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종 코로나, "서울시교육청 이게 최선입니까?"
[기자수첩] 신종 코로나, "서울시교육청 이게 최선입니까?"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0.01.31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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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프레스 장재훈기자] 31일 오전 9시 서울시내 한 구청 회의실. 20여 명의 초중고 교장들이 모였다. 구청측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예방을 위해 각급학교 지원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다.

신종 코로나가 전세계에 급속히 확산되면서 학부모들의 불안과 공포는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구청측이 먼저 손을 내민 것이다.

하루 전인 30일 이들은 구청으로부터 '신종 코로나로 학교에서 걱정이 많을거 같다. 우리가 무엇을 도와주며 좋을지 말해달라'는 전갈을 받았다. 간신히 손세정제 정도는 구입, 비치하긴 했으나 앞으로 어떻게 학교 위생관리를 해나가야 할지 막막했던 학교로서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수 없다.

빠듯한 학교 형편에 무턱대고 신종 코로나 예방한다며 예산을 쏟아부을 수도, 그렇다고 손 놓고 마냥 가만있을 수도 없는 것이 요즘 학교실정.

지자체인 구청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비해 서울시교육청 등 교육당국의 대응은 답답하기 그지없다.

신종 코로나가 현실적 공포로 다가온 28일 서울시교육청은 진종일 개학연기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가지고 하루를 보냈다.

이날 아침 교육청 간부들과 가진 긴급대책회에서 조희연 교육감은 “생명을 위협하는 굉장히 위중한 상황이 됐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폭넓게 (대응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학연기까지 시사했지만 교육부와 복지부가 제동을 걸자 곧바로 철회했다.

조 교육감은 또 "일정기간 (모든 학생이) 마스크를 착용하는 걸로 대응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며 "이번 기회에 그런 걸(감염병 예방을) 생활화 할 수 있도록 하자"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후 교육청에서 실행에 옮긴 조치는 없었다. 최근 하루이틀새 마스크는 품귀 현상을 빚고 있고 학부모들은 발만 구른다.

교육청 행정력이 발빠르게 총 동원된 것이 있다면 중국 우한 지역 다녀온 학생과 교직원 파악이었다. 지난 28~29 이틀동안 전국의 교사들은 우한 방문 학생 실태조사하느라 분주했다.

교육부→교육청→학교→교사로 공문이 내려오고 역순으로 보고가 이뤄지는데 수십만명이 동원됐다. 뚜껑을 열고보니 전국 통계는 학생 48명이었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출입국관리소 기록만 보면 금방 파악이 가능한 것을 일일이 종이문서로 보고토록 하는 것에 어처구니없었다고 했다.

전직 초등학교 교장 A 씨는 “적극행정이니 예방행정이니 입버릇처럼 하지만 정작 일이 터지면 허둥지둥하기 일쑤다. 성급하게 개학연기 운운하는 바람에 학부모 불안감만 키웠고 학교들은 잇따른 항의에 곤욕을 치렀다”고 했다.

그는 “정말 비상상황이라고 인식한다면 학교장 판단에 맡긴다는 뻔한 소리보다 교육부 차원에서 학사일정을 긴급조정하는 등 대책 마련이 우선”이라고 꼬집었다.

말만 앞세운 교육청과 실천에 옮기는 구청들의 자세는 씁쓸한 대조를 이룬다. 학생들에게 마스크 한 장 제대로 못 사주는 서울시교육청 예산 10조 원은 도대체 어디에 쓰이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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