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종 교육시론] 9월 학기제, 개학 연기와 연계하면 안 되는 국가대사다
[박은종 교육시론] 9월 학기제, 개학 연기와 연계하면 안 되는 국가대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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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3.23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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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종 공주대 겸임교수
박은종 공주대 겸임교수

한국 교육계에 때 아닌 9월 신학기제가 대두됐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전국 각급 학교의 개학이 세 차례 연기돼 4월 개학이 기정사실화되자 정치권에서 9월 학기제를 들고 나왔다. 기왕에 다른 나라에서 시행하는 대세인 9월 학기제로 변경하자는 주장이다.

현행 3월 학기제를 9월 신학기제 도입으로 검토하자는 움직임이다. 9월 학기제는 초·중·고교부터 대학까지 9월에 새 학년, 새 학기를 시작하는 제도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9월 학기제의 청원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우리는 교육을 정치적 이슈몰이 수단으로 오도하는 것으로 경계해야 한다.

지금은 선거철을 맞아 국민 눈을 끄는 정치적 제안이 아니라,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전 국민적 노력이 우선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개학 연기의 본질을 흐리고 이를 9월 신학기제로 연계하는 자체가 언어도단이다.

우리는 국회의원, 시·도지사, 교육감 등 정치인들이 선거철을 맞아 표를 얻기 위해 책임 없이 9월 학기제를 주장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이재정 경기교육감, 최교진 세종교육감, 김경수 경남지사 등이 공론화 의사를 비쳤다. 일 부 정치인들도 동조하고 있는 추제다.

그런데 선거철에 중대한 교육난제를 논하는 문제는 차치하고 선거철에 국민들 눈을 오도하기 위해서 교육감을 포함한 정치인들이 9월 신 학기제를 들고 나온 자체가 국민 동의를 받기 어렵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교육부 보고 자리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개학 연기를 9월 신학기제와 연계하는 것은 고려 대상이 아니라고 말해 논란은 일단락 되는 모양새이다.

물론 9월 신 학기제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들이 많다. 미국 중국 유럽 등 북반구 나라들은 긴 여름방학을 보내고 보통 9월 새 학년 새학기를 시작한다. 호주는 2월 개학이지만 남반구에 위치하므로 가을학기제다. 일본과 북한은 봄학기제인데 3월이 아닌 4월에 시작한다.

따라서 한국 학생들이 다른 나라로 유학을 가는 경우 한 학기를 쉬는 경우가 많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즉 한국 학생이 외국 학교로 전학하거나 진학하면 한 학년을 건너뛰거나 한 학기를 더 다녀야 한다.

한국만 3월에 새 학년을 시작하는 독특한 학기제를 운영하는 까닭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 2-4월에 신 학기를 맞는 나라는 한국, 일본, 호주 등이다. 9월 학기제가 세계적 대세임은 사실이다.

우리나라 교육사를 돌아보면 9월 학기제와 전혀 인연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갑오개혁 시기인 1895년 발표된 교육법령 ‘한성사범학교규칙’에 따르면 새 학년은 원래 7월부터였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을 따라 4월 학기제로 3학기제를 시행했다.

미군정기에는 미국을 따라 9월에 새 학년을 시작했다가 1950년 다시 4월 학기제로 돌아왔다. 우리나라가 3월 학제가 고착화된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 재임 기간인 1962년 4월에서 한 달 앞당긴 현재의 3월 학기제가 도입됐다. 겨울방학이 가장 추운 12∼2월로 앞당겨지면 난방비 예산이 절약과 혹서기 여름방학으로 교직원, 학생들의 휴식을 고려한 측면이 있다.

특히 최근 역대 정부는 김영삼 대통령기인 1997년, 노무현 정부의 2007년, 박근혜 정부의 2015년 세 차례 9월 학기제 시행을 검토했지만 사회적 비용이 커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났다. 그만큼 사회적 합의와 국민적 동의가 어려운 난제라는 반증이다.

사실 학제·학기제 등 학사 및 입시 일정을 조정하면 애꿎게 피해를 보는 학생이 발생한다. 시행 첫해에는 초등 신입생이 두 배 가까이 증가한다. 취학 연령을 6개월을 앞당기게 돼 신입생 수가 대폭으로 증가하며, 이에 따른 교실과 교사의 대대적 확충이 필요하게 되는 등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게 된다.

아울러, 신입생 급증으로 진학, 입시, 채용 등에 있어서 경쟁이 심화되고, 교육과정과 학사일정, 대학 입시, 기업 채용과 공무원 시험 등 국가고시 일정 등도 전면 수정하는 등 여러 피해가 발생하게 된다. 기업 채용 및 공무원 시험 등 고용에도 파장을 미친다. 이에 따른 시설과 교사 확충, 입시 조정 등에 천문학적 예산이 소요된다. 유·초·중등, 고등교육 학제가 송두리째 흔들리게 된다.

우선 국가백년지대계의 근간인 학제, 학기제를 감염병으로 인한 개학 연기와 연계하는 것 자체가 무리수다. 학제의 기본인 학기제를 변경하려면 한국 교육의 기둥이 모조리 흔들리는 교육의 대 역사(役事)다.

과거 어는 교육학자가 한국의 학제와 학기제 등을 변경하려면 적어도 20년 정도의 장기간의 연구와 변경 기간을 가져야 안정적으로 착근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 오히려 건설적 의견이다. 학제·학기제 변경이야말로 백년지대계 중의 백년지대계이고, 난제 중의 난제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정치인들이 코로나19 대란으로 각급 학교 개학을 세 차례 연기하여 4월 개학이 불가피해지자 학기제 변경을 들고 나온 저의는 명약관화하다.

결국 9월 학기제 변경은 ‘장기적으로, 사회적 합의와 국민적 동의로, 코로나19 개학 연기와 연계하지 말고’ 추후 추진돼야 한다. 분명히 3월 학기제의 장점도 있다.

따라서 교육적 장단점을 철저히 검증하고 사회적 파장과 비용을 고려해 매우 신중하고 전문적인 논의를 거쳐 결정할 사안이다. 정치와 분리하여 교육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따라서 펜데믹에 처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국민적 위기 극복 노력이 필요하지, 표를 얻기위한 정치인들의 술수에 휘둘릴 때가 아닌 엄중한 시기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돼 개학이 또 연기되지 않도록 국민적 노력을 함께 경주할 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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