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리교육은 왜 역량과 잠재력으로 가야하는가?
[기고] 우리교육은 왜 역량과 잠재력으로 가야하는가?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0.02.21 11: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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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배영직 서울교육연구정보원 교수학습정보부장
배영직 서울교육연구정보원 장학관
배영직 서울교육연구정보원 교육연구관

지금 교육정책에서 많이 다루고 있는 ‘핵심 역량’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학습될 수 있는 것으로 지적 능력, 인성, 태도, 기술 등을 포함하는 다차원적인 개념으로 향후 직업 세계를 포함하여 미래의 삶에 성공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요청되는 능력’으로 정의(한국교육과정평가원, 2012)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시각으로, 다양한 측면을 모두 충족하여야 하는 능력으로 역량의 개념을 접근하기보다는, 미래의 삶에 성공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요청되는 능력의 의미로 ‘인간다운 삶을 영유할 수 있는 힘(인간력)’으로 표현할 수 있다(배영직, 2018).

각 역량은 독립적인 의미보다는, 서로 연계된 융복합적인 요소로 접근하는 것이 타당하다. 즉, 인지역량, 감성역량, 인성역량은 서로 연계되어 발휘하는 능력으로 보아야 하며, 어느 하나의 역량에만 치중하거나 어느 하나의 역량만을 기르면 된다는 설정은 유의하여야 할 부분이다.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일곱 가지 교육 미신(데이지 크리스토둘루 저/김승호 역, 2018)’, ‘수업시간에 자는 아이들(성열관, 2018)’ 등에서 다양하게 제기된 바와 같이 최근 학생 역량과 학력에 대한 오해가 있고 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부분이 있기에, 본 논의를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교육과정의 지침과 교육청에서 설정한 역량은 교육활동에 도움을 주려는 가상 이론 성격의 정의라고 보아야 한다. 가상의 이론은 기존의 이론이며 지식이다. 지식은 학교 현장에 들어가는 순간, 하나의 자료에 머물 뿐이며, 영원한 진리가 될 수는 없다.

기존 지식을 그대로 적용하여 그 역량에 맞추어서 학생에게 적용하려면 무리가 따른다. 즉, 각 영역에 정확하게 일치하는 학생의 역량을 찾는 것은 어려움이 많다.

특히, 학교교육의 모든 교육계획서와 교수학습과정안 등에 그 역량을 꼭 맞추어 넣도록 하는 것은 필수라기보다 상황적 선택이 적절하다.

다만, 교육계획 설계 및 수업 흐름의 측면에서 지향하는 방향 설정의 의미로 필요성은 있다.

이처럼 역량에 대한 시각은 기초적인 지식이 충실히 확보된 학생들에게 역량이 길러진다고 보는 측면과 흥미와 재미 등의 활동과 참여를 거치는 과정에서 자연히 역량이 길러진다는 측면으로 나누어져 있다. 이는 오랜 정통적인 교육과 변화를 추구하는 교육의 양 측면이 우리에게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량 중심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인간상을 보거나, 교육 방향이나 플립러닝 및 액션러닝 등의 수업 방법에서 제시하고 있는 변화를 보면, 후자에 더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쪽에서 언급한 것 같이 역량은 중복성과 복합성 그리고 융합적인 의미를 지닌다. 역량은 인간 중심의 관점에서 인간다운 힘을 기르는 것이다. 다양한 교육 활동과 참여 그리고 그것을 하려고 하는 의지 등 다차원적인 의미로 해석하여야 하는 것이 역량이다.

다음으로, ‘잠재력’은 사전적으로 ‘아직 완전히 사용되지 않는 능력과 기술 또는 현재 보여주고 있는 것보다 더욱 잘할 수 있다는 기대와 정도’를 의미한다. 역량과 잠재력은 구분이 되며, 역량을 넘어 잠재력으로 간다고 보는 측면이 일반적인 해석이다.

역량은 이미 길러진 능력에 좀 더 가깝고 잠재력은 현재 가진 역량보다 확대할 수 있는 예측 가능하거나 새로운 것을 창출하는 의미에서 미래의 능력이라고 볼 수 있다. 잠재력은 잘 보이지는 않지만 기대되는 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역량과 잠재력의 명확한 개념적인 구분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학생들이 자기 능력을 무한하게 확대할 수 있다고 믿는 중첩적 의미로, 앞으로 추구하는 우리 교육의 지향점이라는 것에 초점을 두고 추가적인 연구와 논의를 지향할 필요가 있다.

본 논의의 관점은, 우리 학생들을 미성숙하고 부족하여 기존 지식을 채우는 존재로 바라보고 반복해서 쓰고 외우는 것에 중점을 둘 것인지, 아니면 기존 지식을 가지고 서로 논의하고 협력하면서 새로운 지식을 재창출할 수 있는 무한한 역량과 잠재력을 가진 존재로 볼 것인가에 중점을 둔다.

우리는 최근 시대적 변화의 흐름을 선도하는 기업에서는 스펙(학력, 인증, 자격증 등)이 많은 사람, 과도하게 헌신하는 사람, 매력적인 사람, 야망 있는 사람을 주요 인재 채용에서 오히려 제외하고 있다는 아이러니한 현상을 주목하여야 한다. 이것은 교육과정 또는 진로교육 측면에서 어떤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그러면, 학생 역량과 잠재력 함양이라는 관점에서 우리 교육의 실천적인 변화를 위한 방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 교육은 추구하는 인간상의 변화를 담아야 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어떻게 하면 지식을 많은 양과 빠른 속도로 인지하여 자기의 머릿속에 넣을 것인가에 관심을 두었다.

그런데 점차 빠른 지식 습득과 인지가 아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인지 정도를 되돌아보고 스스로 깨달아가는 성찰의 의미를 강조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개인의 지적인 인지 능력만을 가진 인재보다 스스로 또는 협력하여 성찰하는 능력을 갖춘 인재를 미래 사회 인재로 보고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육청 초․중등교육과의 교육과정 기획 부서나 정책 실행 부서에서는 이런 변화를 중점적으로 반영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는 2015 개정 교육과정(2015)과 서울혁신미래교육과정(2016)에서 추구하는 것과 그 맥을 같이한다고 본다.

둘째, 추구하는 인간상에 따라 교육 방향은 나열식에서 플랫폼식으로 변화하여야 한다. 기존에는 많은 지식을 가지고 그것을 글이나 말로 표현하거나 설명하는 나열식 형태를 중요하게 여겼다. 그런데 점차 새롭고 빠르게 변화하는 미래 사회에서는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고 표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무엇인가 새롭게 재창출하여 만들어내는 것을 요구한다.

그렇기에 함께 모여 논의하고 고민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가치와 문화를 형성하고 지식을 재창출하게 되는데, 우리는 이를 플랫폼식이라고 한다.

교육과정 기획 부서와 정책 실행 부서에서는 학교 안내 및 추진 시 이 교육 방향에 맞은 내용이나 프로그램을 담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교육 방법은 토의토론형의 변화를 담아야 한다. 기존에는 논쟁이나 찬반으로만 접근하여, 논쟁에서 이기는 방법으로만 토의토론을 활용한 측면이 있다.

토의토론의 최종 목표는 구성원들이 창의적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어떻게 의사결정을 잘하는가에 있다. 구성원이 만족하는 의사결정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어떤 논의와 협의는 의사결정을 잘하기 위한 방안이라는 것을 인식하여야 한다.

토의토론, 독서, 실행 프로그램 등 정책 실행 부서에서는 교육 방법을 제공할 경우 이 부분에 중점을 두고 그 내용을 담아내야 할 것이다.

넷째, 교육 평가는 분석과 판단의 변화를 담아야 한다. 기존 평가 방식은 학습지나 틀과 양식을 채우는 것을 최종 목표로 인식하고 있었다. 일부 학습지 채우기는 정형화된 기존 지식에 대한 오개념이나 오류가 존재하고 있고 기존 지식에 대해 새롭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기존의 지식과 사실을 놓고 분석하고 판단하여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것이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창의융합형 인재이다.

교육청의 학생 평가 부서에서 기존 지식 습득에 대한 나열식 학습지 형태 평가 방식에 반성적 고민을 담아서 과정 중심 평가 등을 전면적으로 또는 일부 도입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있고, 어떤 경우에는 해당 부서의 세부 실행 계획에 이 부분과 반하는 내용도 없지 않다는 것이 아쉬운 현실이다.

위의 4가지 교육 방향의 변화는 새로운 지식관과 학습관에 따른 변화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 국가 수준에서는 학생 역량과 교육 방향의 변화를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역량 중심 교육과정으로 반영하였다. 시도교육청(서울) 수준에서는 지성을 기르는 인지역량, 감성과 건강을 키우는 사회・정서 역량, 인성 및 시민성을 함양하는 자치・참여 역량을 설정하여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 학생의 역량과 잠재력 함양을 위한 교육 변화의 핵심 의제를 살펴보았다. 이를 교육과정 기획 부서나 정책 실행 부서에서 중점으로 고민하여 나갈 방안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여 제시한다.

첫째, 교육과정을 기획하는 부서에서는 2015 개정 교육과정(2015)과 서울혁신미래교육과정(2016)에서 추구하는 방향과 일관성을 가지고 나아가야 한다. 최근 교육청 관련 지원 자료에는 ‘교육과정–수업–평가’의 일관성을 유지하여 추진하는 것을 핵심으로 접근하고 있으며, 이는 긍정적인 변화이다.

대표적으로 창의지성・감성 교육과정의 ’교실혁명 프로젝트’, ‘우리가 꿈꾸는 교실(꿈실)’ 등은 학생 참여 선택 활동과 협력적 프로젝트라는 수업 방향과 방법적인 안내를 담고 있으며, 역량과 잠재력 함양이라는 방향을 중점을 두고, ‘교육과정–수업–평가’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유의미한 접근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서울특별시교육청(2018~19)에서 발행하여 보급한 자료 중, ‘새로운 상상으로 여는 학교 교육과정’, ‘수업을 프로젝트하다’, ‘과정 중심 평가를 프로젝트하다’ 등은 미래교육을 지향하는 유의미한 자료이다.

나아가서 ‘새로운 상상으로 여는 학년/학년 학급 교육과정’으로 학년/학급 단위의 교육과정 재구성 및 평가의 세부 방안을 구체적이고 일관성을 유지하여 담아내었다, 전체적으로는 2015 개정 교육과정(2015)과 서울혁신미래교육과정(2016)의 기본 정신을 바탕으로 ‘교육과정–수업–평가’의 일관성을 유지하여 정책을 추진한 좋은 사례이다.

둘째, 진로교육을 포함한 해당 부서에서도 그 분야의 전문성을 담되, 2015 개정 교육과정(2015)과 서울혁신미래교육과정(2016)의 일관성 측면에서 진행될 수 있도록 정책을 재정비하여 추진할 필요가 있다.

각 부서에서 세부 정책을 추진할 시에는, 학생의 역량과 잠재력을 추구하는 2015 개정 교육과정(2015)과 서울혁신미래교육과정(2016)의 방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각론이 총론의 가치를 잘 담도록 하여야 하고, 총론의 가치와 다른 부분이 있는지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지식・지능・인지 중심의 학력으로 되돌아가려는 경향에서 제기하고 있는 ‘역량 홍수의 과부하’와 ‘기초학력 저하’의 문제 등을 포함하여 충분히 성찰하면서도 교육 본질인 역량과 잠재력의 관점에서 재정비하여야 한다.

교육청과 학교는 진로교육의 시대적 변화와 학교 교육력 제고에 기여하는 측면에서 역량과 잠재력을 추구하는 교육과정과 수업의 변화에 대한 지속적인 고민과 공동사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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