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정 칼럼] 몇년째 꿈쩍않는 '학급당 학생수 26명' 유감
[한희정 칼럼] 몇년째 꿈쩍않는 '학급당 학생수 26명' 유감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0.01.09 13:2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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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초등학교 예비소집이 끝났다
글 한희정 서울실천교육교사모임대표
한희정 서울 정릉초 교사
한희정 서울 정릉초 교사

2020년 1월 8일 서울 초등학교의 신입생 예비소집일이 끝났다. 학부모의 편의를 봐 주라는 국민권익위의 권고에 따라 오후 2시에 하던 것을 오후 4시부터 저녁 8시까지 시작 시간도 늦추고, 마감시간도 늦췄다. 퇴근 후에 학교에 방문해서 취학통지서 접수를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4시부터 시작이었지만 부모님 손을 잡고 온 아이들로 한 시간 전부터 학교는 북적였고, 교무실에서 이런저런 준비하며 대기하던 교사들은 30분 일찍 접수를 시작했다. 오래 기다리게 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취학통지서에 보호자의 연락처를 써서 제출하면 명단에서 이름을 확인을 한다. 학교에서 준비한 입학 안내자료를 나누어 주고 입학식, 분반 확정일, 학부모 연수 등에 대해 안내를 한 다음 돌봄교실과 방과후 프로그램 신청 등에 대한 안내를 한다. 그리고 개인적인 요청이나 질문에 답을 한다. 그리고 1학년 교실을 아이들과 둘러볼 수 있게 안내한다.

저녁 8시까지 접수를 받으라는 공문을 받고 정말 저녁 8시에 접수하러 오기는 할까 싶었는데 실제 운영해보니 4시에서 5시까지 가장 많이 왔고, 7시까지 간헐적으로 왔다. 7시가 넘어서 오는 접수자는 없었다. 7시 30분이 넘어도 오지 않은 학생들 연락처로 전화를 하고 확인을 했다. 대체로 해외 이주, 사립초 입학, 이사 등의 사유로 접수를 하지 않았고, 연락처가 아예 등재되어 있지 않거나 연락이 안되는 경우가 3건 있었다.

1차 보고를 위한 통계를 냈다. 취학아동명부의 143명 중 131명 이상이 입학을 할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1학년은 6학급 편성을 해야 한다. 갑자기 한숨이 터져 나왔다. 왜냐하면 서울시교육청이 예년과 달리 학교의 전체 학급수(특수학급 제외)를 이미 지정해서 내려 보냈기 때문이다. 우리학교는 34학급 배정을 받았다. 1학년 학생수가 120명 정도 되어서 5학급 편성이 되었으면 했다. 그래야 많이 힘든 학년인 고학년에 학급수를 하나 더 늘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신입생이 많이 온 걸 안타까워해야 하는 상황이 돼 버렸다. 21~22명씩 6학급이었던 작년 1학년을 2학년으로 올려 보내면서 25~26명씩 꽉 채운 5학급으로 분반을 해야 한다. 어떻게 분반을 할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또 고학년 중 여러 가지로 힘들었던 학년을 어떻게든 6학급으로 늘려서 생활지도 상의 어려움을 덜어보려고 했던 것도 불가능해졌다. 이런 일이 서울 관내 학교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왜 그런 걸까?

서울시교육청은 2020년 초등학교의 학급수를 157개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이미 각 학교에 2020년도 학급수를 지정해서 통보했다. 35학급이던 우리학교는 34학급 통보를 받았고, 이에 따라 학급 담임 뿐 아니라 교과전담교사도 한 명 줄게 되어 실제로 2명의 교사가 줄게 되고, 학급당 평균 학생수는 23명에서 25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교과전담교사가 줄게 되어 담임교사들의 수업시수 또한 늘어나게 된다.

학생수가 줄어든다는데 왜 학급당 학생수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가? 교사가 남아돈다는데 왜 교사들의 수업시수는 늘어나고 있는가? 교사와 학부모는 이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어야 할 것인가? 인구절벽의 시대라는 말이 이제 더 이상 놀랍지도 않아, 교사 정원 감축은 당연한 수순인 것처럼 보이는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말이다.

서울시교육청의 학생배치계획 추이를 살펴보면 2016년 학급당 학생수 기준을 27명에서 2017년 26명으로 줄였을 뿐, 26명이라는 배치기준을 2023년까지 변함없이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도대체 언제까지 학급당 학생수 기준이 26명이어야 하는가? OECD 상위 수준으로 학급당 학생수를 줄이겠다는 현 정부의 공약은 어디로 갔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아마도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는 인구 절벽 시대 교사와 교실 문제를 다루는 언론 기사에 현혹되어 실제 학교의 교실이 모두 텅텅 비고, 교사가 남아돌고 놀고 있고, 학급당 학생수가 획기적으로 줄어들었을 거라는 생각을 아주 쉽게 하고 있을 것이다. 서울도 예외가 아닐 것이라고.

그러나 교사와 학부모가 목도하는 현실은 비는 곳은 더욱 비고 차는 곳은 계속 차는 학생수 부익부 빈익빈이다. 그러니 여전히 어느 학교는 한 학급의 학생이 40명에 가깝고 어느 학교는 15명인 상황이다. 그리고 이런 현실은 평균값으로 교묘하게 감추어져 있다. 서울시 초등학교의 평균 학급당 학생수는 24~25명이 되는 셈이다.

두 가지를 생각해보자. 하나는 지금 서울시교육청의 학생배치기준인 학급당 26명이라는 기준은 과연 적정한가? OECD 평균은 21.1명이며, 상위 수준은 19.2명이다. 현 정부의 공약대로 19.2명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평균 수준은 제시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26명이라는 기준을 2023년까지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또 하나는 언제까지 평균값으로 현혹하고 현혹당할 것인가의 문제다. 전국 평균, 서울 전체 평균에 함몰되면 우리는 지역별 차이에 따른 적절한 지원, 시대의 변화에 따른 적절한 지원, 사안의 심각성에 따른 적절한 지원을 생각하지 못한다. 계산기 속 숫자 맞춤에 따라 사고하고 행동하게 된다.

교사들은 이렇게 말한다. 40명 넘는 학생들을 가르치던 20년 전보다 지금 24명 가르치는 것이 몇 배는 힘들다고. 그때는 젊었고 지금은 나이 들어 그런 것이 아니라, 지난 시절 교사 권위에 대한 향수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라 시대가 변했고 사람이 변했기 때문이다. 일대일 맞춤형 돌봄에 개인취향이 분명한 시대를 사는 학생들이 교실에 모여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령인 “지방교육행정기관 및 공립의 각급 학교에 두는 국가공무원의 정원에 관한 규정”에 따라 각급 학교의 교사 총정원을 정한다. 2007년과 2019년 총정원을 비교해보자. 전체 교원수는 1만 8,015명이 늘었지만, 초등 교원은 1만 3,078명이 줄었다. 중․고등학교 교원은 1,518명이 줄었다. 보건,사서,상담,영양교사와 같은 비교과교사는 1만 6,084명이 늘었다.

왜 교원수는 늘어나고 학생수는 줄어드는데, 학급당 학생수는 제자리 걸음인지, 왜 배치기준은 26명에서 꿈쩍하지 않는지, 왜 초등교사들의 수업시수는 늘어나기만 하는지 이제 그 답이 보이지 않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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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길 2020-01-09 19:12:33
선생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