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만 칼럼] 온라인 개학, 교사는 무엇으로 사는가
[김용만 칼럼] 온라인 개학, 교사는 무엇으로 사는가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0.03.26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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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용만 실천교육교사모임 경남회장
김용만 실천교육교사모임 경남회장
김용만 실천교육교사모임 경남회장

교육부가 온라인 개학을 고려한다고 합니다. 현직 교사로서 바라는 점을 정리해 봅니다.

전국의 모든 학생들이 동시각 접속 하게 하여 일반 지식 위주, 진도 위주의 온라인 수업은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미 교과서 관련, 교과 관련 컨텐츠는 훌륭한 것들이 많습니다.

다양한 사회 현상에 대해(코로나, 나라별 국제관계, 전염볌의 역사, 바이러스 등) 과목별로 교사들이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여 자기주도적 학습을 제시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교사들은 온라인으로 아이들에게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문자 등 다양한 형태로 개별적 자기주도적 학습 내용에 대해 피드백을 하면 됩니다. 연구 중에 이해안 되는 것, 선생님과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개인적으로 나누는 것입니다.

평가가 우려된다면 자기주도적 학습 내용을 바탕으로 연구결과물을 제출하거나 중간중간 지도교사와 소통하며 수행평가로 대처하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지필평가는 개학 후 배운 내용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정상적 학교생활 시간만큼 온라인 수업을 강요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수업인정을 양적 접근이 아닌 질적 접근으로 하면 좋겠습니다. 코로나로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코로나로 잃은 것도 있지만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개학, 학교 운영, 학교의 존재 이유 들도 돌아봐야 합니다. 이번 기회(?)로 가르쳐야 하는 것, 배워야 하는 것, 가르칠 수 있는 것, 배울 수 있는 것에 대한 방법, 내용, 범위도 더 확장되길 바랍니다.

국가적 교육과정의 확대가 아니라 개별 교육과정, 자기주도적 학습, 과정 중심 교육, 피드백을 통한 관계 형성, 온라인을 통한 팀별 학습 등 다양한 시도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학교가 내신이라는 무기로 학생들을 잡아두는 곳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오는 이유는 친구들이 좋아서, 좋아하는 샘이 있어서, 급식이 맛있어서 등 많은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에 더하여 배움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서가 추가되길 바랍니다.

배움의 즐거움은 교과서를 머릿속에 쑤셔 넣어서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호기심을 느껴서 스스로 찾아보며 노력할 때 깨달을 수 있습니다. 교사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전국의 모든 선생님께 좋은 대학 진학을 위해 수능을 위해, 똑같은 것을 가르치라가 아니라 "샘이 아이들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해보세요. 아이들과 함께 정해보세요. 평가도 아이들과 이야기 해서 정해보세요. 행정업무요? 걱정마세요. 선생님은 오직 아이들과 어떤 교육활동을 할지만 고민하세요. 그게 선생님의 할 일이예요..." 라고 한다면, 우리나라의 학교는 세계 최고의 교육시설이 될 것입니다.

한국의 교사들은(교사를 해서는 안될 샘들도 계시지만) 유능하고, 아이들을 진심으로 위하는, 좋은 분들이 훨씬 많이 계십니다. 지금의 상황에서도 아이들을 깊이 보기 위해 애쓰시는 분들이 이리 많이 계신데 변하게 되면 얼마나 많아질지 상상이 안 갑니다.

이왕 온라인 개학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되어야 한다면 그 방법론에 대해서 교육 정책 결정자들이 깊게 생각해보길 바랍니다. 지금은 21세기 입니다.

언제까지 21세기 학생들에게 20세기 교사들이 19세기 지식을 가르쳐야 합니까? 세상이 바꿨다면 학교도 바뀌어야 합니다. 일제시대 때 들어온 근대학교교육문화가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다면, 특별한 변화가 없었다면, 교육계도 책임이 있습니다.

저는 일개 교사지만,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교사이고 싶습니다. 학교가 학생과 교사에게, 서로 작용하며 가치를 찾을 수 있는, 실제 아이들의 삶의 방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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