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정 칼럼] 교원능력개발평가는 교원을 정말 개발시키는가!
[한희정 칼럼] 교원능력개발평가는 교원을 정말 개발시키는가!
  • 김민정 기자
  • 승인 2019.11.07 17:17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 한희정 서울 정릉초교사

교원능력개발평가의 시기가 돌아왔다. 이미 평가를 완료한 학교도 있고, 이제 시작한 학교도 있을 것이다. 학부모들은 한 번 보지도 못한 교과전담교사나 영양교사, 보건교사, 교감에 대한 평가까지 해야 하냐며 울상이고, 교사들은 이도저도 아닌 연례행사 중 하나가 된 것이 ‘교원능력개발평가’의 2019년 풍경이다.

얼마 전 교실로 교감 선생님이 찾아오셨다. 교원능력개발평가의 자기소개서를 쓰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자기소개서는 쓰지 않는 것이 원칙이고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다고 말씀드렸다. 자녀의 담임교사에 대해 평가를 하는데 자기소개서가 없어서 평가를 하지 못할 정도라면, 그런 학부모에게는 평가를 받지 않는 것이 차라리 낫다고 본다. 그런데도 자기 소개서 한쪽을 읽고 얼굴도 모르는 영양교사, 보건교사, 교과전담교사, 교감에 대해 평가를 하란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예전에 근무하던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다. 우리반 학부모님들이 한 명도 교원능력개발평가에 참여를 하지 않았다. 우리반만 그런 것이 아니라 20개 학급 중에 9개 정도의 학급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 겨울방학 중이었는데 교육청은 그 교사들을 다 불러서 사유서를 쓰게 했다. 사유서를 쓰면 정상을 참작해서 특별연수 대상자로 차출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사유서 쓰는 것을 거부하였다. 학부모가 참여하지 않은 것이 왜 교사의 사유서 대상이 되는지 동의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교원능력개발평가에 의해 부적격교사로 특별연수 대상자가 되었다. 그 해 나는 서울시교육청 초등1급 자격연수 강사이기도 했고, 이런저런 TF에 전문위원이나 교원위원으로 참여를 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런 교사가 특별연수 대상자라는 사실이 껄끄러웠는지 간접적으로 지금이라도 사유서를 써서 제출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못하겠다고 했다. 기왕 특별연수 대상자로 선정되었으니 그 연수를 달게 받을 것이고, 교원능력개발평가의 허구성에 대해 할 수 있는 한 알리겠다고 했다. 결국 사유서를 쓰지 않았고 특별연수 대상자도 되지 않았다.

또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11월 중순쯤이었을 거다. 5시 넘어 교실에 앉아 이런 저런 일을 마무리하고 있는데 갑자기 핸드폰 진동이 드드드드 울려댄다. 우리반 학부모에게 오는 답문이었는데 “선생님, 참여하였어요.”, “참여했습니다”, “참여했어요. 걱정마세요.” 이런 문자들이었다. 아니,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었다. 나는 문자를 보낸 적이 없는데 무슨 참여를 했다는 것인가! 의아할 즈음 “선생님, 교원능력평가 참여하였습니다”라는 문자가 시전되었다.

학교에서 누군가 담임교사의 번호를 도용해 각 반 학부모에게 문자를 보냈을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었다. 그 학교의 교감 선생님이었다. 참여율 제고를 교육청에서 독촉하니 어쩔 수 없이 이런 불법을 자행한 것이다. 부장 몇 명이 교장실에 교감과 함께 모여서 문제제기를 했다. 사실 확인을 받았고 교사들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할 것을 요구하였다. 교직원 회의 시간에 공개적으로 사과를 했고 그 선에서 마무리되었다.

작년에는 2년 전에 담임을 했던 아이의 학부모님이 찾아오셨다. 아이가 다니는 중학교에 정말 이상한 교사가 있는데 교원능력개발평가에서 평가한 내용이 교사들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 물으러 오신 거였다. 부정적인 평가를 하면 교사들이 신원을 추적할 수 있는지, 비밀이 정말 보장되는지 물어보셨다. 신원은 보장되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지만, 한 두 명이 그렇게 평가한다고 해서 그 교사가 교단에서 퇴출되는 일은 없을 것이며, 학부모들이 모두 매우 낮은 점수를 줘도 어려울 것이라는 말씀을 드렸다. 게다가 그 학교는 사립재단이라 아무리 문제가 있어도 서울시교육청이 할 수 있는 것은 권고 정도일 뿐이라고 했다. 안타깝지만 매우 실망하며 돌아가셨다.

이것이 2010년 도입되기 시작해서 10년이 된 교원능력개발평가의 역사이며 오늘의 모습이다. 교원능력개발평가가 정말 ‘부적격교원’을 교단에서 퇴출하는데 기여한 바가 있는가? 교원능력개발평가가 교사들의 능력을 개발하는데 기여한 바가 있는가? 이제 이 정책을 냉정하게 평가해야 할 때가 아닌가? 세계 어느 나라도 모든 학부모에게, 학생에게 학교에 존재하는 그 모든 교사에 대해 ‘만족도’를 평가하도록 하는 나라가 있는가?

교원의 책무성을 강화하겠다고 도입된 성과상여금이나 교원능력개발평가나 모두 하그리브스의 진단에 의하면 제2의 길로 더 이상 미래를 말할 수 없는 정책이다. 하그리브스가 전망하는 제4의 길은 이런 책무성 강화 정책으로 도달할 수 없다. 법률적 근거도 없이 교육부의 규정 하나로 운영되고 있는 이 정책을 아직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망자계치(亡子計齒)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병길 2019-11-08 19:28:02
선생님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