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종의 교육시론] '조희연표 기초학력진단평가는 '짝퉁'
[박은종의 교육시론] '조희연표 기초학력진단평가는 '짝퉁'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0.01.03 13: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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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서울교육감이 2일 2020 주요업무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특별시교육청이 ‘2020년 주요업무계획’을 발표했다. 그런데 업무계획에서 서울교육청이 기초학력 진단검사 계획을 일부 포기해 논란이다.

객관적으로 표준화된 도구인 지필 평가뿐만 아니라 현장 교사들의 관찰로도 진단이 가능하도록 검사 방법을 바꾼 것이다. 관찰 평가의 한계를 에둘러 무시한 것이다. 자의적인 평가가 시행될 경우 학력 미달 학생 파악이 어렵고 정책 효율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혁신교육의 부족한 점을 개선책으로 기초학력 문제를 지적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수학 교과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지난해 중학생 11.8%, 고등학생 9%로 10명 중 1명꼴로 부진 학생이 발생했는데 교육감이 수도 서울의 교육수장으로서 책임을 자인한 것이다.

최근 3년 간의 중·고교 기초학력 미달 비율을 보면, 2017년 중3학년 7.1%, 고2학년 9.9%, 2018년 중3학년 11.1%, 고2학년 10.4%이다. 2019년은 중3학년 11.8%, 고2학년 9.0%로 중고교 통틀어 대략 10% 내외이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란 교육과정의 20%도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을 뜻한다. 다만 조 교육감은 기초학력 저하 문제를 혁신학교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지 않고 공교육의 일반적인 현상으로 설명했다. 적지 않은 비율이다.

그런데 서울교육청은 기초학력 저하 문제가 심각함에도 기초학력 진단검사 계획을 일부 수정했다. 일각에서는 특정노조의 입김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당초 서울교육청은 올해 초등 3학년, 중학 1학년을 대상으로 처음 시행되는 기초학력 진단에서 지필 평가 방식의 표준화 도구를 적용키로 예고했었다.

하지만, 지필식 진단이 일제고사와 다를 바 없다는 일부 비판에 현장 교사들의 관찰을 통한 학력 진단을 인정하기로 방향을 수정했다. 기초학력 저하기 심각한 교육 문제로 대두됐는데, 이를 교사의 관찰 평가로 학력을 보완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사실 지난해 서울교육청이 지필 평가 방식의 기초학력 진단 계획을 발표한 직후 특정노조 서울지부는 교육청 청사에서 농성을 시작해 연말까지 이어졌다. 당시 특정교조는 모든 학생에 대한 기초학력 진단검사 실시는 사교육 시장을 들썩이게 할 우려가 있다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당시 서울교육청은 퇴거 명령을 내리는 방식으로 대응했지만 이번 결정을 통해 사실상 특정노조의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매우 안타깝다.

현장 교사들이 만드는 기초학력 관찰 평가에 대한 우려는 자의적인 판단 가능성 때문이다. 특히 관찰 평가의 한계성 때문이다. 진부하기는 하지만, 지필고사의 경우 점수로 특정 학생의 기초학력 수준을 명징(明澄)하게 알 수 있지만 이를 교사에게 맡길 경우 명확한 기준이 없어 타당도, 신뢰도, 신뢰도 등 평가 척도에 오류가 우려되는 것이다.

교육활동은 학교 현장에서 교육과정으로 구현된다. 교육과정은 교육목표, 교육내용, 교육방법, 교육평가의 순환과정이다. 교육과정의 한 꼭지인 교육평가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교육과정 운영을 절름발이로 만드는 것이다. 교육활동, 교육과정이 있는 곳에서 교육평가는 반드시 수행돼 교육목표의 달성도를 파악하고 교육목표 재설정의 준거로 삼아야 한다.

교육평가가 서열화와 경쟁을 지향하여 비교육적이라는 지적도 무리다. 서열화와 경쟁을 교육적으로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지 아예 교육평가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서열화와 경쟁의 우려 때문에 교육과정 운영을 교육평가를 제외하고 교육목표, 교육내용, 교육방법만의 순환과정으로 운영한다면 이야말로 문제인 것이다.

진보주의 교육청학의 태두로 아동중심교육과정, 생활중심교육과정, 경험중심교육과정을 강조한 존 듀이(J. Dewey),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A.Toffler) 등도 교육과정에서 교육평가의 중요성을 지극히 강조했다.

결국 기초학력 진단평가는 출발점 행동으로서 아주 중요하다. 나아가 교육평가는 공교육의 기본 책무이자 가장 핵심적인 교육 복지

박은종 공주대 겸임교수
박은종 공주대 겸임교수

인데, 이를 한 줄 세우기 일제고사로 폄훼해서는 안 된다. 교육평가처럼 중차대한 교육정책을 특정노조의 입김에 휘둘려서도 안 된다. 서울교육청은 교육평가 운영의 중심을 잡고 진단평가의 표준화 도구 적용을 재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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