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프레스의 눈] 학생참여수업을 되짚어 보다
[에듀프레스의 눈] 학생참여수업을 되짚어 보다
  • 장재훈 기자
  • 승인 2019.09.25 1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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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영근 경기 군포 둔대초등학교 교사
이영근 경기 군포둔대초교사
이영근 군포둔대초교사

학생참여수업이 강조되고 있다.

2015교육과정이 들어오면서 학생참여수업을 강조하고 있다. 교육과정 알림 영상을 보면, 우리나라 초등학교나 중학교 모두 수학 성취도는 세계에서도 매우 높으나, 학습흥미도는 매우 낮다. 그 까닭은 학생들이 받는 수업이 즐겁지 않기 때문이라고 짚는다. 그러며 학생들이 참여하며 질문하고 직접 겪는 학생참여수업을 많이 해야 한다고 한다. 과연 학생참여수업은 필요하나? 잘 되고 있는가?

학생참여수업은 경제력과 관련이 있다.

학생참여수업의 하나의 예로, 프로젝트 수업을 한다고 치자. 학생들은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그 문제를 직접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은 이런 게 문제가 아니더라. 기본(알림장, 준비물, 관심, 심지어 청결 따위)을 학부모가 챙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은 집에서 챙김을 받지 못해 기본 학습조차 되지 않기도 한다. 이런 학생들에게는 기초 학력을 위한 공부와 기본 생활 습관을 더 신경써야 한다. 학생참여수업은 꿈 같은 이야기다. 결국, 학생참여수업은 어느 정도 경제력을 갖춘 환경의 아이들일 때 더 잘 되는 건 아닐까?

학교의 역할이 바뀌고 있다.

위의 문제 상황을 다시 곱씹어 본다. 가정에서 학생들을 잘 챙기는 요즘 부모들을 보자.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학교에 바라는 바가 예전과는 다르다.

예전에는 학교에서 지식을 가르쳐주길 바랐는데, 요즘 부모들은 지식은 집(학원)에서 챙길 테니, 학교에서는 놀게 해 주거나 친구 관계를 잘 쌓길 바라기도 한다. 이런 학부모는 학교에서 어떤 수업 형태이건(학생참여수업이건 교사주도 지식 수업이든) 상관하지 않는다. 어쩜 학생참여수업으로 학생들끼리 함께 계획하며 어울리는 그 자체에서 배우는 관계 때문에 더 좋아할 수도 있다.

학생참여수업을 할 수 있는 학년이 되면 할 수 없는 환경이다.

학생들 나이로 학생참여수업을 생각할 수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은 많은 시간 학생참여수업으로 하고 있다. 학생들이 직접 계획은 세우지 못하더라도 직접 만지고 겪으며 배움을 익힌다. 물론 국어 낱자 익히기, 받아쓰기, 수학 셈하기 따위는 반복학습으로 기초 지식을 쌓기도 한다.

이렇게 초등학교 저학년에 학생참여수업을 경험하고 기초 지식이 쌓였다면 고학년에는 조금 더 높은 수준(계획-실행-평가)의 학생참여수업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때가 되면 많은 학부모는 학생참여수업보다는 지식 위주의 수업을 바란다. 당장 가야 할 중학교를 걱정하며 국어, 수학, 영어 같은 주지 교과는 교과서대로 배우길 바란다.

학생참여수업은 결국 끊긴다.

혁신학교이 성공하여 많은 곳으로 퍼진 까닭 가운데 하나가 학생참여수업이기도 하다. 활발한 교육과정재구성으로 다양한 학생참여수업을 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결국 한계에 부딪치고 만다. 중·고등학교로 진학하면 결국은 대학 입시를 위한 주입식 교육으로 가고 만다.

안타깝지만 현실이고, 이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면 낙오자 인양 위축되게 만들고 있다. 무엇이든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더 큰 틀의 변화(경쟁사회의 변화, 대학입시경쟁의 변화)가 함께 있어야 한다. 요즘 우리 사회도 이런 변화를 위한 움직임이 보이는 것 같다.

교육청에서 강조하면 실패한다.

2015교육과정에서 학생참여수업을 강조한다. 고스란히 단계 단계 내려오며 더 부풀어질 수밖에 없다. 학생참여수업을 하면 할수록 좋은 수업이라는 식이다. 이렇게 학생참여수업을 강조만 한다고 교육을 실현하는 교실에서 선생님들이 바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학생참여수업도 아이들 성장과 함께 교사의 성장이 모두 필요하다. 3월에 만난 아이들과 학생참여수업을 바로 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면 이만큼 하고 있다는 껍데기만 남고 알맹이는 없을 수 있다. 아울러 아직도 많은 학교에서는 관리자들이 학생참여수업(예를 들어 프로젝트수업이나 토론식 수업)을 일정 비율 이상 하라고 한다. 모든 학년에. 이건 폭력이다.

결국 지식수업과 학생참여수업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

이 이야기는 학생참여수업만 강조하는 현실을 비판하며 사실적 지식 교육(교사의 지도)이 필요하다고 말한 책을 보고서 나눈 이야기다. 교사 위주의 지식 교육만 하면 학생들이 지겹다. 아이들은 숨 막히며 힘들 것이다. 우리가 20, 30년 전에 배울 때 얼마나 힘들었는가?(지금도 고등학교 우리 아이들도 그런 것 같기는 하지만)

한편 학생참여수업은 학생들이 즐겁게 참여하며 신나한다. 그럼에도 학생들의 수준 차이, 학생들의 환경 차이, 학생들의 나이 차이를 고려할 때 일방으로 학생참여수업만 할 수는 없다. 이 글을 읽는 초등학교 선생님(오늘 초등학교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눴다)은 모두 알고 있다. 학생들에게 필요한 사실적 지식 교육은 꼭 필요하다. 아울러 학생참여수업도 필요하다.

지식 교육과 학생참여수업을 적절하게 잘 엮어서 수업해야 한다. 사실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 기초 지식을 챙기지 않으면 다음 배움이 너무 힘들다. 학생들 참여를 이끌지 않으면 집중 시간이 짧은 아이들은 산만하고 떠든다.

다소 싱거운 결론일지 몰라도 교사 지도의 사실적 지식 교육은 필요하다. 학생참여수업은 필요하다. 교사가 이 둘을 잘 엮어 아이들에게 좋은 배움이 일어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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