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특성화고의 눈물겨운 사투.. 이젠 정부가 답해야
[기자수첩] 특성화고의 눈물겨운 사투.. 이젠 정부가 답해야
  • 장재훈 기자
  • 승인 2019.12.06 1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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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이 6일 2020학년도 특성화고 신입생 선발 결과를 발표했다. 모집정원 1만 4226명에 최종 합격자 1만 2634명, 충원률은 89%다. 전체 70개 특성화고교 중 절반이 넘는 42개 학교가 모집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지난해 정원 미달을 기록한 38개 학교보다 4개교가 늘었다.

특성화고가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016년 이래 줄곧 정원을 채우지 못했고 정원 미달을 기록하는 학교수도 증가세에 있다.

가장 큰 요인은 학생수 감소. 학령인구가 줄면서 특성화고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서울지역만 해도 올해 중3 졸업생이 3700여명 감소 했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두 배 가까이 더 줄 것이라는 예측마저 나와 있다.

그래도 올해 특성화고 신입생 모집은 최악을 피했다는 평가다. 전체 학생수가 3700명 감소한 데 비해 특성화고 신입생 미충원 인원은 작년 대비 117명에 그쳤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70개 특성화고 구성원들의 눈물겨운 노력이 이룬 결과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특성화고는 비상이다. 신입생 모집에 사활을 건다. 중학교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교사들에게 읍소하디시피 하고 때로는 이른 아침 중학생들에게 홍보물을 나눠주는 것도 마다 않는다. 영업사원 취급에 마음 상처도 많이 받는다.

그나마 신입생을 어느 정도 채우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누군가는 교단을 떠나야 한다. 실제로 서울시내 한 특성화고는 3년 연속 신입생모집에 실패하는 바람에 13명의 교사가 옷을 벗었다.

학생수는 줄고 취업문은 좁아지고 학벌주의 사회에 편견은 여전하다. 여기에 정부 정책도 생색내기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악조건에서 힘든 사투를 벌이는 게 대다수 특성화고의 현실이다.

사실 특성화고는 장점이 많다. 일찌감치 진로를 정하고 확실한 목표를 향해 나가는 것은 학생 스스로에게 큰 이익이다. 진로 선택폭도 넓다. 선취업 후진학 등 대학진학의 길도 얼마든지 열려있다.

무엇보다 특성화고는 교사들의 열정이 대단하다. 학생 한명 한명의 인생이 달린 것이니 만큼 교사들은 3년간 최선을 다한다. 격려하고 채워주는 특성화고만의 학풍은 학생과 학부모 모두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사실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참으로 예쁘고 기특한 아이들이 특성화고 학생이다.

그러나 학교와 교사, 학생들만의 힘으로는 한계다. 이제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 특성화고 학생들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

학과개편도 좋고 NCS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취업이다. 출구가 막혀있는데 무작정 밀어 넣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대학이 전부가 아니라는 말, 능력중심 사회라는 말, 말보다 사람다운 대접받고 살수 있는 일자리 하나, 생명에 위협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일자리 하나 만들어 내는 게 정부와 교육당국의 몫이다.

이제라고 교육부장관이건 교육감이건, 앞장서서 그들의 앞날에 행동으로 함께하는 진솔한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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