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현 칼럼] 또 개학 연기 ...“애들아 밥은 먹고 다니니?”
[박정현 칼럼] 또 개학 연기 ...“애들아 밥은 먹고 다니니?”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0.03.28 1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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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정현 한국교육정책연구소 부소장

 

온라인 개학의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대다수의 사람들이 온라인 학습의 가능성 여부에 관심을 갖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부는 불가피하게 생긴 상황에서 미래교육 체제를 빨리 도입하여 학습 결손을 줄인다는 취지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세부적인 부분의 우려가 있지만 전염병 확산이 안정화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개학 연기에 따른 온라인 개학은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점에는 공감한다.

다만 온라인 개학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관심의 범위에서 멀어지고 있는 부분이 있어 우려가 된다.

휴업이 장기화됨에 따라 우리 아이들의 건강과 영양 상태에 대한 관심 역시 중요하고, 이슈화되어야 한다. 가정에서 안정적인 보살핌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학교에 다닐 때보다 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취약 계층 또는 맞벌이 가정의 아이들은 영양 불균형의 위험에 처해 있다. 일부 지자체에서 가정으로 지원해주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의 언론 보도(The Washington Post, 2020/3/16)에 따르면 학교 휴교에 따라 미국 초중등학교 학생의 6분의 1가량이 영양 불균형 상태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미국 내에서 가장 확진자가 많이 발생한 뉴욕 주(州)에서는 학생 급식을 위해 방위군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고 한다.

개학 이후의 급식 문제도 중요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아이들의 건강관리에 우선 집중할 필요가 있다. 영양 상태는 면역력과 직결되어 있는 만큼 현재 시점에서의 관심이 필요하다.

필자(학생안전부장)는 지난 한 주 동안 학교폭력과 관련 있었던 아이들에게 유선 전화를 걸어 생활 습관과 안부를 묻는 가운데, 식사와 관련한 부분에서 이러한 우려가 현실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심한 경우 하루에 두 끼를 전부 라면으로 해결한다는 아이도 있을 만큼 영양 불균형 문제가 생기고 있다.

아울러 실내 생활이 길어지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외 활동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집집마다 체중 증가의 상황을 농담반 진담반으로 이야기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듣게 된다. 신입생들의 경우 한 번도 입어보지 못한 교복이 벌써 맞지 않아 교환을 해야한다는 이야기까지 들린다.

영양과 건강 문제로 개학을 서두르자는 것은 절대 아니다. 개학을 했을 경우 그보다 훨씬 치명적인 상황이 초래될 수 있기 때문에 개학에 대한 보류 방침에는 절대적으로 동감한다.

개학 여부를 설문으로 물을 것이 아니라 감염병과 관련한 전문가의 의견에 전적으로 따라야 한다. (다수결로 정할 문제가 아니지 않나?) 다만, 개학 연기의 대안으로 온라인 개학을 들여오며 세부적인 운영 기준과 기술적 문제에 초점을 두다보면 정작 중요한 부분을 놓칠 수도 있다는 걱정 때문에 첨언을 하는 것이다.

아이들의 건강 실태를 신속히 점검하여 지자체에서 행-재정 지원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온라인으로 정규 교과의 수업을 가르치는 것 못지않게 지금 당면하고 있는 건강과 보건 내용의 콘텐츠를 대폭 확대하고 실내에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실내 체육활동에 대한 안내도 함께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최근 교육부 주재 회의에 참석하며 교육부도 몹시 당혹스럽고,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 절실히 공감하고 있다. 다만 위기 상황일수록 놓쳐서는 안 되는 가장 기본이 되는 문제를 꼭 챙겨야 함을 말하고 싶다.

몇 해 전, 급식지도를 하고 있을 때 지나치게 많은 밥을 먹는 아이가 있어서 조심스레 면담을 한 적이 있다. 여러 형편 상, 국가의 지원을 받

박정현 인천 만수북중교사
박정현 인천 만수북중교사

 

지 못하고 있는 상태며 하루 중 유일하게 밥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이 학교에서의 급식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미안함과 슬픔이 함께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2월 칼럼부터 계속 이어진 문장으로 마무리를 반복할 수밖에 없어 안타깝다. 모쪼록 이 혼란의 시간이 빨리 지나가길 다시 한 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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