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수능 편지’와 노 교사의 ‘수능 소원’
대통령의 ‘수능 편지’와 노 교사의 ‘수능 소원’
  • 장재훈 기자
  • 승인 2019.11.14 15:0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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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두루한 참배움연구소장/서울 경기고등학교 교사
김두루한 서울경기고 교사
김두루한 서울경기고 교사

“힘들었지? 수고했어. 공부하느라 고생 많았다. 결과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말고 하던 대로 해주길 바란다.”로 비롯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편지를 읽었다. 11월 14일 2020 대입 수능을 앞둔 53만 명 수험생들에게“나무는 크게 자라기까지 따뜻한 햇빛을 많이 받아야 하고, 더 깊이 뿌리를 내리기 위해 숱한 비바람을 견뎌내야 했다. 최선을 다한 만큼 반드시 꿈은 이뤄질 것이다. 편안하게 잘 치러내길 바란다.”는 대통령의 마음이 전해졌으리라.

아울러 김용택 노 교사가 이미 2012년 11월에 쓴 ‘수능날 소원’이란 글을 떠올렸다. “오늘이 이 땅에서 치르는 마지막 수능이 되기를. 사람의 가치까지 한 줄로 세우는 수능이 다시는 없기를. 소질도 재능도 특기도 무시하고 오직 국영수로 사람을 서열매기는 폭력이 오늘이 마지막이기를.”이란 간절한 소망은 지난 33년간 교사로 지낸 나의 소망이기도 하기에.

정시 수능으로만 입시를 치르게 되면 ‘교육’ 본래 모습을 찾는다고?

2022학년도 대입 개혁과 관련해 수시를 전면 폐지하고 정시에서만 선발을 제안하는 이들이 있다. 심지어 “정시 수능으로만 입시를 치르게 되면 사교육비는 훨씬 줄어들 것이고 학생들의 입시 부담도 경감될 것이며, 궁극적으로 교육의 본래 모습을 찾아가게 될 것이다.”란 주장도 내세운다. 어찌 그럴까? 시험 내용의 출제가 교육방송 교재에서 50% 이상 연계함으로써 고등학교 3학년 때는 아예‘수능 특강’과 ‘수능 인강’과 같은 특정 교재에 파묻혀 지내고 있지 않은가?

현행 "대입이 학생 80%를 없는 존재로 만든다"며 고등학교 교육이 상위권 대학을 노리는 20%만 집중한다고 지적한 국가교육회의 의장(김진경)도 "중장기 관점에서 보면 지금 수능은 결코 공정하지 않다”고 하지 않는가? "반복해서 (공부)하면 점수를 따게 돼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하고 "(수능은) 학생의 미래역량을 측정할 수가 없다”하며 "재수, 삼수를 할수록 유리해지고 돈 들이면 점수를 따는 (시험)”이 사실 아닌가? 정시 수능은 줄 세우기라 같은 시험 문제로 단순·자명한 ‘점수’나 ‘등급’으로 나오니 ‘객관적’이고 공정하다고? 그게 ‘한 판 승부의 교육’일지 몰라도 ‘맞춤배움’의 본래 모습은 아니지 않은가?

우리들의 학교에 참다운 ‘배움’이 있습니까?

"공부가 즐겁습니까? 왜 공부하십니까?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막연히 참고, 인내하지 않습니까?”라며 "배움은 무엇입니까?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합니까? 하고 물으며 "배움의 즐거움을 알려주지 못하는 교육은 본래의 의미를 잃어버린 교육이고 죽은 교육입니다”라 하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을 때다. “경쟁 속에서 학생들이 할 수 있는 배움은 오직 입시 공부 밖에 없습니다. 공부나 스펙 외의 것들을 하면 일탈이라 불리며 환영받지 못합니다.”라고 밝힌 학생들에게 답해야 한다. 아니, "우리 청소년들이 진정으로 배워야 하는 건 내가 어떤 사람인지 가치관을 세우는 힘입니다. 다름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스스로 배우고 실천으로 옮기는 법입니다.”라 그들이 이미 ‘답’을 밝히고 있지 않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그들이 배움을 잘 누리도록 나라와 사회, 집안에서부터 어른들이 뒷받침하고 도와야 하지 않을까?

지금은 배움의 시대, 주어진 물음에 답해야 할까

대한민국에서 소통을 매우 위태롭게 만들고 사람들을 해롭게 한 문장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수능 국어 시험 문제의 바탕글(지문) 위에 있는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그 보기이다. 왜 뭔가를 물었을 때 대한민국 사람들이 무엇이든 ‘그냥(걍~)’이라 말할까? 그 까닭이 여기 있지 않을까? 대한민국 사람들이 한 날 한 때 거의 모두가 쳐 온 ‘국가주도일제고사’인 수능은 제 생각을 말할 줄 모르고 ‘정해진 답’을 맞혔는지를 더 궁금하게 여기게 한 것이다. 정답 있는 공부를 해야 대학 진학을 한다니 21세기 배움의 시대는 ‘새로운 답’을 찾아 모두가 끄덕일 답을 만들어 내는 힘도 기르고 나름의 세계관을 지녀야 할 텐데.

단 한번의 시험으로 삶이 결정되고 사람을 계급 짓는 ‘줄 세우기 수능’은 ‘점수 배치표’에 제 삶을 맡기는 어이없는 일을 저지르고 있지 않은가? 물 붓듯 지식을 전달하고 주어진 물음에 정해진 답을 고르는 방식으로 12년 정도를 하게 되면 누구든 생각이 굳게 마련일 것이다. 지금의 중·고등학교에서 창의, 공정을 말하고 희망이나 미래를 말하려면 서로겨룸(경쟁)만 하고 서로배움(협동)이 없는 학교의 1등급 생산품이기를 마땅히 물리쳐야 한다. 내 몸을 옭아매는 실을 끊고 배움 있는 공부를 제대로 하고자. ‘투명가방끈’시대니까.

‘주어진 물음’이 아닌 ‘삶’으로 묻고 답하는 나라

이젠 ※ 다음 글을 읽고 요약한 뒤 제 생각을 말하시오(쓰시오).로 판을 아예 바꾸자. 배움은 묻고 답하며 읽고 쓰는 소통과 어울림을 즐기며 표현하는 것이다. 정해진 답이 아니라 새로운 답이 무궁무진하게 펼쳐진다. 모두가 이모저모로 보면 끄덕일 답들이 아니던가? 그동안 주어진 답을 놓고 고르던 것에서 벗어나면 삶이 보이고 몸으로 느끼며 머리로 생각하면서 손과 발이 살아나며 지나치던 자연은 물론 가까이 지내던 벗님들이 지닌 여러 가지 모습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마침 대한민국에 태어난 사람이라면 이제 모두가 고등학교를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시대 흐름에 발맞춰 문재인 정부는 ‘촛불혁명’의 뜻을 받들어 실제로도 저마다 맞춤배움을 누리게 돕는 시험 혁명에 나서야 한다. ‘줄 세우기’로 상징되는 학생들의 고통을 끝내야 한다. 교육계도 ‘교육’을 버리고 ‘배움’으로‘입시 타령’에 머물러 또 다른 기득권 세력이란 의심에서 벗어나도록 힘써야 한다. 이젠 배움의 시대, 저마다 소중한 배움권(헌법 제31조 참조)을 누려 배움혁명을 펼치자.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더 이상 ‘주어진 물음’이 아닌 저마다 빛깔 있는‘삶’으로 묻고 답하도록 하자. 살맛나는 배움을 모두가 누리며 나라다운 나라를 함께 만들며 온 누리 인류 발전을 크게 돕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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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수 2019-11-16 15:12:02
고등학교 졸업이 가까워질수록 단순한 문제 풀이 기계가 되어가는 것 같이 느끼게 하던 "교육"이 아닌 "배움"은 어떤 모습인지 알 듯합니다.
"이젠 ※ 다음 글을 읽고 요약한 뒤 제 생각을 말하시오(쓰시오).로 판을 아예 바꾸자. 배움은 묻고 답하며 읽고 쓰는 소통과 어울림을 즐기며 표현하는 것이다. 정해진 답이 아니라 새로운 답이 무궁무진하게 펼쳐진다. 모두가 이모저모로 보면 끄덕일 답들이 아니던가? 그동안 주어진 답을 놓고 고르던 것에서 벗어나면 삶이 보이고 몸으로 느끼며 머리로 생각하면서 손과 발이 살아나며 지나치던 자연은 물론 가까이 지내던 벗님들이 지닌 여러 가지 모습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