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하는 박건호 서울교육청 교육정책국장, “교육은 포기하지 않는 정성이죠”
퇴임하는 박건호 서울교육청 교육정책국장, “교육은 포기하지 않는 정성이죠”
  • 장재훈 기자
  • 승인 2019.08.29 0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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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 직원들의 신망이 두터웠던 박건호 교육정책국장이 이달말  정년퇴직한다. 38년 교직생활, 미안한 마음과 감사한 마음, 아쉬운 마음 뿐이라고 했다.

서울시교육청 직원들의 신망이 두터웠던 박건호 교육정책국장이 이달말 정년퇴직한다. 38년 교직생활, 미안한 마음과 감사한 마음, 아쉬운 마음 뿐이라고 했다.

그의 뒷모습은 아름답다. 38년 교직에 몸담았던 그가 31일자로 정년퇴임한다. 헌신이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선생님, 어렵고 힘든 아이들에게 따뜻한 사랑을 베풀었던 선생님, 그래서 참 좋았던 선생님이 정든 교단을 떠난다.

‘전문직의 꽃’으로 불리는 자리에서 물러나 야인으로 돌아가는 박건호 서울교육청 교육정책국장. 퇴임식(30일)을 하루 앞둔 지금 그는 미안한 마음, 감사한 마음, 아쉬운 마음이 섞여 있다고 했다.

명문 덕수상고를 나와 한국은행에 입사했다. 남들 부러워하는 최고의 직장이었지만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주경야독 끝에 경제학과에 입학했고 졸업과 동시에 교직에 들어섰다.

첫 출발은 서울시내 중학교. 이후 고등학교에서 일반사회를 가르치다 우연찮은 계기로 장학사가 됐고 서울시와 교육부를 오가며 교감, 교장, 장학관을 두루 거쳤다.

돌이켜보면 성공한 교직 생활. 하지만 그는 평생 분필잡는 ‘선생’이고 싶었다. 초임 장학사 시절 교육지원청과 담 하나 사이로 고등학교가 있었다. 간간이 들려오는 수업 종소리, 그리고 재잘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그럴 때면 금방이라도 교실로 뛰어가고 싶었다고 한다.

그는 교직 인생 중 가장 즐거웠던 순간의 하나로 수업을 꼽았다. 학생들과 상호작용이 잘돼 수업을 마치고 교실 문을 나서던 순간 벅차오르던 희열을 잊을 수가 없다고 했다.

공부하곤 담 쌓았던 말썽꾸러기가 의젓한 모습으로 나타났던 날, 단발머리 곱던 아이가 주례서 달라고 찾아오던 그 날도 참으로 행복했다.

총각 선생님이란 소문에 자판기에서 30원짜리 블랙커피 뽑아주던 아이들. 마시고 나면 또 오고, 돌아서면 또 오고, 정성이 고마워 아침마다 빈속에 얼마나 들이켰는지 모른다.

그는 종종 후배들에게 콩나물 교육론을 이야기한다. 콩나물을 기를 때 정성껏 물을 주다 보면

하릴없이 물만 흐르는 거 같아도 어느 순간 쑥 자란 콩나물을 볼 수 있다는 것. ‘교육은 포기하지 않는 정성’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퇴직을 하루 앞둔 지금, 돌이켜보면 후회만 남는다고 했다. “최선을 다하고 정성을 쏟았지만 상처받은 아이도 있었을테고 누군가의 아픔을 외면 했을수도 있겠죠. 마지막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았어야 했는데... . 교육은 제게 너무 어려운 소명이었던거 같아요.”

수처작주(隨處作主)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다. 언제 어디서는 주인이 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꼰대 같은 소리로 들릴지 모르지만 열심히 수업하는 선생님도, 배움터 지킴이 아저씨도, 교문지도에 땀 흘리는 교감도 모두 주인인 내가 할 일을 대신해 주는 사람이라고 여긴다면 우리 교단은 한결 훈훈하고 아름다운 곳이 될 것이라고 했다.

교장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는 교장이 마음 먹기에 따라 학교는 얼마든지 달라질수 있지만 처음부터 너무 욕심을 부리면 자칫 안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학교 구성원들과 소통하며 가는 길, 그런 동행이 성공하는 학교를 만든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사코 퇴임식을 고사했다. 떠나는 마음이야 홀가분 하지만 숙제만 남겨두고 가는 것은 아닌지, 혹여 남은이들에게 허전함을 느끼게 하지 않을까 하는 미안함이 큰 탓이다.

조촐하게 치러지는 퇴임식엔 가족들도 오지 못하게 했다. 그날의 주인공은 자신이 아니라 배웅해주는 후배들이라는 생각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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