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현 칼럼] 읽지 못하는 아이들
[박정현 칼럼] 읽지 못하는 아이들
  • 김민정 기자
  • 승인 2019.12.08 20:3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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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정현 인천 만수북중교사
PISA 2018에서 실제 출제된 읽기 평가문항
PISA 2018에서 실제 출제된 읽기 평가문항

‘읽다’와 ‘보다’는 같은 말일까? ‘영화를 읽는다.’는 표현이 어색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보는 것과는 분명히 차원이 다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감각기관을 통해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이 보기라면 그 정보를 해석하고 의미를 찾는 과정이 읽기이다. 어떤 분은 지금 이 글을 단순히 보고 있을 수도 있고, 또 어떤 분은 의미를 부여하며 읽고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은 어떨까?

지난 4일 교육부는 OECD의 PISA(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 2018 결과를 발표했다. 읽기 영역에서 점수가 조금은 떨어졌지만 여전히 상위권에 점수를 유지하고 있으며, 학습자의 만족도가 향상되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3년을 주기로 진행되는 PISA는 읽기, 수학, 과학의 세 영역으로 나뉜다.

모든 영역에서 최상위의 성적을 보이고 있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며, 우리 교육의 강점으로 설명되곤 한다. 이번 발표에서도 역시 우리는 잘하고 있다는 식의 자화자찬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결과를 냉정히 짚어보고 우리가 보완해야 할 부분을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읽기 영역에서 전통적으로 최상위의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은 높은 문해능력에 있다. (세종대왕님 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님) 글을 쉽게 배울 수 있기에 상대적으로 어린 연령부터 읽기를 자유자재로 할 수 있고, 초기부터 형성된 독해능력이 쌓여 텍스트를 이해할 수 있는 힘이 길러진다.

PISA 읽기 영역의 결과를 세부적으로 보면 교육부의 설명처럼 아주 조금 감소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통계 결과를 해석하고 싶은 방법대로만 해석한 것으로, 객관적인 데이터를 다른 방법으로 해석하면 엄청난 위기처럼 보이게 할 수도 있다. 상위권 레벨을 받은 비율이 아니라 거꾸로 하위권 레벨(1수준, 2수준)의 비율만 놓고 보면 충격적인 수치 변화가 나온다.

PISA 2006에서는 1수준 5.7%, 2수준 12.5%로 하위 레벨의 비율이 18.2%였다. 그런데 이번 PISA 2018에서는 1수준 15.1%, 2수준 19.6%로 하위 레벨의 비율이 무려 34.7%에 달한다. 이러한 내용은 빼놓고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만 제시하면, 우리는 잘하고 있으니 괜찮아라는 위안과 만족 외에는 얻을 것이 없다.

PISA 결과를 떠나 우리 현실을 보면 제대로 읽지 못하는 아이들이 정말 많아지고 있고, 더 많은 아이들이 읽으려 하지 않고 있다. 클립형 동영상을 소비하고, 현란한 게임에 사로잡힌 아이들은 길고 지루한 텍스트를 가까이 하려하지 않고, 막상 텍스트를 마주하게 되면 집중하지 못하고 의미 파악은 물론 통합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말 그대로 ‘보기’만 할뿐 읽지 못하는 아이들이 돼가고 있는 상황이다. 정보는 넘쳐나고 있지만 정작 자신의 내면으로 가져오지는 못하고 소비해버리는 구조가 점점 굳어지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필자의 입장에서 이러한 읽기 능력의 퇴화는 더욱 심각하게 느껴진다. 그렇다고 해서 현재의 기술과 매체적 특징을 부정하자는 것은 아니다.

이번 PISA 2018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국가는 에스토니아이다. 1992년부터 코딩을 도입한 에스토니아는 세계에서 가장 선진적인 정보통신기술 교육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토대가 학업성취도로 연결되고 있는 유의미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코딩을 유행처럼 따라할 것이 아니라 어떤 원동력과 철학으로 교육을 정책화시키고 있는지 면밀한 분석을 할 필요가 있다.

당국은 결과의 유리한 측면을 따와 만족을 느끼기보다, 우리보다 무언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선진 시스템을 냉정히 분석하고 우리의 맥락 속으로 가져올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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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나루 2019-12-08 20:58:24
교육을 살려야 나라가 산다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