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프레스의 눈] 교육 평등에 대한 기대와 배신
[에듀프레스의 눈] 교육 평등에 대한 기대와 배신
  • 김민정 기자
  • 승인 2019.08.26 12: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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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정현 인천만수북중학교 교사
박정현 인천만수북중 교사
박정현 인천만수북중 교사

지난 주말, 회의가 있어 광화문을 찾았다. 평온하고 고즈넉한 주말 오전 분위기를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왕왕 거리는 확성기 소리와 많은 인파로 혼잡하였다.

신임 법무부장관 지명 철회를 외치는 이들. 이 모습은 공간에 시간이 오버랩 되면서 아이러니함을 느끼게 했다.

동일한 장소에서 불과 3년 전 있었던 정권 퇴진 집회가 있었다. 정권을 바꾼 주체에게 비난을 돌린 것이다. 그들을 ‘태극기 부대’라는 이름으로 폄하할 수 있을까? 같은 날, 서울대와 고려대에서도 촛불집회가 열렸다.

그리고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비판한 청년에게 ‘수꼴’이라고 비하했던 언론인이 사과하기도 하였다. 정치적 인식이나 판단은 차치하더라도 파국으로 치닫는 한일관계, 좀처럼 풀리지 않는 북핵 문제 등을 생각했을 때 소모적인 논쟁을 더해가며 미궁으로 빠져드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신임 법무부장관 지명자의 딸의 입학과 관련하여 논란이 심화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교육에 대한 허탈감을 느끼고 있다고 토로한다.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분명 무언가 문제가 있어 논란이 되는 것이다. 지명 철회 여부를 떠나 무엇이 문제인지 ‘교육 평등’의 차원에서 논의가 필요하다.

누구나 교육 받을 수 있는 것은 현대 교육의 기본 명제이다. 여러 요인으로 인해 교육 격차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평등’을 위한 다양한 장치를 마련한다. ‘교육 평등’은 ‘기회의 평등’과 ‘결과의 평등’으로 나눠 볼 수 있다.

‘기회의 평등’이란 지위, 인종, 가족, 계급, 종교, 출생 등 개인이 선택할 수 없는 요소들로 차별을 받지 않고, 모두 똑같은 기회가 주어지는 것을 말한다.

헌법 차원에서 보장받는 조건으로, 지역과 경제적 형편 등 어떠한 요소와도 무관하게 모든 학생들이 교육받을 수 있는 동일한 조건을 제공해 주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출발선 자체가 다른 상황에서 기회의 평등만으로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결과의 평등’은 이러한 기회의 평등에 더해 최종적인 결과가 평등해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사회 배려 대상 전형을 따로 주거나, 농어촌 특별 전형 등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결과의 평등 자체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도 있지만, 교육을 통해 격차를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한 순기능을 갖고 있다.

이번 논란은 무엇이 문제인가? 대입에 있어 다양한 전형을 마련하는 이유는 우수 인재를 선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교육격차를 해소하고 다양한 기회를 마련해주는 데 있다고 많은 사람은 믿고 있다.

어떤 전형이 특정한 능력이 요구되는 이들에게만 국한된다면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 기여 혹은 기부 실적에 따라 입학이 허가되는 외국의 사례가 우리나라에서 철저히 배제되는 것은 조건의 차이가 특혜로 이어지는 것을 용인하지 않는 우리의 정서가 상식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학이 서열화 되어 있고 이후의 삶에도 영향을 주는 뿌리 깊은 우리 현실을 감안한다면, 특혜로 여겨지는 전형과 이를 통한 입시는 지탄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에 공감하여 특정 학생에게만 유리할 수 있는 논문 연구 기록이 생활기록부 기재 항목에서 빠진 것이다.

후보자의 딸이 치렀던 입시 상황에서 논문 게재 실적, 활동 이력의 기록 등이 합법적이었을 수는 있다. 그리고 부모 입장에서 자식의 성공을 바란다는 심정도 공감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누구의 자식이고, 다른 사람들이 누릴 수 없는 환경에 있었고, 그것을 입시에 이용했다는 것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좌절감을 줄 수밖에 없다. 노력과 공정을 중요한 가치로 주장하던 이에게 이런 일이 알려진다는 것 자체가 기대를 무너뜨리고 배신감을 주는 것은 아닐까?

모쪼록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불투명한 입시 제도의 개선과 공정한 경쟁을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고, 많은 학생이 교육격차가 해소된 상황에서 꿈을 키워갈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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