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현 칼럼] “오지랖도 넓으셔라”
[박정현 칼럼] “오지랖도 넓으셔라”
  • 김민정 기자
  • 승인 2019.11.10 09:3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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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정현 인천 만수북중학교 교사
박정현 인천만수북중교사
박정현 인천만수북중교사

우리말 ‘오지랖’은 원래 ‘웃옷에 입는 겉옷의 앞자락’을 뜻한다. ‘오지랖이 넓다.’는 남을 감싸는 마음이 넓다는 뜻으로 긍정적인 의미로 쓰였지만, 지금은 자기가 관여할 일이 아님에도 쓸 데 없이 간섭하여 볼썽사납다는 부정적 의미로 쓰이고 있다.

오늘은 오지랖 넓게도 ‘교육감님들의 오지랖’에 대해 씁쓸한 심정으로 생각의 흔적을 남겨보도록 하겠다.

최근 납득하기 어려운 두 개의 공문이 교육감 명의로 일선 학교에 보내졌다. 초등학교에는 ‘일기 과제와 검사를 중단’하라는 내용이었고, 중고등학교에서는 ‘학생 인권을 반영한 학교 규칙 개정과 그 내용을 탑재’하라는 것이었다. 두 공문은 그 근거가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있다고 밝히며 각 학교에서 시행하고 협조할 것을 교육감의 명으로 내리고 있다.

일기가 개인의 사생활을 담고 있으며, 이를 검사하는 것이 인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에 타당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의 사생활이 존중되어야 하는 것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성장 과정에 있는 아이들에게 일기 쓰기가 갖고 있는 순기능과 이를 지도하는 선생님들의 노력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일기 쓰기는 아이들이 자신의 하루를 돌아보며, 혹은 관련 있는 질문에 대해 깊이 생각하며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하는 활동이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성찰을 하게 되고, 의미 있는 경험을 내면화하는 소중한 시간을 갖게 된다. 아직은 성장의 단계이기 때문에 표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이러한 부분을 선생님이 지도해주는 것이다.

또 학교에서는 미처 인식할 수 없었던 부분을 일기를 매개로 소통하며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기를 읽어보고, 아이들에게 따뜻한 평과 의견을 달아주는 일은 많은 노고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일기가 갖고 있는 의미와 힘을 믿고 있어 많은 선생님들께서 고생을 해주시고 있다. 그런데 한 장의 공문으로 헌신하고 계신 선생님들을 일기 검사로 사생활을 침해하는 이들로 매도하고 있는 것이다.

중고등학교의 학칙 개정 또한 어이가 없다. 지난 6월 인권위 권고를 담은 선행 공문이 하달된 바 있다. 학교 규칙 중 염색을 금지하고 있는 항목을 없애고, 학생 인권을 침해하는 내용들을 삭제하는 내용이었다. 이미 학교 규칙은 학교구성원(학생-학부모-교사)의 의견을 수렴하여 절차에 맞게 민주적으로 제정 및 개정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제9조)에 명시되어 있고, 대부분의 학교에서 단위 학교의 생태에 맞게 건강한 방법으로 바꾸어가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권고 내용이 이행되었는지를 일괄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학교 규칙 안에 차별과 관련된 내용은 없는지, 인권과 관련한 내용을 명기해야 한다는 등의 세부 항목이 제시되어 있다. 이미 상위법(심지어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것을 학교 규칙에 명시해야 한다는 황당한 지침도 문제지만, 단위 학교에서 정하고 실행하게 되어 있는 학교규칙에 관여하려는 것은 오지랖으로밖에 볼 수 없다. 기본적으로 단위학교에 대한 불신이 깔려있고, 기존의 방법은 모두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법률에 근거하여 인권의 신장과 보장을 위해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인권위에서도 주요 인권정책 권고 및 의견표명 사례로 위 정책들을 밝히고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권고와 의견표명’이라는 점이다. 충분한 가치가 있고 논의가 필요한 쟁점에 대한 하나의 의견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뜻임에도 교육감은 인권위 권고를 내세워 민주적 절차 없이 모든 학교에 강요하고 있는 상황이다.

초중등교육법에 명시된 단위 학교의 학교규칙 제정과 개정을 무시하고 있으며, 교실 현장에서 아이들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계신 수많은 선생님들의 노력을 부정적으로 낙인찍고 적폐로 취급하는 실수를 범하고 있다. 이러다가 학급 급식순서까지 교육감님들께서 친히 정해주시겠다는 현장 선생님들의 헛웃음 섞인 푸념을 흘려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교육부로부터 모든 권한을 위임받겠다는 시도교육감협의회의 움직임이나, 단위 학교의 규칙까지 모두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겠다는 각종 지침과 정책들은 양 끝단에 있지만 하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옷의 앞자락이 지나치게 넓으면 품위도 없을뿐더러 거추장스러움을 생각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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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랖싫어 2019-11-10 09:53:19
공감합니다. 자신의 역할에 맞는 일을 하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