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현 칼럼] 시험이 악몽이 되지 않는 교육을 위하여
[박정현 칼럼] 시험이 악몽이 되지 않는 교육을 위하여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0.01.01 0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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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정현 인천 만수북중 교사
박정현 인천 만수북중교사
박정현 인천 만수북중교사

얼마 전, 악몽을 꾸다 새벽에 깼다. 시험을 보고 있는데, 아직 반도 끝내지 못한 상황에서 답안지에 옮겨 적지도 못했는데 종이 친 것이다.

고등학교에서 시험을 본 지도 20여 년이 훌쩍 지났음에도 생생한 아찔함에 한동안 멍하니 앉아있었다. 시험 보는 꿈과 입대하는 꿈은 그 어떤 악몽보다 끔찍하다.

교육과정에 있어 ‘평가’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학습목표의 도달 여부를 확인하고, 차시의 운영 방향과 보완을 위한 방안을 수립할 수 있게 하는 기능을 한다. 그런데 우리는 보통 ‘평가’라고 하면 부담을 갖게 된다.

이는 학습목표의 도달과 상관없이 상대적인 위치를 알게 되고, 서열이 매겨지는 데서 오는 불편함 때문일 것이다. 입시가 평가의 정점에 있는 구조 속에서, 학업성취도보다는 서열을 구분 짓고 선발하는 시스템은 더욱 공고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아이들에게 평가는 부담으로 다가오고, 평가를 대비하기 위하여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수행평가가 확대되면서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잠도 제대로 못자는 아이들은 고등학생뿐 아니라 어린 초등학생들도 예외는 아니다. 교육의 모든 것이 평가에 있는 것처럼 주객이 전도되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17일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 일부개정령안을 행정예고 했다. 여기에는 ‘교사가 직접 관찰‧평가한 내용만을 근거로 자료를 입력해야 한다’는 내용을 명문화했다. ‘정규교육과정 외에 학생이 수행한 결과물에 대해 점수를 부여하는 과제형 수행평가는 실시하지 않는다’는 문구도 신설되었다.

학생평가 내실화 및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관련 규정을 정비했다고 개정 이유를 밝히며 훈령을 어긴 교사는 ‘교육공무원 징계양정규칙’에 따라 징계 대상이 된다고 강한 추진 의지를 보였다.

과제 수행 과정에서 학부모와 사교육 등의 외부 요인이 간섭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타당한 근거가 있다고 생각된다. 일부 학생과 학부모는 과제형 수행평가의 폐지뿐 아니라 수행평가 전반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교사의 주관이 개입되며 평가 기준, 감점 이유 등을 객관적으로 알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히고 있다.(중앙일보 12.26. 보도 자료 참고) 서울시교육청은 수행평가의 비중을 50%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평가에 있어 객관성은 당연한 전제이겠지만, 평가 방식과 운영은 수업이 이루어지는 생태에 따라 다양하게 구현되어야 한다. 모든 수행평가를 수업의 과정에서만 해야 한다는 것은 실행의 과정에서 어려운 부분이 많다. 단위 수가 큰 과목은 충분히 소화가 되지만 그렇지 않은 과목의 경우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난도와 변별력을 높인 문항 위주의 평가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아이들의 과제가 학부모의 과제로 부과되거나, 사교육의 요소가 개입되는 되지 않도록 하는 다양한 평가방법의 구안의 노력 없이 제도적으로 평가 방법을 법률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현장의 평가를 경직시키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평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주기보다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모든 평가의 방법을 일률적으로 통제하고 재단하려는 것은 교사의 평가를 신뢰하지 않으며, 평가는 선별을 위한 수단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보여준다.

수업의 주체인 아이들과 선생님이 함께 수업을 만들고, 평가에 대한 부분도 함께 고민하고 만들어가는 이상적인 모습을 그려보며, 시험을 보는 꿈이 악몽으로 느껴지지 않을 수 있는 때를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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