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종 교육시론] 사립초 인기 상승, 영어 방과후학교 후광 효과?
[박은종 교육시론] 사립초 인기 상승, 영어 방과후학교 후광 효과?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0.01.30 2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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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은종 공주대 겸임교수
박은종 공주대 겸임교수
박은종 공주대 겸임교수

등록금이 웬만한 대학 이상인 사립초등학교 선호도가 인기 절정이다. 중산층 이하 가정에서는 엄두도 못 낼 등록금인데도 상종가를 누리고 있다. 서울 서울특별시 관내 사립초등학교의 입학 경쟁률이 2년 연속 상승했다.

교육계에서는 지난해 허용된 초등학교 1·2학년 대상 ‘영어 방과 후 학교’ 교육이 ‘영어 몰입교육’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사립초의 인기 상승 요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학부모의 지원이 없으면 엄두도 못 낼 교육 대물림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특히 초등학교 영어 방과후 교육은 학습이 아닌 놀이와 활동 중심이어야 하는 데 일부 사립초에서는 수준별 레벨테스트와 토플시험 등을 시행해 학생들의 경쟁을 유도하고 학부모들을 유인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일부 사립초에서 놀이, 활동을 배제하고 암기, 기억 위주로 영어 교육을 운영하는 것은 학생과 학부모 유인책에 기인하고 있다. 또 놀이, 활동 위주인 초등학교 영어교육의 취지를 무시하고 중·고교 교육의 하위 교육으로 오도(誤導)하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의 관내 38개 사립초는 인기가 더욱 늘고 있다. 서울 지역 사립초 입학 경쟁률은 2016학년도 1.9, 2017학년도 2.0, 2018학년도 1.8에서 2019학년도 2.0으로 오른 이후 2020학년도 입학 경쟁률은 2.05대1로 상승했다.

2020학년도 서울 주요 사립초의 단위 학교별 경쟁률은 계성초 5.4 대 1, 중대부초·경복초 각 4.8 대 1, 이대부초 4.6 대 1, 동산초 3.5 대 1, 화랑초 3.4 대 1 등으로 나타났다.

최근 인구 절벽으로 인한 학령인구 급감하는 점을 고려하면 사립초의 인기 상승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서울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관내 초등학교 취학 대상자는 7만 1356명으로 전년(7만 8118명)보다 6762명(8.7%) 줄었지만, 사립초 지원자는 7814명으로 지난 해 7485명보다 4.4% 늘었다.

학령인구는 감소하는 데 지원자는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상대적 비율상으로 더욱 늘고 있는 추세다. 사립초가 그만큼 유인가가 높다는 반증이다.

사립초는 대충 학생 1인당 연간 1000만원 안팎의 천문학적 학비를 부담한다. 자녀 2~3명이 재학할 경우 학부모의 허리가 휜다는 소리가 엄살이 아니다. 지난 해 극심한 국민적 갈등 속에 2025학년도 전면 일반고로 개편되는 자사고와 운영 프로그램과 체제가 비슷하다. 공교육비가 사교육비를 능가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립초는 고액 학비 부담으로 일반 공립초와 다른 차별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받는다. 교육 열병에 시달리는 한국 교육 현실에서는 경제적 부담보다는 교육의 질(우선을 추구하는 학부모 요구에 부응하는 학교다.

하지만, 그동안 사립초는 초등학교에서부터 교육과 학교 서열화를 조장하는 학교라는 냉철한 비판을 줄곧 받아 왔다. 일부에서 비싼 학비를 감당할 만큼 만족도가 높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지난 2014학년도를 기점으로 입학 경쟁률이 최고 정점을 찍은 뒤 계속 하향 곡선을 그리다가 지난해부터 초등학교 1·2학년의 영어 방과후 학교 허용 정책 전환 후 경쟁률이 오르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사립초 입학 경쟁률이 최근 2년간 반등한 요인은 초등 1·2학년을 대상으로 한 방과 후 영어수업이 허용이 주인(主因)이라는 분석이다.

사실 2018년 ‘선행학습 금지법’이 적용돼 초등 1·2학년 대상 방과 후 영어수업이 금지되면서 2018학년도 경쟁률이 내려갔으나 교육부가 방과 후 영어수업 허용 여부 검토한 2019학년도 경쟁률이 다시 2.0대1로 오른 데 이어 지난해 방과 후 영어수업이 재개돼 2020학년도 경쟁률이 상승했다.

사립초는 입학 단계부터 영어 원어민 강사와 미국 교과서 등을 활용한 ‘영어 몰입교육’을 시행한다. 물론 국·공립초에도 원어민 강사를 두고 있지만, 평범한 연봉제인 현실에서 능력제인 사립초를 따라가기는 역부족이다.

그러나 사립초의 이 같은 초등 저학년 대상 영어 방과후 교육이 학습이 아니라 놀이와 활동 위주여야 한다는 교육당국의 지침을 어기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일부 사립초에서는 주당 3~5시간인 방과 후 학교 영어 시간을 20시간 가깝게 과중하게 배정하고, 더러는 전 학생 의무 참여로 규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초등학교 방과후 영어교육의 근본 취지를 벗어난 교육 과정 행정이다.

일부 사립초에서는 학부모들을 유인하기 위해서 입학 설명회, 학교 교육과정 설명회, 학교 공개일 등에서 방과후 학교 영어 특성화 프로그램을 특별히 강조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이와 같은 사립초의 방과후 학교 운영 행태는 전국 사립초가 대동소이하다는 보도다.

결국 과중한 사립초의 영어 몰입교육은 아래로는 취학 전 유치원·어린이집의 영유아 영어 사교육 시장의 과열로 이어지고, 위로는 중·고교의 정상 학교교육과정 파행을 야기할 우려가 많다. 그만큼 교육당국의 규제 장치가 필요하다.

사립초 재단과 학교 교장 등도 정부가 초등학교 1·2학년의 영어 방과후 교육을 금지하다가 허용한 함의를 십분 깨닫고 정상적 영어 교육 운영에 동참해야 한다.

특히 놀이활동 위주와 적절한 주단 시간 배정 등으로 공교육 내실화에 함께 발맞춰야 할 것이다. 교육당국도 자율을 명분으로 초등학교 1·2학년 방과후 학교 운영을 학교에 일임만 할 게 아니라 올바르게 운영되도록 장학과 지도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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