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학생 의지에 기대는 온라인 교육
[기자수첩] 학생 의지에 기대는 온라인 교육
  • 전은지 기자
  • 승인 2020.03.07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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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넷 e학습터
에듀넷 e학습터

코로나19의 기세가 ‘개학 추가 연기’라는 이름으로 교육계를 덮칠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사상 초유의 사태이니 말이다. 문제는 학습 공백인데, 이를 메우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것이 온라인 교육이다.

각 시도교육청은 유튜브를 활용해 실시간 생방송으로 수업을 하거나 에듀넷 e학습터, 위두랑 등 온라인 학습 서비스나 카카오톡, 밴드 등 SNS를 활용해 학급별로 방을 개설한다. 온라인 학습방을 통해 교사가 학습 자료를 올리면, 학생이 그에 따라 학습을 한 후, 교사가 피드백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표면적으로 보면, 이 같은 온라인 교육이 학습 공백 해소라는 측면에서 장점이 될 수 있지만 학생 개인의 의지에 따라 진행된다는 점에서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없을 것 같다는 의문이 생긴다.

실제로 경북도교육청에서 오전 10시부터 실시간으로 진행하는 학년별 수학 수업을 보니, 댓글로 수학문제 답을 올리는 학생들도 많고, 강의를 하는 교사의 수업 퀄리티도 모자람이 없어보였다.

그러나 800여명의 학생들이 실시간으로 듣고 있지만, 그 학생이 정말 3학년 학생인지, 호기심에 검색해서 들어온 일반인인지는 구분할 수 없는 노릇이다. 접근성 측면에서는 좋지만 실제로 학생들이 수업을 듣는지, 학습에 도움이 될 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학부모들도 온라인 교육에 대한 기대감이 커보이진 않았다. 학교에서 온라인 학습 방법에 대해 안내했지만 “이거 꼭 해야되나요? 어차피 개학하면 다시 다 배운다던데”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

온라인 교육은 2004년 각 시도교육청이 사교육 절감 및 교육격차 해소를 목표로 도입한 ‘사이버학습’이 시초다. 이후 스마트폰 사용량이 급증하는 등 시대변화를 반영해 2016년 모바일 서비스 고도화를 거쳐, 2018년 ‘e학습터’라는 이름으로 개편됐다.

이처럼 온라인을 이용한 학습 서비스가 도입된 지 16년이 넘었지만, 학부모들은 “접속해도 방법을 모르겠어서 그냥 꺼버렸다”는 반응을 보여 온라인 학습이 갈 길은 멀어 보인다.

또한, 온라인 학습에 대한 학업 성취도도 낮아보였다. OECD가 2015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학교에서 컴퓨터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나라보다, 적은 시간 활용하는 나라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더욱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난 2008~2011년 디지털교과서 연구학교 조사결과에서도 유의미한 효과가 있었다는 응답이 21.5%에 불과했다.

인프라 역시 부족하다. 교육부는 지난 2일 2020년 업무계획 발표에서 2024년까지 모든 초·중·고 교실에 와이파이(Wi-fi)를 설치하는 등 소프트웨어 교육, AI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예산 문제와 맞물려 제대로 운영될 지는 미지수다.

교육당국은 온라인 교육을 개학 연기의 대안으로 내놓았지만, 향후에 또 이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으리라곤 장담할 수 없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에 편승해 유행을 따라가는 교육이 아니라 더욱 실효성 있는 교육이 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춰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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