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현 칼럼] 블랙독은 정말로 있다
[박정현 칼럼] 블랙독은 정말로 있다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0.01.05 2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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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제 선생님들을 위한 현실적인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글 박정현 인천만수북중 교사
박정현 인천 만수북중 교사
박정현 인천 만수북중 교사

단지 색이 검다는 이유로 입양하기를 꺼려한다는 ‘블랙독’. ‘우울증’ 혹은 ‘낙담’의 의미로 사용된다는 ‘블랙독 증후군’은 사회학적 용어인데 최근 드라마 제목으로 쓰이며,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학교를 소재로 한 드라마나 영화는 대부분 아이들과 선생님의 이야기가 중심이었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극적인 재미를 위한 장치로 첨예한 갈등을 드러내기 위함이겠지만, 일부의 내용은 왜곡되고 과장되게 그려지고 있다.

그래서 불편한 부분도 있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서 실재하고 있는 문제를 날카롭게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11월말부터 학교에는 묘하고 불편한 기류가 흐른다. 무심결에 내년 업무를 이야기할 때 어색하게 생기는 분위기, 학교에서 많은 사람이 기피하는 업무를 묵묵히 했음에도 가산점 대상에서는 제외되는 현실… .  ‘내년에도 저희 가르쳐 주실 거죠?’라는 아이들의 해맑은 질문에 선뜻 답하지 못하는 선생님의 모습은 드라마에서만 있지 않다.

2019년 기준으로 전국에는 약 49만의 선생님이 초중고에 근무하고 있으며, 이중 약 5만의 선생님은 기간제로 근무하고 있다. 약 10%의 기간제 선생님들이 학교 현장에서 우리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 묵묵히 헌신하고 있는 것이다.

몇 해 전, 기간제 선생님들에게 큰 상처를 주는 일이 있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현 정부의 고용 정책과 임용 경쟁시험에 기반한 체계를 법률로 유지하고 있는 현행 방식은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선생님들과 이를 반대하는 교대-사범대 학생들은 날서게 맞섰다.

교사가 아닌 학교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받는 혜택을 정작 아이들을 수업 현장에서 가르치는 선생님들은 받을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되었고, 많은 선생님들이 상처를 받았다.

이러한 문제를 감정적으로만 풀어가려 하고, 현 체제와의 갈등과 반목으로만 이끌어가는 데는 한계가 있다. 또 다른 상처가 아닌 현실적인 정책적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우선, 고용 안정이 필요하다. 미발령과 휴직에 의한 충원 개념으로 이루어지는 기간제 정책은 고용의 불안정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정교사의 휴복직을 임의로 강제할 수는 없다. 다만 다른 직군과 달리 학기 단위로 운영되는 교단의 특성을 고려하여 교육청 차원의 안정화 대책이 필요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단위 학교의 힘으로만은 해결할 수 없다. 법령과 정책의 개선이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는 세밀한 연구가 필요하다.

많은 기간제 선생님들이 기피 업무를 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여 합당한 인센티브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학교폭력업무만 보더라도 지역별로 부여되는 학교폭력유공 가산점에서 정교사만 받는 것은 불합리하다.

기간제 선생님에게도 부여하여 소급 적용하거나, 그렇지 않다면 금전적 인센티브를 주는 등의 대안이 분명히 있어야 할 것이다.

많은 선생님이 교권 침해를 당하고도 침묵하는 경우가 많다. 기간제 선생님들은 고용에 대한 불안 등으로 더 위축되어 있고 그만큼 교권침해에 대응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경우도 많다. 교권을 안정화시킬 수 있는 교원단체의 지원이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간제 선생님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을 만드는 데 있어 주체인 기간제 선생님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어떤 정책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주체의 냉정한 판단과 구체적인 안이 중요하다. 관념적이거나 호혜적이어서는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에 접근하기 어렵다. 이러한 정책적 노력과 함께 교사의 정원을 늘리고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는 종합적인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교육 당국은 학생 수 감소를 핑계로 경제적인 논리만 입각하여 기간제 정책만으로 교원 정책을 풀어나가려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블랙독’이라는 드라마가 어떤 주제와 메시지로 맺음할지 알 수 없지만, 그 드라마를 보는 수많은 기간제 선생님들에게 또 다른 상처로 남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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