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현 칼럼] 인공지능은 함수이다.
[박정현 칼럼] 인공지능은 함수이다.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0.02.05 2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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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정현 한국교육정책연구소 부소장
박정현 한국교육정책연구소 부소장
박정현 한국교육정책연구소 부소장

‘함수’, 사실 이 단어는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근원적 공포를 불러오는 단어였다.

문과 출신인 필자에게 수학은 가까이 하기엔 부담스러운 영역이었고 ‘함수’라는 말만 들어도 어렵게만 느꼈던 것이다.

교직에 와서 각종 문서 작업을 하며 ‘함수’를 다시 만나게 되었고, 문서 작업에 필요한 함수식을 능수능란하게 적용하는 동료들을 보며 신기함과 동경을 느끼며 더욱 먼 이야기로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런 공포를 떨쳐낼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최근에 한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아달라는 제의를 받았다.

인공지능과 관련한 주제였는데, 평소 막연하게나마 흥미를 갖고 있었던 내용이라 별 고민 없이 승낙하였다(처음에 ‘AI’라는 단어만 듣고 잠시 ‘조류독감’ 관련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하기는 했음).

두 명의 진행과 전문가 강의가 함께 하는 열다섯 차시의 프로그램이었다. 우리나라 인공지능의 기술과 적용 등에 있어 대표적 권위자인 카이스트 김병필 교수님의 강의도 최고였지만, 함께 진행을 하며 리드해주신 김희진 선생님 덕분에 진행을 한다기보다는 정말 많이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15차시의 프로그램 중 첫 번째 내용이 바로 ‘인공지능은 함수이다.’였다. 쉽고 편안한 설명과 다양한 예시를 들으며 막연하고 어렵게만 생각되었던 내용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인공지능이 작동하는 원리, 현재의 기술 수준과 한계, 자율주행차의 보급, 인공지능 판사, 가짜 동영상을 만들어내는 인공지능 등 매 강의마다 흥미로운 사실들을 새롭게 알 수 있었다.

진행을 하면서 동시에 우리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강의라는 생각이 정말 많이 들었다. 수업을 하면서 많은 시간동안 우리 사회의 변화와 기술 발전 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는 편인데, 인공지능과 관련한 제대로 된 내용들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주고 싶다고 생각하였다.

정말 빠르게 변하고 있는 흐름을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짚어 주는 것이 미래교육의 한 방향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지금 우리 사회에 통합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함은 자명한 사실이다. 최재천 교수님과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글을 읽어 본 분들은 공감할 것이다.

과학적 사실을 정말 편안한 글로 풀어갔다는 점인데, 그분들의 글이야말로 통합적 사고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고 감히 평가하고 싶다.

서두에서도 밝혔다시피 문과와 이과가 구분되었던 시기에는 자신의 영역을 심화 발전시키기보다는 ‘나는 문과니까 수학은…’, ‘나는 이과니까 문학은…’ 이런 식으로 회피해오지는 않았나 반성하게 된다. 새로운 교육과정에서는 문과와 이과가 통합된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는 반편성에 관한 문제, 수능에서 어떤 과목을 선택하느냐, 수학 교과의 난이도는 어떻게 되느냐 등의 문제에 더 관심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고교교육까지 통합형으로 이루어진다고 하지만 여전히 대학에서는 문과와 이과를 분리해서 모집하는 구조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결국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함수(函數)’의 ‘함(函)’은 ‘상자’를 의미한다. 어떤 것을 넣었을 때 그 상자안의 식에 따라 다른 값으로 나온다는 뜻이다. 우리 교육이야 말로 이러한 상자가 아닐까?

미래의 변화를 보여줄 수 있는 인공지능 교육과 같은 상자들을 준비해 우리 아이들의 관심과 꿈을 넣어보도록 만들어주어야 할 것이다. 이제는 ‘함수’가 아주 멀게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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