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교사의 다양한 삶을 존중하자.
[교육칼럼] 교사의 다양한 삶을 존중하자.
  • 장재훈 기자
  • 승인 2019.12.28 2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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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상백 경남 서포초 교감
김상백 경남서포초 교감
김상백 경남서포초 교감

얼마 전 SNS를 훑어보다가 교감이나 교장이 되기 위한 노력한 교사나 교감이나 교장은 오직 그것만을 위한 삶을 살았기 때문에 노후에 대한, 인생 2막에 대한 대비가 전혀 안 되어 있다며 교감이나 교장보다 인생 2막을 준비하는 교사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어떤 이는 교감이나 교장이 되려면 가정을 비롯한 자기 삶을 포기해야 되는데 그렇게 할 수 없어서 교감을 포기한다는 주장도 했다. 모르는 주장, 한참 모르는 주장이다.

교직에서는 교감이나 교장이 되기 위한 목적이 있을 수 있어도 자기 삶에 대한 목적은 교감이나 교장이 아닌 교감이나 교장들이 많다.

교사로 퇴직한 분들과 교감이나 교장으로 퇴직한 분들의 삶을 추적하여 비교 연구한 객관적인 보고서가 있는가? 주변을 살펴보면 교감이나 교장으로 퇴직한 분들이 더 활기차게 2막 인생을 사시는 분들이 많다.

교감이나 교장을 했다는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작용한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은퇴를 한 후에도 은퇴 전의 직위를 불러주기를 원한다는 보고서가 있다.

평교사로 퇴직한 분들도 있는데 그분들은 무엇을 배우러 다니거나 사회 활동을 하시는 분들이 많다. 그리고 어떤 부류에 관계없이 연금이 부족하여 법망을 피해 일자리를 갖는 분들도 있다.

교사면 누구나 교감이나 교장이 되겠다는 마음은 먹을 수 있다. 하지만 마음만으로 되지 않는다. 시대에 맞지 않다거나 부당하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승진을 위한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승진을 위한 조건을 갖추는 일이 인간적인 삶을 포기한다거나 교실의 학생들을 내팽개쳐야만 갖추는 조건이 아니다.

또 승진 조건을 갖추려고 노력해도 시대와 환경적인 운, 주변인들의 비협력, 능력 부족 등에 의해 좌절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좌절로 더 성장하는 교사가 있는 반면 궁금해하지도 않는데 학생들을 위한, 본인의 행복한 삶을 위해 스스로 포기했다는 과잉 주장으로 합리화하는 교사도 있다.

마음만 먹으면 교감이나 교장이 되기 위한 조건을 갖출 수 있다는 확신이 없는 상황, 교감이나 교장이 된 이들의 삶이 불행하지 않은 상황, 교감이나 교장이 되려는 교사들의 반 학생들이 잘 성장하고 있는 상황-교육 관점에 따른 다를 수 있음.-에서 교감이나 교장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

하지만 학생들을 위해서, 삶의 행복을 위해서 포기했다는 주장과 교감이나 교장이 되려는 교사는 학생들을 내팽개치고 삶의 행복을 포기했다는 주장은 논리적이지 못하다.

본인의 선택에 의한 결과-강제적인 결과 포함-를 강하게 긍정하기 위해 타인의 선택을 폄훼하거나 곡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 학교에는 승진을 하지 않은 고경력의 교사가 있다. 본인의 맡은 역할 충실히 하며 후배들을 잘 다독이며 때로는 인심도 쓴다. 우리 학교에는 경력이 부족하여 승진이 하고 싶어도 못하는 교사가 있다. 경력은 짧지만 교사가 되기 전의 다양한 경험으로 학교와 학생들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우리 학교에는 승진을 위해 노력하는 교사가 있다. 다른 일로 교실에 가보면 수업이 끝난 후에도 학력이 부족한 아이들을 열심히 지도한다. 우리 학교에는 현재로서 승진을 포기한 교사가 있다. 승진하려는 교사들을 폄훼하지 않고 어떤 교육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정열을 쏟는다.

우리 학교에는 교장 선생님이 있다. 승진하려는 교사, 승진 포기를 선언한 교사 모두를 돕기 위해 애를 쓴다. 우리 학교에는 교감이 있다. 교사들에게 승진하라고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 승진하려는 교사에게 정의로운 승진 방법을 안내하고 승진 포기를 선언한 교사에게는 이유를 묻지 않고 그때그때 돕는다.

무엇보다 우리 학교는 승진을 하려 하거나 승진 포기를 선언한 교사의 구별이 없다. 그냥 학생들의 성장과 발달을 위해 노력하는 열정과 전문성만 보인다.

학교 안의 교사, 학교 밖의 교사의 삶은 다르다. 학교 안의 삶으로 학교 밖의 삶을 함부로 폄훼하지 말고, 학교 밖의 삶으로 학교 안의 삶을 정당화시키지 말자. 학교 안에서 학생들의 성장과 발달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교사가 최고의 교사다.

사람마다 각자의 삶을 가꾸어 간다. 본인의 지나친 추측으로, 본인의 덜 익은 인생 농도로 남의 삶을 폄훼하지 말자. 그분들도 그대처럼 자기 삶을 잘 가꾸려 노력한다. 진짜 걱정하려면 폄훼보다 제대로 알기 위한 안목부터 기르자. 그래서 저마다의 삶을 존중하자.

교사의 다양한 삶을 존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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