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오후 한국대학학회가 주최해 열린 ‘사회불평등구조와 대학정책 방향’ 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은 조국 사태로 드러난 우리교육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를 놓고 진지한 토론을 벌였다.

참석자들은 조국 법무부장관 딸의 입시 특혜의혹을 보면서 “대학입시를 통한 계층 갈등이 심각함을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김동엽 한신대교수는 ‘조국 사태에 비춰본 한국의 교육문제’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조국 딸 사건은 최상류층 입시의 민낯을 드러냄으로써 상류층에는 불공정을, 중하위층에는 불평등과 박탈감은 안겨줬다”고 지적했다.

먼저 서울대 학생들의 조국 반대 집회는 최상류층과 상류층 간 갈등 성격이 짙다고 진단했다. 상류층 학생들의 의식 저변에는 최상류층이 독점하다시피한 대학입시에서 상대적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고 여기는 불만이 깔려 있다고 했다.

SKY 입학을 놓고 벌인 경쟁에서 최상류층의 압도적인 위력을 실감한 상류층만이 느낄 수 있는 분노라는 것이다. 따라서 SKY 학생들의 집회는 평등에 대한 감수성이 아니라 그들만의 공정의 가치에 근거해서 드러난 반감이라고 풀이했다.

반면 서울대 등 SKY 학생들과 달리 지방대가 침묵하고 있는 것은 대학입시에 일반 서민은 범접할 수 없는 상류 특권층들만의 영역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했다.

특히 조국 딸을 통해 상류층의 입시전략과 사회자본의 강력함을 들여다 본 중하류층은 이 모든 것이 합법적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에 더 큰 충격과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단행동에 나서지 않는 것은 자신들과 너무 먼 이야기다 보니 체감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문 대통령이 입시의 공정과 정의를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김 교수는 “우리사회에서 공정은 X를 투입하면 Y를 산출하는 기계 같은 아주 납작한 의미론을 가진다”고 전제하고 “하지만 투입되는 X가 평등한 상태로 투입되는지는 도외시 하고 장치 자체의 정상적인 작동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인식 때문에 우리사회에서 공정은 차별을 정당한 것으로 느끼게 해주는 매커니즘이 되버렸다”고 꼬집었다.

그는 사견임을 전제로 “정시가 투명하고 아주 좁은 의미에서 공정하기는 해도 그것이 평등을 제고하는 장치는 아니다”면서 “평등의 가치에서 보면 학종이 더 부합하는 입시 전형”이라고 강조했다.

대학입시 제도의 잦은 개편과 이를 둘러싼 갈등의 이유로 김교수는 소수 엘리트 집단의 이기심을 들었다.

김 교수는 “대학입시는 영광과 비참, 행운과 불운, 강렬한 불안과 희망의 순간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을 갖게 하기에 누구든 평생 기억한다”고 말하고 “다만 자신 이후의 입시제도는 잘 몰라 불신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성공한 엘리트 집단일수록 자신이 경험한 입시제도가 공정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기 시대의 입시제도가 공정해야 자신들의 성공이 정당화 되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예컨대 이명박 정부 시절 자사고가 급증한 것은 당시 사회주도층이 비평준화 세대다 보니 자사고나 특목고에 관심이 많았고 문재인 정부는 평준화 세대가 권력을 장악하면서 자사고 폐지 등 반대 경향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감 교수는 “대학입시에는 우리사회의 계급과 세대간 갈등이 내재돼 있다”며 “조국 딸이 입시특혜라는 뇌관을 건드리는 바람에 문재인 정부에 대한 대중의 부정적 정서가 폭발한거 같다”고 진단했다.

장재훈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