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보다 무서운 '혐오' 바이러스
코로나보다 무서운 '혐오' 바이러스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0.02.26 10: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

신종 바이러스는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우리 인류를 괴롭힐 것이다. 신종 바이러스가 창궐하면 그와 함께 더 극성을 부리는 것이 공포와 혐오(차별) 바이러스다.

전세계가 인터넷으로 연결된 2020년 현재, 공포와 혐오 바이러스는 빛의 속도로 세계에 전파되면서 개인과 사회의 신종 바이러스 대응력을 떨어뜨리고, 신뢰를 파괴하며, 사회 전체의 자원 낭비를 초래하는 등 바이러스 자체보다 훨씬 더 치명적인 결과와 후유증을 가져온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신종 바이러스 사태 앞에서 개인과 조직, 언론, 정치권, 그리고 정부는 때로 그렇게 비합리적로 행동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밝히는 것이다.

근본적인 원인 분석 없이 이분법적으로 혹은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문제만을 지적하고 비난하며, 그러한 행동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면 다음에 유사한 재난 상황에 직면했을 때 같은 문제가 다시 반복될 것이다.

재난 앞에서 국민은 국가로부터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만일 정부가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면 끝까지 그 책임을 물으려 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위기 상황에서의 강력한 대처는 인권 문제와 개인 피해를 야기한다.

그 과정에서 사회 전체를 위해 희생된 사람, 인권 침해를 포함한 정신·신체·재산상의 피해를 입은 사람, 사태 극복을 위해 헌신한 사람들과 가족에 대한 사회적 존중과 보상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이들에게 국가가 어떤 보상을 어떻게 하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한 상세한 원칙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국민이 이기적인 행동을 하는 대신 국가를 믿고 따르게 될 것이다.

이러한 체제 구축을 위해 교육이 해야 할 역할이 많다.  사용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은 ‘탈학습(unlearning)’ 교수법이다.

이미 편견과 혐오 차별의식을 갖고 있는 사회 구성원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을 던지고, 또한 더 발전된 지식을 받아들이기 위해 낡은 지식을 과감하게 버리고, 제대로 된 지식과 관점을 갖도록 할 때 우리 인류는 더 밝은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

신종 바이러스 대처에 대한 정당(정당 지지자 포함)들의 입장은 집권당이 되었을 때와 야당이 되었을 때 크게 바뀐다. 이들의 상호견제는 공포와 갈등 조장이라는 부정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정부와 집권당이 더 나은 대안을 탐색하고, 최선의 대응을 하도록 이끄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신종 바이러스 등장과 같은 위험 상황에서 이들의 마음속에 국가와 국민의 밝은 미래가 우선인지 아니면 정권 연장이나 획득이 우선인지를 제대로 판단할 역량을 갖도록 길러주는 것도 교육이다.

그리고 위험 상황에서 공포와 혐오를 표출하며 각자도생을 모색하기보다는 공동체로서 집단 생존과 밝은 미래를 위해 어려운 상황에 처한 감염자와 주변인을 이해하고 나아가 물심양면으로 돕는 개인과 집단이 되도록 이끄는 것도 교육이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코로나 19 등 신종 바이러스가 우리 인류를 소멸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우리 교육계와 정치권은 사태를 진정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할 제반 문제를 최소화하면서 동시에 사회적 보상 체제도 구축해가야 한다.

코로나 19 사태가 우리 사회에 저주가 될지, 아니면 우리 사회가 새로운 공동체로 한 발 나아가게 하는 축복(값진 기회)이 될지는 교육계와 정치계가 어떻게 손을 잡고 노력할 것인가 달려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