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인헌고 한 달 ... 어쩌다 교육이 이 지경
[기자수첩] 인헌고 한 달 ... 어쩌다 교육이 이 지경
  • 장재훈 기자
  • 승인 2019.11.22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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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훈 기자] 서울 인헌고에 대한 서울시교육청의 특별장학 결과가 발표됐지만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교육청은 21일 조사결과 교사들의 부적절한 발언은 있었으나 조직성, 지속성, 의도성이 없었기에 어떤 책임도 묻지 않겠다고 했다. 발언 수위가 경계선상에 있었고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사과한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오히려 사회통념 수준에서 교육적으로 지도한 발언으로 교사의 교육적 권한을 심대하게 벗어난 것이 아니다며 사회적 규범을 마련할 협의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교원노조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된 조사도 않은 채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했다는 지적이 터져 나왔다. 인헌고 학생수호연합 학생들은 조희연 교육감을 향해 ‘공범’이라는 단어까지 구사하며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하윤수 한국교총회장은 ‘도저히 납득할수 없는 발표’라며 국정조사를 촉구했고 전병식 서울교총회장은 조희연 교육감이 제안한 ‘한국형 보이텔스바흐협약’ 참여 요구를 ‘면피성 꼼수’로 규정,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한편으로 이번 인헌고 사태는 옳고 그름을 떠나 어쩌다 교육이 이 지경이 됐는지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처음 사태가 불거졌을 때 인헌고 교장은 학생들을 비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앞서 인헌고 학생수호연합이 교사들의 정치편향 발언을 고발한 데 대한 반박 회견이었다. 배우고 익히는 교육현장에서 학생과 교사, 교장이 상대의 잘못을 탓하는 비난과 고발이 이어지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그로부터 한 달여가 지난 21일, 서울시교육청 발표한 특별장학 보도자료와 조희연 교육감의 입장문에서도 부끄러운 민낯은 그대로 드러났다.

교육청은 해당 교사의 일베 발언이 돌발적이고 거침없는 학생의 발언에 의도치 않게 나온 표현이라고 해명, 마치 버릇없는 학생으로 인해 교사가 실언을 한 것으로 치부해버렸다.

조희연 교육감은 한술 더 떴다. 그는 입장문에서 학생들도 성찰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검토되지 못한 섣부른 신념화는 독선으로 흘러 자신과 사회에 매우 위험할 수 있음을 꼭 유념해야 한다”고 나무랐다. 정작 문제를 일으킨 교사들은 꼭꼭 숨어버렸다.

배고픈 제자에게 자신의 도시락을 양보하면서 ‘오늘은 속이 불편하구나…’ 했다는 선생님을 기억하던 시대는 지났다.

학생들의 잘못에 ‘내가 잘못 가르친 탓’이다며 스스로에게 회초리를 들었던 선생님의 기억도 이젠 흐릿해진다.

제자와 스승이 서로 치고받는 어처구니없는 현실, 통절한 반성 한마디 없는 교육책임자들, 비겁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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