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업무계획 유감 .. ‘확실한 변화’의 난맥상을 예감하다
교육부 업무계획 유감 .. ‘확실한 변화’의 난맥상을 예감하다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0.03.04 14: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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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한희정 서울실천굥육교사모임회장
한희정 서울 정릉초교사
한희정 서울 정릉초교사

2020년 3월 3일, 대한민국은 엄청난 ‘변화’를 확실하게 체감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위력에 교육부는 개학을 3주 연기하는 강수를 두었고, 수업일수 2/3 이상이라는 학년 교육과정 수료의 마지노선마저 지키지 못할 경우를 대비한 온라인 수업 출석인정이라는 초강수가 논의되고 있다는 설들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그 와중에 교육부는 “확실한 변화, 대한민국 2020! 국민이 체감하는 교육혁신, 미래를 주도하는 인재양성”이라는 2020년 업무계획을 발표하였다. 코로나-19로 좀 늦게 발표하긴 했지만 해마다 하던 일이고, 필자도 2006년 즈음부터 발표가 나면 살펴오던 것들이라 관성처럼 보게 되었고, 마음이 매우 무거워졌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코로나-19의 기세를 꺾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고, 국민들은 이에 대한 화답으로 ‘사회적 거리두기’와 온정 나누기를 실천하고 있는 이 때, 부정의 언사를 풀어놓는다는 것은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다. 이미 말도 안되는 억지와 왜곡, 비과학적 거짓 선동이 온-오프라인에서 넘쳐나고, 어느 정도 상식선에서 선을 그으려는 사람들조차 지쳐가는 이 때, 정부와 교육당국을 비판하는 것은 ‘금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잘 해보자고, 응원을 해도 모자랄 판임은 틀림없다.

그럼에도 ‘포용’, ‘혁신’, ‘공정’, ‘미래’의 가치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겠다는 핵심 정책들이 공허한 말들의 잔치로 보인다는 것만은 꼭 지적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일개 초등교사가 쓰는 칼럼 하나가 얼마나 영향력이 있겠냐, 그러니 해야 할 말은 하자는 게 속마음이기도 하다.

2020년 초연결사회는 좋은 것만을 선사해주지 않는다. 오히려 ‘나’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왜곡된 정보, 편파적 의견, 마녀사냥식 몰아세우기로 익명의 다중이 한 사람, 한 공동체의 운명을 쥐고 흔들 만큼 해악도 큰 사회가 되고 있다. 이는 한국사회만의 문제도 아니다. 전세계적 현상이다. 그런 세계에서 “국민이 체감하는 교육혁신”이라는 구호는 너무나 공허해서 헛웃음이 나온다.

지나친 비관도, 지나친 낙관도 금물이다. 냉정하게 현실을 보자. 지금 사회가 “교육혁신”을 국민이 체감하도록 할 수 있는 사회인가? 그 국민은 누구인가? 정시만이 공정하다고 외치며 온라인에 온갖 혐오의 댓글을 다는 키보드 워리어들인가? 여론 조사인가? 맘카페인가? 무엇이 ‘혁신’인가조차 하나로 합의하기 어려운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10대 핵심과제로 △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 △ 민주시민교육 활성화, △ 고교 서열화 해소, △ 일반고 역량 강화, △ 고교학점제 추진, △ 학교공간 혁신, △ 대입 공정성 강화, △ 사학혁신, △ 대학‧전문대학 혁신, △ 고졸 취업 활성화를 들고 있지만 “확실한 변화”나 “체감”할만한 것은 별로 없는 것 같다. 60쪽이 넘는 자료들을 모두 읽어보아도 ‘바로 이거야!’ 싶은 것보다 한숨 나오는 게 더 많다면 이것은 지나친 비관일까?

“포용-유아부터 초등까지 학부모가 안심할 수 있는 책임교육”, “혁신-혁신을 선도하는 미래인재 양성”, “공정-교육 공정성 강화를 통한 신뢰 회복”, “미래-미래교육체제 선제적 준비 착수”로 구체화된 주요 업무계획을 살펴보면 “미래교육체제 준비”라는 명목으로 몰고 올 바람의 방향이 도대체 어디로 갈 것인가 궁금해진다(구체적 내용은 교육부 보도자료 참고).

“교육체제 혁신 로드맵”에 따르면 2020년은 2022년 국가교육과정 전면 개정을 위한 “개정 기초연구”가 진행되고, 2024년 미래형 대입확정을 위한 “미래형대입 정책연구”가 진행되고, “교원 종합대책”이 수립되는 해이다. 계획만 세우는 해인데 어떻게 국민이 체감하도록 하겠다는 것인지 모호하긴 하지만, 무엇보다 교육체제 혁신 로드맵이 그리 간단히 6개월짜리 정책연구로 갈음될 것인지도 의문이다. 그러니 “국민이 체감하는 교육혁신”의 난맥상을 예감한다. 2017년 이후 현 정부의 교육정책에서 익히 보아온 것이다.

“올해 교육에 대한 국가 책임과 교육 공정성을 한 단계 높이”겠다는 교육부 장관의 말을 읽으면서 “국가 책임”이라는 말이 이렇게 무겁고 무섭게 다가온 적이 있었나 싶다. 2019년 입시체제를 뒤흔들면서 “공정성”에 발목 잡혔던 것처럼, 2020년 코로나-19 사태에서는 “국가 책임”에 발목 잡히지는 않을까 염려스럽다. 그럼에도 2020년 정말 국민이 체감하는 교육혁신을 이룰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허언 아닌 허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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