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증인출석 · 요구자료 폭탄에 현직 교장 “죽고 싶다”
시의회 증인출석 · 요구자료 폭탄에 현직 교장 “죽고 싶다”
  • 장재훈 기자
  • 승인 2019.11.01 0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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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원, “정당한 의정 활동” 반박.. 교육청은 감사반 파견 압박

교문개방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는 서울시내 한 초등학교 정문 모습. 학생들이 출입하는 인도와 차량 출입로가 교차하면서 겹치고 있다.

교문개방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는 서울시내 한 초등학교 정문 모습. 학생들이 출입하는 인도와 차량 출입로가 교차하면서 겹치고 있다.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 A 교장은 며칠 전 오는 6~7일 이틀 동안 서울시의회의 서울시교육청 행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미 시의회로부터 20여 건의 무더기 자료 제출 요구를 받은 터라 충격은 더 했다.

증인출석 요구서에는 학교 정문을 개방하지 않아 민원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적혀있었다.

지난 6월 이 학교 교장이 학생들의 안전사고 위험을 이유로 학교 정문을 폐쇄하고 대신 후문을 사용하도록 하자 현직 시의원이 이를 문제 삼고 나서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학교 정문 진입로가 외길인데다 입구에서 등교하는 학생과 학교 주차장을 이용하는 교직원 및 지역주민 차량이 서로 교차할수 밖에 없는 구조여서 교통사고 위험이 크다는 것이 학교측의 주장이다. 

또 학교 반경 1킬로미터 이내에 7명의 성범죄자가 거주하고 있어 정문을 개방할 경우 출입자 관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도 중요한 요인으로  꼽았다. 

이 때문에 학교측은 주자창으로 가는 차량통행 길을 개방하되 학생과 일반인의 정문 출입을 금지할 수 밖에 없다는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그러자 학교 인근 주민 일부가 반발하고 나섰다.  학부모와 지역주민 2000여 명의 서명이 담긴 민원을 제기했다.

여기에는 학교 정문을 주민들이 통행할수 있게 해줄것과 학교 체육관을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라는 주문이 포함됐다. 시의원 역시 학교 측에 정문 개방을 요구했다.

양측의 대립이 심화된 가운데 서울시의회는 11월 행정감사를 앞두고 20여 건의 자료 제출 내역을 학교 측에 통보했다.

요구자료 목록에는 학교장 출장 현황, 초과근무 현황, 체육관 등 교육용 기본재산 사용 허가 현황, 교육공무직 퇴직금 적립현황, 정기고사 성적 현황 등 A 교장 부임 이후 학교 경영 전반의 세세한 사항들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정기고사 성적 현황은 초등학교와는 무관한 것이어서 적절치 않은 자료요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학교 측은 짧은 기간 안에 이 많은 자료를 정리, 제출하려면 정상적인 교육 활동에 차질이 불가피 하다며 일부 철회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교육청 통해 돌아온 답변은 정해진 기일내 제출하라는 독촉뿐이었다.

심지어 서울시교육청에 대한 행정감사 기간 중 이틀간 증인으로 출석할 것을 요구했다.

서울시교육청도 가세했다. 시교육청은 오는 13일부터 감사반 7명을 이 학교에 파견, 무기한 민원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엄청난 양의 감사자료 요구와 교장 증인출석, 교육청의 감사까지 동원돼 학교측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A 교장은 이 모든 일련의 행위가 자신이 시의회의 요구를 거부한 데서 오는 부당한 압력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시의원과 갈등으로 이루 말할 수 없는 정신적, 육체적 고통에 시달리고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혹여 인사보복 등 불이익을 당할까 봐 두렵다"면서 "명예롭게 교직을 마무리 하고 싶었는데 이런 일을 당하고 보니 목숨으로 항변해야 하는가 하는 극단적인 생각마저 든다"고 털어놨다.

반면 해당 시의원은 "정문개방 요구는 정당한 의정활동이고 자료 제출 분량 역시 일상적인 수준이어서 특정 학교나 교장을 겨냥한 보복 행위는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어 "행정감사 증인 출석요구 역시 지역주민 2천여 명이 서명한 민원 사안이니만큼 학교장의 입장을 듣기 위한 것일뿐 다른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

교육관계자들 사이에서도 학교장이 권한을 지나치게 행사한 측면이 있어  과잉행정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학생 안전과 학습권을 중시하는 교장과 지역주민 편의가 우선이라는 견해가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중간에 낀 서울시교육청은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채 답답한 모습이다.

관할 교육청 역시 학교 정문개방 및 체육관 개방의 타당성 조사를 마치고도 현재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양측이 대립하고 있어 지금으로서는 책임 있는 자료를 제시할수 없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조희연 교육감까지 나서 중재를 했지만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교육청이 우물쭈물하는 사이 교장은 시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이 사건은 현재 검찰로 넘어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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