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현 칼럼] ‘자유학기’, 안녕하십니까?
[박정현 칼럼] ‘자유학기’, 안녕하십니까?
  • 김민정 기자
  • 승인 2019.11.02 1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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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정현 인천 만수북중학교 교사
박정현 인천만수북중 교사
박정현 인천만수북중 교사

모든 제도와 정책은 나름의 목적을 가지고 출발한다. 완벽하게 적용될 수 없는 만큼 어떤 정책이든 문제점이 생기기 마련이다. 현재 모든 중학교에 적용되고 있는 자유학기제(혹은 자유학년제)는 비교적 굉장히 짧은 시간에 현장에 전면 적용되고 있다. 아이들의 꿈과 끼를 찾고 자신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는 목표로 도입된 자유학기제는 분명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고교학점제와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연결되는 흐름이다. 그런데 최근 정시 확대에 대한 강력한 정책 추진과 기초 학력 평가의 재도입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 충돌하는 지점이 생기고 있다. 좋은 취지에서 진행되고 있는 자유학기제에 대한 냉정하고 합리적인 진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나라의 자유학기 정책은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TY: Transition Year)의 많은 부분을 따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필자가 2015년 아일랜드에서 만난 관계자(TY를 디자인하고 적용시킨 게리 제퍼스 교수, 메이누스 대학)는 TY가 30여 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많은 반발과 문제에 부딪히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TY의 효과와 방법에 대한 논의가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현재 30%내외의 학교들이 시행하고 있으며, 대부분 사립학교들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에 전면 적용된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으며, South Korea가 아니라 North Korea에서 온 것이냐는 농담을 건네기도 하였다. 과감하고 빠른 정책으로 평가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모델로 했던 TY의 실제 모습을 보며 우리의 자유학기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2013년 42개 학교의 시범학교를 시작으로 단계적 확대가 이루어졌고 2016년부터 모든 학교에 적용된 자유학기제는, 2018년 기준 45.8%의 학교가 자유학년제로 운영하였으며 2019년 자유학년제 형태로 전면 확대되었다. 체계적인 교육과정과 시스템 등 표면적으로는 안정적인 운영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자유학기제에 대한 불만과 우려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가장 큰 불만 학부모님들로부터 나온다. 여전히 상급학교의 입시 체제와 틀은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객관적 위치와 수준을 중학교 1학년 단계에서도 할 수 없다는 불안과 자유학기 기간을 선행학습의 최적기라고 홍보하는 일부 사교육 시장의 행태 속에서 학부모님들은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자유학기를 통해 자신의 소질과 꿈을 찾았다 해도 바로 이어지는 시점부터는 시험에 매몰되고 입시 상황으로 내몰리게 되는 상황, 불안 심리를 계속 자극하는 사교육의 홍보 속에서 갖게 되는 학부모님들의 불안과 불만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자유학기를 실행하는 단위 학교의 문제도 생각보다 크다. 자유학기제가 몇 해 거듭되며 교육과정의 편성이나 운영은 안정적으로 되고 있지만 학생들의 수요를 다양하게 반영하고 있지 못한 경우가 많다.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경우도 많으며, 지역 인프라에 따라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은 크게 차이가 난다. 자유학기의 결과를 기록하는 교사 입장에서도 어려움이 크다.

활동의 결과를 개별적으로 기록하게 돼 있는데 현실적으로 제대로 된 기록이 이루어지기 쉽지 않다. 어렵게 찾은 꿈과 끼를 지속적으로 심화-발전시켜 갈 수 있도록 자유학기제 이후에도 활동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현행 교육과정과 단위 학교의 여건상 어려운 현실이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부분 자유학기를 좋아한다. 시험의 부담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히는데, 여전히 과거와 다르지 않은 교육 현실의 안타까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자유학기는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아이들의 인생에 있어 정말 중요한 시기와 기회가 될 수 있다. 교육 당국은 단순히 수치에만 매몰되지 말고 자유학기의 실제적인 측면과 현장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들어야 한다. 정말 좋은 목적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냉정하게 살피고 잘못된 부분을 고쳐가야 한다. 자유학기제가 정말 안녕한지 살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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