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조희연의 실언과 교사의 품격
[기자수첩] 조희연의 실언과 교사의 품격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0.03.17 11:2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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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서울교육감이 자신의 발언에 대한 사과 방송에 앞서 90도로 인사하고 있다. 그는 30여분 기자회견 동안 여덟차례 사과와 죄송이란 단어를 언급했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자신의 발언에 대한 사과 방송에 앞서 90도 인사를 하고 있다. 그는 30여분 기자회견 동안 여덟차례 사과와 죄송이란 단어를 언급했다.

[에듀프레스 장재훈 기자] ‘일 하지 않아도 월급받는 그룹’이란 한마디가 대한민국 교육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발언의 당사자인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공노(共怒)의 대상이됐다.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교육감 입에서 어떻게 그런말이 나오느냐’, ‘평소 교사에 대한 인식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는 비난이 줄을 이었다. ‘당신을 일하고 월급 받느냐’는 비야냥도 쏟아졌다.

16일 오전 11시, 조 교육감은 90도로 머리를 숙였다. 그리고 잠시 움직이지 않았다. 카메라에 듬성듬성한 정수리가 비쳐졌다. 얼굴엔 민망함과 송구함, 낭패감이 뒤섞인 채 어쩔 줄 몰랐다. 짧은 발언동안 그는 ‘죄송’과 ‘사과’라는 단어를 여덟 차례 언급했다.

하지만 여론은 더욱 날을 세웠다. 교육현장의 분노도 사그러들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쌓인 불만을 토해내듯 조 교육감을 무섭게, 그리고 야멸차게 몰아붙였다. 교육시민단체 할 것 없이 격렬한 논조로 집중포화를 쏟아냈다.

17일 아침 노트북을 열다 우연히 한 교사단체에서 보낸 성명서를 보게됐다. ‘분노와 우울을 넘어 실천교사들은 해야 할 일을 하겠습니다’란 제목의 간결한 성명이다.

성명은 “교육감이 교육현장의 사정을 너무 모르는 거 같다. 현장에서 자신의 직분에 충실한 교사들의 마음이 전해지지 않아 참담하다”고 했다.

이어 "조 교육감의 사과가 진정성있게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앞으로 그가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에 달려있다"고 각성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실천교사)도 코로나로 인한 국난극복을 위해 교사들이 무엇을 해야하는지, 어떻게 하는 것이 교육적인지 고민하겠다"고 선언했다.

언제나처럼 우리 아이들 옆에 서서 교사의 자리에서 해야 할 것을 고민하고, 공유하며, 실천하는 일을 계속하겠다는 다짐도 곁들였다.

조 교육감이 실언에 교사들이 분노하는 것은 십분 이해된다.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문제되기 시작한 지난 1월 23일 이후 서울시내 학교에 보내진 공문안 100여건이 넘는다. 2~3일에 한번씩 출근하고 서약서 쓰고, 돌봄에 매달리고, 언제 열릴지 모를 개학에 마음만 타들어갔다.

조 교육감의 한마디는 불길에 기름을 끼얹는 꼴이 됐다.

그러나 실천교사의 성명은 달랐다. 우리 사회가 기대하는 교사의 모습이 담겨있다. 분풀이 하듯 돌팔매질 하기보다 묵묵히 교단을 지키겠다는 교사로서 신념과 사명을 보여준다.

그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그곳에 계신 선생님들의 품격이 신선하게 다가오는 아침이다. 미래를 담보하는 교육은 최후의 보루다. 그분들에게 아이를 맡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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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 2020-03-17 13:17:27
인성이 보이네 ㅉ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