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현 칼럼] 선생님의 스토브리그
[박정현 칼럼] 선생님의 스토브리그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0.02.10 22: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 박정현 한국교육정책연구소 부소장
박정현 인천만수북중 교사
박정현 인천만수북중 교사

스토브(stove)는 난로를 뜻한다. ‘스토브리그’는 야구의 한 시즌이 끝나고 다음 시즌이 시작하기 전까지의 기간으로 계약의 갱신, 방출, 트레이드가 이루어지는 기간을 의미한다.

야구 팬들이 난로(stove) 근처에 앉아 팀의 노력에 대한 평(評)을 한다는 데서 생긴 말이라고 한다.

프로야구는 성적에 따라 평가가 좌우되는 냉혹한 승부의 세계이다. 경기가 없는 비시즌이지만 어느 때보다 치열한 반성과 준비의 과정을 통해 다음 시즌을 대비하는 것이다.

최근 드라마 <스토브리그>는 탄탄한 구성과 현실감 넘치는 이야기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야구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야구 경기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고 제목처럼 스토브리그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꼴찌팀인 드림즈의 문제를 냉정한 관점에서 고쳐가는 신임 단장의 노력과 팀워크를 다져가는 직원들의 모습은 야구 경기 자체보다도 더 큰 재미를 주고 있다.

야구를 워낙 좋아하는 필자 역시 본방사수를 하고 있는데, 드라마를 보며 우리 선생님들에 대한 생각이 많이 들었다.

‘선생님의 스토브리그’는 바로 ‘방학’이 아닐까? 교직에 있지 않은 분들은 선생님들의 방학에 대해 부러움 반, 부정적 생각 반의 시선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방학 중 실시되는 연수에 대해 날 선 비난을 하는 경우도 있고,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선생님들은 방학 기간을 스토브리그의 시간으로 보낸다.

한 학기 동안 진행된 수업과 지도 내용을 반성하고 잘된 점과 부족한 점을 찾는다. 그리고 야구팀이 전력을 보강하듯 전문성을 키워가는 소중한 시간으로 활용한다.

선생님의 전문성은 개인적 차원이 아닌 수업과 생활지도에 바로 적용된다는 점에서 아이들의 교육과 직결된다.

교육 환경이 정말 빠르게 변하고 있고, 새로운 콘텐츠를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가르쳐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준비가 필요하다.

과거처럼 필기노트 하나로 몇 해 동안 같은 내용과 같은 방법으로 가르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뿐 아니라 공직자로서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역량을 채우는 소중한 시기이기도 하다. 학기 중에는 이수하기 어려운 안전, 청렴 등의 연수를 이수할 수 있는 실질적으로 기회를 갖게 된다.

이처럼 더 나은 수업과 직무 수행을 위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갈 수 있는 시간들이다. 이러한 내용에 대해 평상시에 하면 되지 않느냐는 반론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교직의 특수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일반 직장의 경우 연가의 사용이 상시로 가능하지만, 교직은 업무의 특성상 개인적 사유로 연가를 사용하기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많은 선생님들은 대부분의 연가를 방학 기간 동안 사용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선생님들의 미사용 연가에 대한 연가보상도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을 감안해 줄 필요가 있다.

방학 기간에도 학교는 여전히 운영되는 행정기관이다. 공문을 처리하고 각종 민원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곱지 못한 시선을 보내는 데 대해 선생님들 스스로도 냉정하게 반성을 할 필요가 있다.

공식적인 업무 수행의 필요가 있는데도 방학이라는 이유로 업무를 회피하거나 자기연찬의 노력을 게을리하는 경우가 있다면 반성과 개선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하지 않는 일이라고 해서 자신의 기준으로만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조금은 열린 시각으로 교단을 바라봐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글을 읽는 선생님들께서는 이번 겨울 스토브리그를 어떻게 보내셨는지 되돌아보고, 더욱 멋진 새 시즌을 준비해보시길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