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종의 ‘교육시론’] "교원 명예퇴직 수퍼 전파자는 누구?"
[박은종의 ‘교육시론’] "교원 명예퇴직 수퍼 전파자는 누구?"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0.02.22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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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은종 공주대 겸임교수
박은종 공주대 겸임교수
박은종 공주대 겸임교수

정년을 채우지 않고 교단을 떠나는 유·초·중·고교 교원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금년 2월 말 기준 명예 퇴직(명퇴)하는 전국 유·초·중·고교 교원은 6,669명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6,020명보다 649명(10.8%) 증가했다. 이는 지난 2017년 3,652명, 2018년 4,639명과 비교했을 때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교원 명퇴는 2월과 8월, 한 해 두 차례 시행하므로 오는 8월말 통계를 합산하면 더욱 증가할 것이다.

일선 교육현장에서 명예퇴직을 신청하는 교원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이를 완화시키기 위한 정부의 특단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최근 교원들의 명퇴 급증의 이유는 크게 교권추락과 연금제도 개혁으로 유추되고 있다. 특히 최근 학생학부모들에 의한 교권침해가 명퇴를 부추기는 기제로 작용해 충격을 주고 있다.

실제로 한국교총이 지난해 스승의 날을 맞아 전국 유·초·중·고, 대학 교원 5,493명을 대상으로 모바일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명퇴 교원이 급증한 이유로 응답자의 89.4%가 교권 추락, 73.0%는 ‘학부모 등의 민원 증가’를 선택했다.

학교에서 교원들에게 자긍심과 보람을 느끼게 하는 교육환경을 조성해 대규모 명예퇴직을 방지해야 한다. 학교가 교원들이 진정한 스승으로 우대받을 수 있는 행복배움터로 거듭나야 하는 것이다. 불가침 성역인 학교와 교권을 수호해줘야 한다.

특히 ‘군사부일체’,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진부한 이야기까지는 아니더라도 교원의 사기 진작책이 요구되고 있다.

더불어 작년 국회를 통과한 아동복지법·교원지위법·학교폭력예방법 등 ’교권 3법과 시행령을 현장에 안착시키고 교육부, 교육청, 교육지원청 등 교육당국이 학생 생활지도 가이드라인매뉴얼 등을 만들어 실질적인 친화적 생활지도가 가능하게 해야 한다.

아울러 금년 3월 신학기부터 학교폭력예방법과 시행령에 따라 과거 단위 학교에서 관장하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업무가 지역 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로 이관 확대되는 것도 학교폭력, 학생·학부모들의 교권 침해와 결부된 조치이다.

한편, 교원 연금 지급 개시 연령 변경 개선이 교원 명예퇴직 신청 급증을 불러왔다. 지난 2015년 공무원연금법과 사립학교교직원연금법이 개정되면서 이전에 퇴직하면 다음 달부터 연금을 수급하던 제도가 연령에 따라 다르게 개정됐다.

즉 2016년부터 2021년 사이 퇴직한 교원까지만 60세부터 연금을 지급받게 개정됐다. 관련 법률에 따르면 오는 2022~2023년 퇴직한 교원은 61세, 2024~2026년 퇴직한 교원은 62세, 2027~2029년 퇴직한 교원은 63세, 2030~2032년 퇴직한 교원은 64세, 2033년 이후 퇴직한 교원은 65세 등 퇴직이 늦어질수록 연금 지급 개시 연령도 높아진다.

퇴직을 앞두고 있는 교원이라면 일찍 일을 그만두고 연금을 받는 게 유리할 수 있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미리 떠나는 것이 경제적으로 더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개악된 것도 교원 명퇴 급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사료된다.

실제로 교원들의 명퇴에는 학생·학부모들의 교권침해도 큰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명퇴 교원들은 대개 교권 추락, 교권침해로 교원으로서 보람을 느끼기 어려워 교단을 떠난다.

학부모들이 학교 교원들을 마치 서비스센터에 항의하는 고객처럼 구는 학교, 교단 현실이 우리나라 교육의 민낯이다.

수업 시간에 자는 학생들을 깨우면 들은 체도 않고, 학부모들은 학원 수업이 늦게 끝나니 자게 놔두라고 하는 것이 현실이다.

교원들의 흔한 하소연을 생각하면 명퇴로 떠날 수밖에 없는 이들의 심정도 이해가 간다. 그런데 교원들이 떠나고 싶은 학교를 학생들도 다니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한국 교육이 큰 낭떠러지에 처한 것이다.

해마다 학교를 그만두는 학생 수가 3만여명, 학교 밖 청소년은 40여만명이나 된다. 그들은 대개 학교에 다니는 의미가 없어 그만둔다. 교원들도 학생들도 떠나고 싶은 학교가 대한민국 교육 현주소다 큰일 인 것이다. 교원들과 학생들이 떠나는 학교, 대한민국 교육의 위기인 것이다.

많은 국민들이 학교가 싫어서 학생들이 가기 싫은 학교, 교단이 힘들어 학교를 떠나는 교원들이 자화상을 보면서 21세기 세계화 시대 한국 교육을 걱정하고 있다.

특히 20-30년 전 청운을 품고 강력한 경쟁률을 뚫고 희망을 가졌던 교원들, 청운의 꿈을 품고 교단에서 젊음을 바친 교원들이 명퇴하고 학교를 떠나는 뒷모습이 한없이 안타깝고 쓸쓸해 보인다.

교육 조직인 학교는 교육이 본분이다. 그 교육의 주체는 교원들이다. 그러므로 학교는 노장청(老壯靑)이 조화가 그 어느 조직보다도 강력하게 요구되는 조직이다. 젊은 교원들의 패기, 원로교원들의 경륜, 장년 교원들의 완충 역할이 요구되는 조직이 학교다.

교육당국은 이제부터라도 경력 교원들의 집단 명퇴를 막을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명퇴 교원 감소를 위한 노력을 신규 교원 채용 정도에 견주어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제도가 문제면 제도를 개혁하고, 현실이 문제면 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

교육자로서의 전문성과 역량이 최고조에 이른 교원들이 교육 외의 외부적 환경에 의해 자의반타의반 명퇴하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다. 교원 명퇴 급증은 교육력 약화로 귀결되고 대한민국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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