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들은 제도를 바꾸는 일을 잘 하지 않는다. 제도를 바꿀 일이 있으면 적어도 20～30년 정도의 논의를 거쳐 매우 신중하게 접근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교육의 발전을 위해서는 최우선적으로 교수-학습방법, 교육과정 등 교육프로그램을 발전시켜 교육의 질을 향상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시설과 제도를 가지고도 교육프로그램의 혁신 없이는 교육의 질을 향상하기 어렵다.

소프트웨어의 발전을 위해서는 휴먼웨어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휴먼웨어는 교원의 수와 교원의 전문성이 포함된다. 우리 나라의 경우 교원의 수를 확보하는 데는 별 문제가 없으나 교원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절실한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교육 발전을 위해서는 정책 당국의 의식변화, 학부모의 의식변화, 사회 전반의 의식변화 등이 변화해야 한다. 예컨대 교육을 입시위주, 출세위주로만 생각하는 의식은 하루빨리 변화되어야 한다. 교육의 마인드웨어에서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교육수요자는 학부모가 아니며 바로 학생들임을 깨달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위에서 이야기한 네 가지 요소 중 가장 중요하고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나라 전체의 교육에 대한 마인드웨어 변화라고 생각한다. 즉 지금 우리 사회에 팽배되어 있는 교육에 대한 국민적 의식 구조를 리모델링하여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식구조의 리모델링에는 다음 몇 가지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첫째, 보통교육 단계에서 경쟁을 완화시켜 주어 아이들을 건강하게 자라게 하고 대학에 가서 경쟁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의식 구조이다. 1968년에 있었던 서구의 대학 개혁(대학 평준화)도 보통교육 단계에서는 아이들을 정상적으로 잘 자라게 하고 대학에 가서 경쟁하도록 한 취지에서 이루어졌음을 알아야 한다. 국가 경쟁력을 운운하면서 초·중·고교 학생들에게 필요 이상의 경쟁을 강요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의식구조라고 생각한다.

둘째, 학교교육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바뀌어서 학생이나 학부모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교육이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다. 교사는 고도의 교수·학습 방법을 갖춘 전문인으로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신뢰를 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셋째, 학부모들도 내 자녀만의 교육에서 우리들의 자녀 교육으로 인식을 바꿔야 할 때이다. 내 자녀만을 위한 과보호, 과기대, 과경쟁에서 벗어나야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삶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러한 내 자녀만의 이기주의적 교육에서 그리고 일등주의 교육에서 아이들을 해방시켜 주어야 한다.

넷째, 교육당국은 중앙 부서와 시‧도교육청이 포함된다. 교육정책의 계획은 최소한 한 세대를 내다보고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확고한 교육관으로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되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 교육 당국의 교육정책 계획과 수행은 즉흥적이거나 대중요법 등으로 확고한 교육관과 일관성을 잃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전은지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