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슐라이허 OECD 교육국장 “대입 표준화가 공정성 보장하진 않아”
[일문일답] 슐라이허 OECD 교육국장 “대입 표준화가 공정성 보장하진 않아”
  • 장재훈 기자
  • 승인 2019.10.24 0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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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아스 슐라이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국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안드레아스 슐라이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국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안드레아스 슐라이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국장은 23일 교육부 출입기자들과 가진 기자감담회에서 대학입시와 관련, 입시의 표준화가 공정성을 담보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수능 확대에 비판적인 입장을 나타낸 것이다.

그는 이어 “대학은 다양한 인생 성공경로의 하나일 뿐”이라며 “대학들도 이런 가치에서 학생의 적성이나 경험을 중시하는 선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슐라이허 교육국장은 또 “한국의 교육격차가 심각하다고 하지만 미국 등 다른나라에 비하면 적은 편”이라며 “교사들의 열정이 가난한 학생들에게도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교사들을 뒷받침하는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교육 격차는 교사에 대한 지원을 늘려 유능한 교사가 가장 어려운 학생들을 가르치게 하는 형태로 풀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주요내용,

- 한국 사회가 교육체계 어떻게 하느냐를 놓고 수십년 째 반목해왔다. 교육체계를 어떤 거버넌스로 결정하면 좋은지 궁금하다.

“성공적인 교육관련 거버넌스와 관련해서 포용적인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한국과 같이 학생과 부모가 지나치게 대입 문제에 관심을 쏟는 나라는 많지 않다. 한국과 달리 다른 국가에서는 다양한 성공경로를 모색한다. 대학은 그런 경로 중 하나에 불과하다. 한국은 전체적인 관점으로 교육하라고 하면서도 대학에서는 분절된 시각으로 교육한다.”

- 한국은 대입제도 개편에 정부가 가이드라인 주는 느낌이어서 교육계가 혼란스럽다. 외국도 그런 사례가 있나.

"표준화 한다는 것이 반드시 공정하다는 건 아니다. 중요한 건 진정성이고 학생 제대로 평가하는 시스템 마련하는 것아 중요하다. 예를 들어 한국의 좋은 기업 중 표준화된 시험으로 채용하는 기업은 없을 것다. 대개 지원자가 어떤 경험을 했으며 성과를 이뤄냈는지 역량을 점검하기 위한 면접을 실시한다. 이는 대학생을 선발할 때도 마찬가지 원리다. 그 학생의 적성이 무엇이고, 어떤 경험을 했고, 등등 학교생활에서 누적된 경험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집중해야 한다. 효율성만을 추구하다 그러한 가치를 희생시키면 안된다. 단순히 그동안 믿어왔던 제도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시대적 특성(적시성)을 포기하면 안 된다.“

- 한국은 민주학교, 혁신학교 등이 공교육 시스템에 빠르게 확대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한국에 훌륭한 학교 많다. 그러나 학생과 교사는 예외 예외다. 전반적으로 교사의 만족도가 매우 낮다. 특히 학교시스템에서 수평적 관계가 부족하다. 수평적 관계가 있어야 교사들이 동료와 다른 학교 교사들, 그리고 아이들과 아이디어를 교환할 수 있다. 한국은 안타깝게도 학교 관리자들에게 직접 아이디어 전수하는 여지가 제한적인 것 같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만 혁신이 가능하다.”

- 교사의 역할이 지식전달자에서 멘토, 코디로 변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교사의 역할변화에 대해 제안하고 싶은 게 있나.

“우선 한국의 교사들은 매우 유능하다. 우수한 인재들이 교사가 되고 교직이 좋은 직업으로 인정받는 사회다. 또 교직 준비과정도 철저한 것으로 알고 있다. 문제는 교사가 된 이후 이들에 대한 투자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단순히 가르치는 것 뿐 아니라 창의적인 교수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신의 전문성으로 창의적으로 일해야 한다. 아울러 사회는 교사 전문성을 좀 더 신뢰할 필요가 있다.”

- 한국 내에서는 소득격차, 계급격차가 교육문제로 이어지는 게 이슈다. 사회적 불평등이 교육격차로 이어지는 걸 다른 나라는 어떻게 해결하는가.

“다른국가들과 비교해 보면 한국은 그래도 이런 불평등 차원에서 상당히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가난한 학생들에게도 교육을 제공한다. 다른 국가들의 교육격차 수준은 한국보다 결코 작지않다. 그럼에도 한국에서 교육격차가 존재하는 건 부자 학생이 좀 더 유명한 고등학교와 좋은 대학교에 진입할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가난한 학생들도 미국 가난한 학생과 비교했을 때 훨씬 양질의 교육 받는다. 예를들어 치료하기 어려운 환자를 의사들이 치료하는 이유는 더 큰 보상과 혜택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의 교사는 정반대다. 유능한 교사들이 오히려 가난한 학생에게 더 많이 배정돼 있따. 한국 교사들의 열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교사들을 뒷받침할 시스템이 있다면 좋을 것 같다. 또 한국에서 온라인 학교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오지에 있는 학생도 좋은 교육 받는 것. 좋은 교사의 가르침을 받는 것, 급우들과 온라인 연결될 수 있는 학교 보고 좋게 생각했다.”

-혁신학교에 대해 알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혁신학교의 경우 아주 좋다고 생각한다. 혁신은 즐거운 일이기도 하다. 다만 한국 대입 때문에 한계에 부딪힌거 같다. 혁신학교라고 해도 교사와 학생 모두 입시에 부담을 안고 있다. 장기적으로 혁신학교와 관련해서 재고할 필요가 있다. 대학입시로 그동안의 모든 노력이 무위로 돌아가는 것 같다. 좀 더 경로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평가방식도 다양화 해야 한다.”

- 평생교육정책과 관련해서 오이시디는 각국 평생교육정책 논의나 지원책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한국의 학교 시스템은 세계적으로 상위권에 속한다. 그러나 평생학습 측면에서는 갈길이 멀다. 한국에서 대학 이전에 교육이 많은 부분 차지하고 대학 입학 후 교육 받는 양이 크게 줄어든다. 반면 스웨덴 캐나다는 평새학습이 이어진다. 직장이나 다양한 기관에서 교육 받고 있다. 싱가폴은 사람들이 배우고 싶은 걸 언제 어디서든 배워나갈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 일을 먼저 하고 싶으면 일부터 하고, 학습하고 싶으면 학습을 한다. 국민에게 재량권 주는 시스템이다. 학습 자체가 일이 되는 시대가 됐다. 삶의 전반기 받은 교육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미래에 대비한 역량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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