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정 칼럼] 무엇을 위한 긴급돌봄 확대인가!
[한희정 칼럼] 무엇을 위한 긴급돌봄 확대인가!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0.03.08 0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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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한희정 서울실천교육교사모임회장
한희정 서울정릉초교사
한희정 서울정릉초교사

2020년 3월 5일 목요일은 전교직원 출근일이었다.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마스크를 쓰고 출근했고, 여러 회의를 했다. 아이 맡길 곳이 없었는지 아이들을 데리고 출근한 교사들도 보였다. 전체 회의는 간단하게 마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학년별 회의를 계속 진행했다.

먼저, 3월 9일부터 3월 20일까지 돌봄 담당 교사 배정을 했다. 돌봄교실 아이들 중 등교하는 아이가 15명, 긴급돌봄을 신청한 아이가 1명, 이렇게 3학년은 모두 16명이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원칙에 따라 8명씩 두 반으로 나누고, 교실을 두 곳을 정하고, 근무 교사는 3인을 배정했다. 돌봄은 두 교실에서 이루어지지만 혹시 모를 비상상황을 대비한 것이었다.

그 다음, 온라인 학습 안내를 위한 자료를 준비했다. 개학이 3주 연기된 현재 상황이라면 수업일수 감축도, 수업시수 감축도 없을 것이고, 수업결손이니 학습결손도 없을 것이라 항변해보지만 위기 상황이니 묵묵히 자기가 맡은 과목 자료들을 정리해서 홈페이지에 올렸다.

그 다음, 학사운영 계획에 대해 협의를 했다. 최대한 학교자율휴업일을 줄여서 수업일을 보전하고, 안되는 수업일수는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을 2:1로 배분해서 감축하자, 1학기 현장체험학습은 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우니 취소하자는 의견으로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다. 교육과정 부장과 학년부장들은 이로써 학교 교육과정 운영계획을 세 번 짜는 셈이 된다. 2주 후에 어떻게 될지 모르니 기다리는 게 낫다는 의견과 그래도 모르니 미리 준비해두는 게 낫다는 의견으로 분분했다.

그리고, 다음 주 복무관리에 대해 협의했다. 기타 재택근무로 상신하되, 주 2회는 전직원이 학교에 출근하라는 지침이었다. 지침은 2-3일에 한 번이라고 나왔고, 법률상 주 1회 이상으로 되어 있다고 했지만, ‘가능하면 엄격하게’가 신조인 학교에서 3일에 한 번이니 3번 출근하면 안되느냐, 이런 말은 통하지도 않았다. 기존 지침에 따르면 임산부, 영유아 보호자인 교사는 자녀돌봄휴가나 연가 등을 사용할 수 있지만, 이 둘을 연동해서 해석하는 관리자는 별로 없는 거 같다. 안타깝게도 그렇다.

그렇게 회의에 회의를 하고 파김치가 되어 퇴근을 했다. 몸살이 왔고 밤새 앓았다. 몸살 증세가 분명함에도 ‘혹시 코로나는 아닐까’ 너무 염려가 되었다. 다음 날인 금요일 아침까지 호전되지 않았고,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혼자 방에 유폐되어 앓는 시간들은 모두 잠으로 채워졌고, 두 아이에게는 핸드폰을 주는 것으로 시간을 견디게 했다.

밤이 되어 근육통과 두통, 열은 거짓말 같이 사라졌지만, 긴급 돌봄 확대와 재택근무 서약서로 교사들의 커뮤니티와 SNS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비상시국이니, 교사도 공무원이니 하면서 참고, 참고, 참았던 것들이 폭발하는 느낌이었다.

정황을 살피니 실현불가능한 재택근무 보안 서약서 제출을 요구한 곳은 경기도와 부산 교육청 정도였고, 긴급 돌봄확대 관련 공문이 당일(6일 금요일) 학교로 발송된 곳은 서울 교육청 정도였다. 그마저도 접수가 안된 곳들이 대부분이었다.

[긴급]을 달고 내려온 공문은 한 쪽짜리 안내에 자료집계보고용 엑셀파일 하나 뿐이었다. 얼마나 다급했는지 충분히 가늠할 수는 있다. 긴급돌봄 확대할 것이니 3차 수요조사를 다양한 방법으로 적극 홍보해서 월요일 12시까지 제출하라, 중식은 매식이나 도시락으로 하고, 1인 5천원의 예산이 지급될 예정이며, 문의할 내용이 있으면 관할교육청의 교육협력복지과로 연락하라는 안내였다. 신청조건에 대한 어떤 언급도 없으니 안내해서 신청하면 다 받으라는 내용처럼 읽힌다.

이 비상시국에 교사들이 생각이 없어서 교육부 장관의 기자회견에 분노하는 것은 아니다. 개학 연기 소식을 뉴스에서 들었을 때도, 돌봄업무가 돌봄전담사와 같은 비정규직에 전가되고 있다는 인터뷰를 보면서도, 비정규직은 출근하는데 교사들은 41조를 쓰며 논다는 비아냥을 들었을 때도, 갑자기 문자가 와서 학교에 비축한 마스크를 걷어가겠다고 했을 때도, 어렵고 힘든 시국이니 그래도 정부를 믿고 지켜보자고 했었다. 그리고 오전 돌봄은 교사들이 담당하는 것이 좋겠다고도 했었다.

7시까지 돌봄확대, 필요하면 할 수 있다. 점심 도시락 제공도 그렇게 필요한 일이라면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동안 참고 지켜보자는 토닥임이 무너진 것은 바로 1주일 전, “마스크 긴급 수급 조치”가 만들어낸 혼란을 그대로 재탕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실제 마스크 긴급 수급을 담당할 우체국, 농협, 약국 등등은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도 않았다. 중복 구매나 긴 줄서기를 최소화할 방안도 마련하지 않고 언론을 통해 발표하고, 1주일 동안 비난에 휩싸였다. 결국 약국에서 의약품 처방조제 지원시스템(DUR)을 활용하여 중복 구매, 긴 줄서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발표를 다시 했다. 지금 시국에 공무원들이 얼마나 힘들게 일하고 있는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런데 예상되는 문제나 어려움을 살피지 않고, 긴급이라는 명분으로 일단 발표하고 보자는 게 아닌가 싶은 우려는 현실이 되었고, 재탕이 되었다.

기자회견을 하자마자 맞벌이 부부가 아닌 가정에서도 학교로 전화를 해서 월요일부터 그냥 보내면 되는 것이냐고 묻는단다. 아직 공문이 안와서 모르겠다고 하면 그냥 무능한 교사와 학교가 되는 것이다. 시도교육청 담당자들과 교육부가 사전협의를 했다면 기본 지침은 마련해놨어야 한다는 것, 그것이 어려웠다면 하루 정도 미뤄도 됐을 것이라는 점. 그것이 급할수록 돌아가지만 내실을 기하는 방법이라고 지적하는 것은 이 시국에 과한 비판인가? 민심용 대책이 부실하여 역풍을 일으키니 안타까운 상황 아닌가!

그럼에도 학교는 긴박하게 안내 문자를 보내고, 도시락 업체를 알아보고, 참가신청자 통계를 내고, 시간 연장에 따른 인력을 확보하여 기한에 맞춰 보고 공문을 보낼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긴급돌봄 중 확진자 발생으로 학교가 폐쇄되는 일만 발생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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