라 확충에 나서야 한다.

코로나19라는 세계적 대재앙의 극복은 한국 국민 모두와 지구촌 인류의 합심 노력으로 가능한 일이다. 현실적으로 방역과 교육의 병행이 어렵기는 하지만, 분명히 우리가 함께 가야 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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