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종 교육시론] 촉법소년 연령 하향, 처벌이 능사 아냐
[박은종 교육시론] 촉법소년 연령 하향, 처벌이 능사 아냐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0.01.16 22: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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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은종 공주대 겸임교수
박은종 공주대 겸임교수
박은종 공주대 겸임교수

교육부가 '제4차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기본계획(2020~2024년)'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라 5년마다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 기본 계획에서 중대한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형사미성년자와 촉법소년의 연령을 기존보다 1세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즉 중학교 1학년생 나이인 만 13세 학생부터 소년법 적용 사건 수준의 학교폭력을 일으키면 엄하게 형사처벌로 대처하겠다는 것이다. 형사상 미성년자의 연령을 현행 만 14세에서 만 13세로 낮추는 방안이다.

돌이켜보면 형사 미성년자 기준은 1953년 형법 제정 시 정해졌다. 그동안 너무 오래된 데다 날이 갈수록 흉포해지는 청소년 범죄 경향과 함께 죄를 짓고도 벌을 받지 않는 사례를 없애 달라는 사회적 여론, 그리고 고통 속에 살고 있는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호소도 공감이 간다.

실제 2018년 여중생을 성폭행한 가해 학생 2명은 만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이어서 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됐고, 피해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 사건이 있었다. 사건 직후 촉법소년 연령을 낮춰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20만명을 훌쩍 넘긴 바 있고, 당시 정부도 관련법 개정을 약속했다.

하지만 청소년 일탈과 범죄는 처벌보다 계도가 먼저다. 청소년들은 성인들과는 다르다. 질풍노도의 시기인 청소년기의 특성, 특질도 고려해야 한다. 즉, 무조건 처별만이 능사가 아니다.

처벌만으로 청소년 범죄가 없어지거나 완화되리라 기대하는 이는 별로 없다. 청소년 범죄의 근본적 원인, 청소년기의 특성, 사회적 책임 등을 직시하지 않은 채 엄벌의 대상으로만 삼는 것은 우려스럽다. 소년원을 거친 청소년들의 재범률이 70% 이상이라는 사실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제4차 기본계획에서 새롭게 담긴 추진과제 중에는 학교폭력에 대한 학교의 교육적 해결 역량 제고, 피해 학생 보호를 위한 사후 지원 강화와 학교 안팎의 협력 체계 구축 등이 포함됐다. 이번 제4차 계획은 가해 학생에 대한 교육과 선도를 강화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특히 형법상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만 13세 미만으로 조정하고, 소년법상 촉법소년 연령을 기존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에서 '만 10세 이상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방안이 골자다.

정부는 이미 2018년 7월 청소년폭력 예방대책 추진 상황 점검을 위한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논의한 바 있다. 현재 소년법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하비만, 촉법소년 연령을 한 살 낮춰 13세로 정하는 데 대해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으로 소년법 사건이 줄어들 것이냐에 대한 반론이 강한 형편이다. 오히려 연령 하향으로 중학교 자퇴학이 늘 우려가 농후하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은 일탈했던 청소년들이 영영 건전한 사회인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할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이 학교폭력 예방보다는 처벌에 무게를 두고 있어 교육계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청소년들은 선도가 우선인데, 연령 하향으로 낙인효과로 학생 자퇴학이 증가할 우려가 많다. 청소년의 부정적 낙인효과로 사회화가 어려워지는 결과를 야기될 우려가 농후하다.

더불어 교육부는 중한 사건을 법원에 송치하는 '우범소년 송치제도'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우범소년 송치제도는 학교폭력을 저지른 학생이 피해 학생을 대상으로 2차 가해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은 경우 경찰서장이 직접 관할 법원에 송치해 소년보호사건으로 접수하는 제도다.

교육부는 이를 통해 학교폭력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을 신속히 분리하고 가해 학생 선도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최근 개정된 학교폭력예방법에도 규정도 있다.

한편 학교폭력 피해를 경험하는 연령은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갈수록 피해학생 늘고 난폭해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따라서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특단의 대책이 마련돼야 함은 자명하다.

통계에 따르면 교육부가 지난해 9월 초4~고2 재학생 중 13만명을 표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피해 응답률은 1.2%였지만 초등학생은 2.1%였다. 같은 조사에서 중학생은 0.8%, 고등학생은 0.3%가 피해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매년 1학기마다 실시하는 초4~고2 재학생 전수조사에서 초등학생들의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은 2017년 2.1%(2만6400명), 2018년 2.8%(3만5900명), 2019년 3.6%(4만5500명)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교육부는 2019년 전국 6087개 초교 중 2418개교(39.7%)가 운영한 학교폭력 예방교육 ‘어울림’ 프로그램을 올해부터 전국 모든 초교를 대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또 지난해 전체 초·중·고교 1만1657개교 중 4506개교(38.6%)에서 실시했던 사이버폭력 예방교육을 올해부터 전국 모든 학교로 확대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우선 청소년들이 일탈과 범죄에 빠지지 않도록 건전한 프로그램과 교육과정, 교육활동 구안을 해야 한다. 아울러 가해피해 학생 모두를 안고 가야 할 정책을 입안해야 한다. 피해 학생의 인권 보호에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가해 학생 역시 교육적으로 치유해 건강한 사회인으로 복귀시키는 데 소홀해서는 안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신년사에 밝힌 대로 ‘배제’가 아니라 ‘포용’으로 나아가야 한다.

절대 청소년들의 일탈과 범죄에 대한 엄한 처벌이 이의 근절로 이어지지 않는다. 영원히 그들을 어두운 곳에 가둘 우려가 더 많다. 엄중한 처벌을 전제로 한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대한 진지한 국민적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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