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정 칼럼] 온라인 개학, 어떤 조건에서든 교사들은 할 것이다.
[한희정 칼럼] 온라인 개학, 어떤 조건에서든 교사들은 할 것이다.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0.03.31 0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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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정 서울정릉초 교사
한희정 서울정릉초 교사

3차에 걸친 개학 연기, 4월 6일 학교 문을 열 수 있도록 온 국민이 14일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해 주기를 부탁한 국무총리의 담화가 무색하게도 우리반 아이들과 반갑게 만나고 신나게 공부하는 건 더 먼 일이 될 것 같다. 뉴스는 이미 학부모와 교사 설문 결과를 내세워 대면 개학은 물 건너 간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그리고 오늘 3월 31일은 교육부의 4차 연기 여부에 대한 발표가 예정된 날이다.

지난 4주간의 휴교 기간을 돌아보면 출근하고 수업하고 업무하고 퇴근하던 평상시보다 훨씬 피곤하고 힘겨운 날들이었다. “일 안해도 월급이 나오는 그룹”으로 월급 루팡이 되었지만, 맘 편히 쉰 적은 하루도 없다. 무엇 하나 제대로 된 안내나 지침이 없는 가운데 안개 속을 헤매며 길을 찾는 그런 예측 불가능의 연속이었으니 말이다.

가장 피곤하게 한 것은 교육청의 칸막이 행정이다. 2월 23일 1주 연기, 3월 2일 2주 추가 연기, 3월 17일 또 추가 연기 발표가 지속되었다. 학교 현장에서는 학사 일정을 비롯한 수많은 계획들을 수정하고 수정하고 또 수정하느라 정신이 없는 와중에 교육청의 각 부서별 사업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2020학년도 주요업무계획”에 따라 쏟아져 내려왔다.

위험을 무릅쓰고 개학을 하더라도 마스크를 쓰고 물리적 거리를 유지하면서 가급적 개인별 학습이 이루어지도록 교구 같은 것도 공유하지 말라는 매뉴얼이 내려오는데, 수업과 평가는 모둠별 참여와 협력을 강조하고 수행 과정을 중심으로 평가를 하라고 하니, 모순도 이런 모순이 없다.

도대체 2주 후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왜 이런 공문들이 그대로 내려오는 것일까? 생각해보면 답은 하나다. 그냥 내가 맡은 업무에 충실할 뿐, 현재 학교의 상황도, 다른 부서의 상황도, 감염병 확산에 따른 학교 현장의 대응 매뉴얼도 관심이 없는 것이다. 재택 근무시 요구했던 ‘보안 서약서’ 정도는 그냥 해프닝으로 넘긴다 하더라도 각 부서에서 내리는 공문에 제발 지금 이 상황에서 ‘실현 가능성’ 정도는 사전 확인해야 하는 게 ‘관료다운 것’이라고 한다면 너무 과한 것을 요구하는 것일까?

그 다음은 학교 현장의 꽉 막힌 소통체계다. 소위 진보교육감 10년을 말하면서도 학교의 의사소통구조는 먹통이거나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한 방향뿐이다. 아래에서 위로만 있을 뿐, 위에서 아래로 향하는 관리자의 리더십이 상호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그러니 교사들은 각자도생의 길을 찾는다.

휴교하고 며칠이 지나도록 학생들과는 어떻게 소통할지,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안내도 협의도 없는 학교에는 복무지침만 난무해서 이렇게 올려라 했다가, 저렇게 올려라 했다가 몇 번을 번복한다. 3주나 지나서야 담임들이 뭐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냐를 조심스럽게 물어오는 학교, 교육청에서 닦달하듯 공문을 보내야 겨우 움직이는 학교, 누가 먼저 말을 꺼내기 전까진 눈치 보며 그냥 가만히 있는데 장땡이다 하는 학교, 아직도 꿈쩍 않는다는 학교를 보면 도대체 리더십은 무엇인가를 묻게 된다.

도대체 리더십이란 무엇인가? 예측불가능한 상황에서 어느 누구도 감히 결단하지 못할 때, 1주에서 3주, 3주에서 5주로 희망 고문을 하는 것보다 사태 진정시까지 무기한 휴교를 선언할 수는 없었던 것일까? 아니, 처음 1차 연기는 그렇다 해도 그 다음부터는 좀 더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4주간 원격학습을 준비하겠다, 그 후에도 상황이 진전되지 않으면 원격학습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줄 수는 없었을까?

3월 2주부터라도 원격학습을 준비하자, 각 학교별로 현황 파악하고, 부족한 부분들을 정리해서 올려봐라, 교육부도 교육청이 지원방안을 최대한 찾아보겠다고 했다면 3월 31일 오늘의 상황이 이랬을까, 상상해본다.

2월 말부터 교육부와 교육청 내부에서만 정보를 공유하며, 원격학습도 시나리오로 준비하고 있어야해, 각 학교에 패드랑 노트북 보유 대수 조사해, 저소득층 아이들 인터넷이랑 컴퓨터 지원 현황 조사해, 무상으로 데이터 지원 방안 찾아봐, 하는 식으로 움직이지 말고 말이다.

현재 학교는 와이파이가 안되고, 교사용 컴에는 웹캠이나 마이크, 삼각대도 없고, 어느 플랫폼도 딱 맘에 드는 게 없다. 교사들은 지난주부터 와이파이가 안되는 문제는 개인 핸드폰의 데이터 이용을 무제한으로 올리는 방법으로, 웹캠과 마이크는 개인 스마트폰을 활용하거나 개인 비용으로 우선 구입하는 방법으로 해결하고 있다. 이런 저런 플랫폼에 들어가 이렇게 저렇게 테스트를 해보며 최선의 것을 찾고 있다.

그러니, 되든 안되든 4월 6일에는 온라인 개학이라도 하면 좋겠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겠지만, 하면서 좋아질 것이다. 대한민국 교사역량이 그렇게 동네북 취급당할 정도로 엉망은 아니기 때문이다. 갑자기 온라인 개학이 뭐냐, 하는 교사들도 준비할 건 다 준비하고 있고, 앞서서 고민하는 교사들은 여기저기 단톡방, 밴드, 커뮤니티에서 그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으니 말이다.

가장 필요한 건 분명한 메시지다.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지금의 휴업 상태를 지속할 수는 없으므로 교육계는 이렇게 할 예정이다.’ 이런 말이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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