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현 칼럼] 탁상 위에서 만들어지는 학교폭력예방 계획
[박정현 칼럼] 탁상 위에서 만들어지는 학교폭력예방 계획
  • 김민정 기자
  • 승인 2019.11.24 14: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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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정현 인천 만수북중학교 교사
빅정현 인천만수북중 교사
빅정현 인천만수북중 교사

“폭력이 짐승의 법칙인 것 같이 비폭력은 인간의 법칙이다. -간디.”

폭력은 그 어떤 이유로도 허락될 수 없다. 이러한 명제는 인류가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오면서 알게 된 중요 가치이다.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낳고 피해자와 가해자의 정신과 육체를 피폐하게 만든다.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있어 폭력은 더욱 치명적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비뚤어지게 하고,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게 돼 영원한 아픔을 주게 된다.

학교는 배움과 성장의 터전이다. 그렇기에 학교폭력은 개인의 노력이 아닌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 이런 차원에서 5년을 주기로 수립되는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기본계획’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지금까지 3차가 진행되고 있으며 다양한 차원에서 많은 성과를 얻고 있다.

지난 11월 21일(목)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제4차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기본계획 수립 공청회’가 열렸다. 필자는 지난 몇 년간 학교폭력을 담당 업무를 수행하며 느꼈던 점과 선생님들의 의견을 수렴한 바를 전하기 위해 토론자로 참석하였다.

새롭게 변하고 있는 요소를 반영하고 있으며, 보다 학교에 내실화 있게 적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높은 평가를 하고 싶다. 그러나 기본계획에 대해 갖고 있는 기대와 관심이 누구보다 컸던 만큼 실망 또한 컸다. 모든 학교의 상황과 일치시키기는 어렵지만 학교현장에서의 겪는 어려움과 대비시켜 몇 가지 아쉬운 점을 지적해보고자 한다.

기본계획의 첫 부분은 어울림 프로그램으로 대표되는 교육과정의 편성이었다. 실제로 내년부터 정규 교육과정에서 어울림 프로그램을 포함시킬 것을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폭력예방에 관한 내용은 이미 교과 운영 계획에 반영이 되고 있다. 학교급과 여건에 맞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는 하지만 교육과정에 의무적으로 편성하는 것은 무리다. 학교의 생태에 맞게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열어주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해주는 방향으로 가야할 것이다.

다음으로 일부 단체에서 토론 내용으로 밝힌 가해 학생 조치에 대한 교육적 지도에 대해 지적하고 싶다. 그들은 학교폭력이 실제로 사소한 일들이 대부분이며 심각하지 않다는 전제를 두고 있다. 언론의 보도도 일부에 대해 과장하고 있다는 주장인데 물론 틀린 말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적은 사례라 하더라도 실제로 피해를 당하고 있는 아이들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되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가해 학생의 교육적 변화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재발 방지의 실효성 있는 징계가 마련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 1호 ‘서면사과’는 주관적 기준으로 인해 실효가 없으며, 2호에 포함된 ‘접촉 금지’는 그 범위나 방법이 설정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사회봉사’는 많은 기관들이 꺼려하여 일정 잡기도 어려우며, 막상 사회봉사를 가서도 반성을 하기는커녕 더 비행을 저지르고 오는 경우도 많다.

‘특별교육’을 잠시 쉬다 오는 곳으로 생각하는 아이들도 실제로 많다. 이번 계획에서 ‘출석정지’에 대해 학교에서 적절한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운영하도록 제시하고 있는데, 이것은 출석정지라는 징계 자체가 학교 활동을 배제시킨다는 점을 무시하고 있으며 또 다른 업무를 가중시키는 일이다.

학폭위의 교육지원청 이관은 아주 중요한 변화 과정이다. 하지만 현재의 방식대로 학교에서 조사를 하고 공문 형식으로 교육지원청에 보고를 한다면 경직성으로 인해 학폭위의 교육적 효과는 물론 업무 경감의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안전공제 신청 방식과 유사하게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했을 때 보고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을 주문하였다.

공청회 자리에서 지적한 부분이 얼마나 반영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번 계획 중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VR, AR제작’에 관한 내용은 학교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부분과 얼마나 괴리가 큰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프로그램이 없어서가 아니라, 학교폭력에 아이들은 그대로 노출되어 있고, 교육을 해야 할 선생님들은 학교폭력 업무와 항의와 소송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공청회에 참석했던 대구에서 오신 피해자 학부모님의 절규는 아직도 귀에 맴돈다. 학교폭력은 실재하고 있는 현실임에도 여전히 탁상에서 데이터로만 다루고 있음을 날카롭게 지적하신 그 분의 말씀을 조금이라도 생각하여 기본계획에 반영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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