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현 칼럼] 윤동주의 '부끄러움'과 유은혜의 '자화자찬'
[박정현 칼럼] 윤동주의 '부끄러움'과 유은혜의 '자화자찬'
  • 김민정 기자
  • 승인 2019.11.17 12:2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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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인천만수북중학교 교사
박정현 인천만수북중 교사
박정현 인천만수북중 교사

매년 대학수학능력시험 국어 영역에 어떤 문학 작품이 나오는지에 대해 수험생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다.

지난 14일, 추위와 함께 치러진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국어 영역 마지막 지문에서는 윤동주의 「바람이 불어」와 김기택의 「새」가 출제되었다. 작년이 탄생 100주년이기도 했던 윤동주의 시가 지문으로 나와 반가운 마음이 컸다.

윤동주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현실에 대한 괴로움과 깊은 성찰을 통한 반성 그리고 부끄러움’이라는 주제로 같은 관점에서 볼 수 있다.

그의 작품 「자화상」을 보면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처럼 자신의 내면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우리는 자기 자신에 대한 냉정한 성찰을 해야 한 걸음 앞으로 나갈 수 있다. 식민지를 지식인으로 살아가야 했던 윤동주의 부끄러운 자기 성찰은 시대를 초월해 여전히 우리에게 큰 울림을 주고 있다. 기록 문학 중 가장 오래된 길가메시 서사시에서 불노불사를 꿈꾸던 길가메시가 심연에서 찾은 답은 인간의 삶이 유한하다는 한계의 인식과 반성이었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로 실수의 연속 과정에서 살아가며 부족함을 보완해가며 살아간다. 부끄러움 자체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것이야말로 부끄러운 것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 11일 교육 분야 국정과제 중간검검회 모두발언에서 “지난 2년 반 동안 변화를 일구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교육제도의 변화도 만들고 있다”고 자평했다. 많은 노력을 기울인 만큼 나름의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을 제대로 보고 있기는 한지, 다양한 의견의 수렴을 하고자 하는 의지는 있는지 의심이 생긴다.

스스로 잘했다는 자화자찬의 이면에는 교육에 대한 혼란과 불신이 함께 하고 있다. 특성화고등학교의 취업률이 급감하고 있는 상황과 고용의 질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언론의 보도는 특성화고를 내실화하였다는 자평과는 정반대의 결과이다.

학교의 민주적인 분위기 확산이라고 내세우고 있는 무자격 교장공모제는 특정 편향 인사와 심지어 조작으로 얼룩져 있는 상황이 아닌가? 아이들의 입시 부담을 덜어주고 공정한 대입을 약속하겠다고 추진 중인 정시 확대는 현재 의견조차 하나로 모으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평을 할 처지는 아니라고 본다. 자사고와 특목고의 폐지 역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모든 정책에는 공과 실이 있다. 적어도 중간 단계에서 자평을 할 때는 공보다는 실에 무게를 두어야 한다고 본다. 현재와 같이 교육과 관련한 혼란이 이전에 비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면 사과까지는 아니더라도 냉정한 반성과 객관적 평가를 내리는 것이 옳다. 공에 대한 평가는 자기 자신이 하는 것이 아니라 여론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정확히 짚어보고, 다양한 의견을 열린 자세로 수렴해야 한다. 교육 정책을 정치 논리나 특정한 입장을 대변하는 인상을 준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미 많은 문제가 있다. 반성 없는 자화자찬만 반복된다면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윤동주는 그 누구보다 우리 조국의 현실을 안타까워하고 슬퍼했다. 시의 한 구절, 한 구절에 부끄러움을 담았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했던’ 그의 성찰과 부끄러움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참 많은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듯하다.

많은 이들이 교육 정책의 혼란을 걱정하고 있으며, 학교현장에서 힘듦을 토로하고 있는데, 부끄러움을 잊은 채 자화자찬만하고 있다면 어느 순간부터는 모든 말이 허장성세로밖에 들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 자랑보다는 부끄러움에 대해 배워보기를 권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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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을 알까 2019-11-17 13:26:27
유은혜 장관이 꼭 이 글을 읽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