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정 칼럼] 누가 누구에게 '코드인사'라 하는가!
[한희정 칼럼] 누가 누구에게 '코드인사'라 하는가!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0.02.14 10: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사‘자문’위원회라는 명칭으로 수십 년간 코드인사를 해 온 그들은 누구?
글 한희정 서울실천교육교사모임회장
한희정 서울실천교육교사모임회장
한희정 서울실천교육교사모임회장

2020년 2월 14일, 오늘이면 아마도 대부분의 학교에서 담임 및 보직교사 임명이 마무리되었을 것이다. 현장교사들이 주로 사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에는 ‘부장교사’를 희망했지만, 희망자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부장으로 임명되지 못했다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이에 대해 누구는 “우리학교로 와 달라” 러브콜을 보내기도 하고, 또 누구는 “나도 똑같은 일을 당했다”는 미투 아닌 미투로 화답하기도 한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 처지인지라, 미투투투투를 외치고 싶은 심정이다. 1학년 담임과 부장을 희망했으나 무슨 이유인지 미끄러졌고, 희망하지도 않았던 교사가 부장이 되어 울상을 짓고 있고, 1학년 담임 한 자리는 공석으로 남겨져 있다. 그 자리에는 아마도 신규교사나 타시도에서 파견 오는 교사들이 들어가게 될 것이다.

이렇게 뭐 좀 잘 해보자고 부장교사를 희망했으나 분명한 이유 없이 ‘부장’ 임명을 받지 못한 교사들은 공통점이 있는데 대체로 관리자의 학교 운영에 문제 제기를 하고 비판하는 교사들이라는 점이다. 노조 활동을 하거나 교원단체 활동을 한다는 점도 그렇다.

학교에는 ‘인사자문위원회’가 있고, ‘인사규정’이 있다. 인사자문위원회를 통해서 ‘인사규정’을 마련하고 그에 따라 업무 및 학년, 보직 등의 희망서를 받는다. 그러나 문제는 언제나 애써서 만든 ‘인사규정’이 종이호랑이만도 못해서, 인사규정과 전혀 상관없는 인사가 단행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인사‘자문’위원회일 뿐이고 인사권은 ‘학교장’에게 있다는 그악한 답변으로 정리된다. 한마디로 학교장의 코드인사다.

다년간의 인사자문위원 경험에 따르면 인사자문위원회의 회의록이 조작되는 것 또한 부지기수다. 회의 전에 회의록을 미리 꾸며 놓거나 회의 시 내가 하지도 않은 말을 한 것처럼 써서 서명을 하라고 해서 내가 한 말이 아니니 빼달라고 한 적이 있을 정도니 말이다.

이런 코드인사를 수십 년간 단행하고 있으면서 선출직인 교육감이 ‘코드인사’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걸 보면 거울은 보고 사는가, 묻고 싶다. 오죽했으면 혁신학교에서 가장 먼저 내세우는 것이 우리는 담임, 교과, 보직 배정을 전 교사가 함께 모여서 포스트잇을 붙여가면서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한다는 것이었을까!

교육부 훈령 제273호 ‘교육공무원 인사관리규정’에 따르면 다음과 같이 명시되어 있다.

제8장 단위학교별 교원인사자문위원회
제34조(설치) 임용권자는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인사행정을 구현하기 위해 단위학교별 교원인사자문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다.
제35조(운영) 각급학교에 설치하는 단위학교별 교원 인사자문위원회의 운영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임용권자가 정한다.

인사‘자문’위윈회는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인사행정을 구현하기 위”함이지, 학교장의 코드 인사를 위하 들러리 서는 위원회가 아니며, 그 운영에 관해서는 “임용권자”가 필요한 사항을 정하도록 되어 있다. 그렇다면 서울시교육감은 단위학교별 교원 인사자문위원회의 운영에 관해 어떤 사항을 정해놓고 있을까?

서울시 교육청의 ‘2019학년도 초등학교 교원 및 교육전문직원 인사관리원칙’과 ‘2019학년도 특수학교(초등) 교원 및 교육전문직원 인사관리원칙’의 제2조 4항, ‘2019학년도 중등 교원 및 교육전문직원 인사관리원칙’의 제2조 5항에 따르면 “단위학교별로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인사행정을 구현하기 위하여 교원인사자문위원회를 설치 운영한다”고 나와 있다.

필자가 과문한 탓인지 모르겠으나 ‘단위학교별 교원 인사자문위원회’ 운영에 관한 서울시교육청의 이 외 다른 원칙을 찾지 못했다. 교육부 훈령의 “설치할 수 있다”를 “설치 운영한다”로 바꾸었을 뿐 그 어떤 운영 사항도 없다. 임용권자인 서울시교육감은 단위학교 인사자문위원회가 설치만 되면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인사행정을 구현하게 될 것이라고 믿고 있는 모양이다. 그렇게 믿고 있는데 코드 인사를 한다고 역공을 받으니 억울할지도 모르겠다.

소위 ‘진보’ 교육감 10년이라는데 각 학교의 인사자문위원회는 안녕하신가? 학교장이 어떤 사람이 오느냐에 따라 아직도 규정이나 제도가 아니라 인사권자에 따라 민주적이거나 비민주적이거나, 합리적이거나 비합리적이거나 왔다갔다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것 아닌가? 필자의 경험이 그렇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