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광재 칼럼] 코로나 팬데믹 시대와 한국교육의 변화
[장광재 칼럼] 코로나 팬데믹 시대와 한국교육의 변화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0.03.22 2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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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장광재 광주 숭덕고교사/전 교육부 정책자문위원
장광재 광주 숭덕교 교사. 전 교육부 정책자문위원 대입제도혁신분과위원, 전 시도교육감협의회 대입제도개선연구위원
장광재 광주 숭덕교 교사. 전 교육부 정책자문위원 대입제도혁신분과위원, 전 시도교육감협의회 대입제도개선연구위원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이다. 코로나19 사태는 불과 한달 여 만에 세계 경제 시스템을 붕괴 시켰고, 각국의 공공의료 수준이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계기도 되었다.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면서 세계는 초연결 시대에 진입하여 모든 것이 공유되고 물리적 거리의 한계를 벗어나 있었지만, 코로나19는 철저하게 국가의 경계를 명확하게 구분하게 해 주었고 모든 영역에서 폐쇄적인 시스템이 작동하도록 하였다.

우리나라는 투명성과 민주주의, IT기술, 집행력과 높은 의료수준으로 세계적인 찬사를 받는 방역모델을 제시 하였지만, 코로나19 사태의 끝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확진자 증가세는 다소 주춤하고 있지만, 대구 경북과 같은 대규모 집단 감염사태가 다른 지역에서 발생한다면 우리나라 방역체제 또한 임계치에 이를 수 있어 방역당국은 초긴장 상태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우리 사회 모든 영역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나라의 근간을 이루는 실물경제의 붕괴로 소상공인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고, 주식은 큰 폭으로 하락하여 코스피는 1500선이 무너져 10년 전 수준으로 떨어졌다.

더 두려운 것은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종식될 지 모른다는 것이며,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 발생될 경제적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할 것 인가에 대한 뚜렷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코로나19 사태는 교육적인 측면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초유의 5주 개학연기(이 또한 확실하지는 않지만)로 인해 그동안 전통적으로 가지고 있었던 ‘학교’라는 개념이 무너지고, 미래 사회에 존재할 것으로 여겨지던 시스템들이 속히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시간적, 공간적 차원에 제한 시켰던 교육의 개념이 ‘시공을 초월할 수도 있겠다’는 개념으로 받아들이게 될 것 같다. 하나씩 예를 들어보자

1. 수업 형식의 변화

학점제 전면 시행에 따라 이미 화상 수업, 온라인 수업은 예고되어 있었다. 하지만 교실 수업의 역동성이나 교사들의 거부감 등을 고려하여 온라인 수업이 전면적으로 시행될 것 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였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는 학교 현장에 자연스럽게 온라인 수업이 대체될 수 있다는 점을 확실하게 각인시켜 주었다. 향후 4월 6일 이후 한번 더 개학이 연기되거나 혹은 개학한 이후에 확진자가 나오는 학교라면 당연히 온라인 수업 수강이 수업 시수로 인정될 것이다.

이는 지금까지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던 온라인 수업이 제도적으로 상용화 되는 계기가 될 것이며, 향후 학점제 하에서 온라인 수업이 부담없이 실시될 수 있는 경험으로 작동 할 것이다.

또한 온라인 수업 뿐 아니라 폭 넓는 학교 밖 수업이 학점으로 인정되어 일상적인 학교 수업을 대체 함에 따라 물리적인 학교의 역할 범위가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2. 부가교육의 불필요성 증가

고등학교를 예를 들면, 방과후 수업이나 자기주도학습 등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표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당장 4월 6일 개학이 시행된다 하더라도 과연 모든 학교 교육활동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든다.

특히 개학 시점까지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고, 여전히 확진자가 나오는 분위기라면 학교의 모든 교육활동은 위축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거의 모든 학교의 급식 시간은 1시간 이내이며, 급식실 면적은 모든 학생들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여유 있게 식사를 할 수 있을만큼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 콜센터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물리적 거리가 충분히 떨어져 있어야 하지만, 학교 급식실 내에서 학생간 거리는 불과 30센티도 여유를 주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급식시간, 급식 동선, 급식실 배치 등에 대해서 대책을 세워야 하며, 1시간 내외의 급식 시간으로는 모든 학생이 식사를 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또한 학급당 인원이 충분히 감소한 측면이 있지만, 학교에 따라서는 35명 내외의 학생들이 좁은 교실에 붙어 앉아 수업을 들어야 하며, 수업 시간까지 마스크를 착용하고 강의를 해야 하는 교사나 학생들 모두에게 학교라는 장소는 교육의 효율성 보다는 비합리성이 높은 장소로 인식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학생들이 방과후 수업이나 야간 자기주도학습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부담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아 집단적, 획일적 교육의 한계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3. 교사 역할의 변화

온라인 수업은 2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녹화된 강의를 수강하는 비대면 방식과 실시간 화상을 통해 소통하며 수업이 진행되는 대면 방식이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EBS 온라인 클래스’는 녹화된 강의를 수강할 수 있는 비대면 방식이기 때문에 다수가 수강 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구조이다.

하지만 수업의 효과나 역동성을 위해서는 화상시스템을 통해 대면 방식의 실시간 화상수업도 진행될 것이다. 문제는 지식 위주의 수업방식이다. 실력 있는 한명의 교사에 의해 녹화되어 다수의 학생이 접속된 상태에서 훨씬 더 명쾌한 강의를 들을 수 있다면, 굳이 현실 수업에 참여할 의미가 있을까?

현재에도 인터넷 강의 일타 강사의 경우 수강생 수는 10만명을 쉽게 상회한다. 온라인 수업이 현실화 된다면 지식 기반의 수업은 현실 교사의 수업보다 온라인 공교육 일타 교사 수업을 선호하게 되어 현실 수업의 붕괴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본인이 듣고 싶은 수업이 온라인 상에 개설된다면 굳이 현실 수업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이다. 전에는 학교에서 개설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혹은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어려웠지만, 코로나19 사태는 오히려 온라인 수업이 현실 수업을 대처할 수 있다는 사인을 주게 되었다.

그렇다면 당연히 교사의 역할 변화도 가속화 될 가능성이 높다. 지식위주 교육은 온라인 강의에서 충분히 습득이 가능하기 때문에 현실에서 교사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해야 하며, 전통적 교사 역할보다는 능동적으로 수업을 재구성하거나 혹은 온라인 강의 보조 역할을 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할 지도 모른다.

너무 비약적인지 몰라도 코로나19 사태가 가져올 학교 교육의 변화는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급격한 변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최근 5년마다 반복되는 감염병 유행은 집단이 함께 좁은 공간에서 수업활동을 하는 것 자체에 대해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언제든 코로나19 사태가 반복될 경우를 대비하여 온라인 수업의 활성화는 매우 빠르게 진행될 것이 확실하다.

이러한 시대의 변화와 흐름 속에서 교사는 어떤 역할과 역량이 필요할 것 인가에 대해서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우리 자신도 모르게 미래 사회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다분할 것이다. 철밥통이라는 냉소적인 표현이 지겹기도 하지만 교사 스스로 철밥통의 반열에서 이탈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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