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시간에 발열체크 하라고?” 학교실정 모르는 코로나 매뉴얼
“급식시간에 발열체크 하라고?” 학교실정 모르는 코로나 매뉴얼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0.03.21 0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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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대형 인천교총회장
이대형 인천교총회장
이대형 인천교총회장

[에듀프레스 눈] 학교의 3월은 분주하다. 꽃샘추위가 있지만 아이들과 함께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 새 교정에 꽃이 피어 있음을 알게 된다. 지난 20여 년간 학교에서, 그리고 나머지 시간은 대학의 교단을 지키고 있는 필자에게도 ‘3월’은 비슷한 이미지로 각인돼 있다.

하지만 2020년의 3월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혼란스럽다. 학교의 학사 일정은 법률에 근거하여 촘촘하게 구성된다. 국가교육과정을 기반으로 단위 학교의 특색을 반영해야 하고, 평가와 입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에 정교한 작업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 안전으로 특히 면역력이 약한 초등학생의 경우 가장 크게 우려된다.

휴업이 장기화됨에 따라 생활지도의 어려움 역시 큰 상황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계획의 수정과 대책에 관한 고민이 학교 현장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대다수의 선생님들께서는 유선과 온라인 시스템으로 신학년 아이들의 건강과 학습을 확인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혼란의 상황인 것이다. ‘잔인한 3월’이라고 부르지 않을 수 없는 시기이다.

개학에 대비하여 학교현장에는 ‘코로나19 학교 대응 매뉴얼’이 배포되고 있다. 이전의 감염병 대응 매뉴얼과는 확연히 다른 두께와 구체적인 행동 지침이 담겨 있는데, 학교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보니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현장의 이야기를 수렴하며 만들어졌겠지만 이 매뉴얼을 실행하는 실행 주체의 입장에서는 혼란이 큰 부분이 많기 때문에 제작 초기 단계부터 교원들의 이야기를 포함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침 등교 시간에 발열 체크를 하는 것은 보건 차원에서 필요한 조치임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열화상 카메라의 배치가 많은 학교에서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물량을 구할 수가 없음)에서 당장 비접촉식 체온계로 측정을 하게 될 텐데 혼잡한 등교 시간에 대기를 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접촉이 이루어질 우려가 있다.

매뉴얼에 따르면 점심식사 전 발열 체크를 하게 되어 있는데 이 시간 역시 가장 혼잡한 시간임에도 어떤 기준으로 이 시간을 설정했는지 의아하다.

또한 수업 중 기침이나 발열이 있는 학생을 해당 교사가 보건실로 직접 인솔하게 안내가 되어 있는데 그 사이 발생하는 공백에 대한 설명은 없다. 현재로서 코로나19의 가장 확실한 대응이 접촉을 줄이는 것은 맞지만 학교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들은 보완이 이루어져야 한다.

급식과 관련한 매뉴얼의 내용은 가장 큰 혼란을 불러오고 있다. 예시안으로 제시하고 있기는 하지만 학교 입장에서는 권장 사항을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가급적 다 따르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할 수밖에 없다. 1열로 앉기, 지정좌석제, 칸막이 설치, 시정의 차이를 제시하고 있는데 이러한 내용이 학교마다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지나치게 친절한 설명이 큰 부담을 주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러한 현장의 상황을 반영해야 한다는 점과 함께 필자는 교원단체의 대표로서 선생님들에 대한 안전을 보다 강조해줄 것을 요구한다. 발열 체크, 담당 업무에 있어 기저질환이 있거나 임신 중인 선생님에 대한 배려가 있지만, 실무를 담당하는 선생님들에 대한 방호 대책은 의료용 마스크, 장갑이 고작이다.

의심증상이 있는 아이를 인솔하거나 대기실의 아이를 관리할 때 선생님들에 대한 지침이나 안전관리에 대한 내용이 너무도 빈약하다. 선생님이야 말로 아이들 전체를 관리하고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임을 기억하고 세심한 대책이 마련해야 한다. 의료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구체적인 행동 매뉴얼을 학교와 선생님의 관점으로 맞춰서 풀어가 주기를 요청한다.

무엇보다 선생님들의 헌신을 존중하고 존경할 수 있는 풍토가 전제되어야 한다. 국민 모두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만큼 불편함과 희생은 불가피하다. 이럴 때일수록 반목보다는 협력을 통해 위기를 이겨내야 한다. 선생님들의 노고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하여 비난하는 이들이 있을 수 있다.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자신의 관점으로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비난이 있을 때 교육계 수장은 강하게 반박하고 보듬어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자신이 앞서서 ‘일하지 않고 월급 받는 그룹’이라는 망언을 늘어놓는 자를 누가 믿고 따를 수 있겠는가?

모쪼록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에 대해서는 지금보다 더 많은 노력과 치열한 고민이 함께 해야 할 것이다.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서로 격려해주길 바란다. 현장에서 혼란을 최소화해줄 수 있는 매뉴얼로 현장의 이야기를 담아주기를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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