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프레스의 눈] 교사가 공부해야 하는 이유
[에듀프레스의 눈] 교사가 공부해야 하는 이유
  • 김민정 기자
  • 승인 2019.08.17 14: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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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상백 경남 서포초등학교 교감
김상백 경남서포초 교감
김상백 경남서포초 교감

교원이 지식을 소비하는 실천가이긴 하지만 실천하기 위해서는 그 이론이나 근거가 타당해야 한다. 그냥 그때그때의 감성적인 공상으로 행하는 실천은 일관성도 없을뿐더러 교육의 직접적인 수혜자인 학생들의 바른 성장과 발전으로 이어지지 못한다. 어떤 경우는 교원의 허술한 포부와 야심에 의해 학생들이 희생되기도 한다.

이런 현실 자각을 바탕으로 바람직한 결과를 예견할 수 있는 타당한 근거와 효율적인 방법을 찾고, 행한 후에 학생들의 올바른 성장의 결과로 검증하는 연구자로서의 교원의 역할이 중요하다.

1. 학생들이 좋아하기 때문에 결정한다.
학생들이 좋아하는 것으로 학생들의 올바른 성장과 발전을 이끄는 것만큼 좋은 방법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서 교원의 역할은 학생들이 싫어하더라도 그들의 올바른 성장과 발전에 도움이 되는 교육활동이라면 수업이 재미있도록 연구해야 한다. 학생들이 좋아하기 때문에 그렇게 해야 한다는 늪에 빠지면, 학생들의 원초적이고 순간적인 즐거움을 위해, 성장을 위한 극복 기회와 성장의 기쁨을 박탈하여, 지혜와 정의로운 인간으로서의 성장을 저해한다.

2. 근거 없이 아마 좋을 것 같기 때문에 결정한다.
이론 고찰이나 사례 연구도 없이 그냥 그렇게 하면 좋을 것 같기 때문에 결정하고 시행한다. 어디서 들은 이야기, 삶에서 획득한 감각, 픽션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낭만을 근거로 그냥 잘 될 것이고 잘못되어도 문제 될 것이 없다는 논리로 교육활동을 결정한다.

공상적이고 즉흥적으로 결정했기 때문에 가르치는 방법이 부실하여 일관성과 세밀함을 유지할 수 없다. 이런 것을 만들어가는 교육과정이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지만, 효과적으로 적용하기 위해 융통성과 유연성을 발휘한 것과는 거리가 먼 공상적인 교육활동이다. 간혹 의외의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있긴 하다.

3. 좋을 것 같아서 실시한 후 검증을 하지 않는다.
학생들이 좋아하기 때문에, 좋을 것 같이 때문에 실시한 후 실제로 그와 같은 효과가 있었는지를 학생들의 성장으로 검증해야 한다. 하지만 많은 교원은 본인의 만족도를 아이들에게 투사하여 검증한다. 본인이 만족하면 학생의 성장도 이루어졌을 것이라고 착각한다.

4. 유사한 연구와 사례를 찾지 않는다.
교육을 떠나서 어떤 일을 시작하려 할 때 유사한 경우가 있었는지를 찾고, 단점 보완을 비롯한 재구성이 기본이다. 그런데 교육을 백년지대계라고 강조하며 미래 교육 운운하면서 과거의 이론과 실천사례를 등한시하여 미래 교육을 과거로 회귀시킨다. 과거의 어딘가에 효과적으로 나아가기 위한 단서가 있다.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5. 수업설계의 중요성을 간과한다.
교육철학을 공유하고 교수학습 방법을 연구하지만 기본이 되는 지식의 습득이 부족하면 후퇴의 빌미가 될 수도 있다. 어떤 전문적 단체의 지도안을 계속 보고 있지만 아이들의 성장보다 교사의 편리를 위한 것이라고 이해할 수밖에 없다.

정말 그렇게 되려면 학생들의 다양하고 생산적인 창의적 반응과 엉뚱한 반응을 구분할 능력이 있어야 하고, 이를 학습목표 달성의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학생 개개인의 반응과 수업 분위기, 환경을 고려한 다양한 수업 상황을 상상한 후 수업자는 이에 맞는 지식, 지혜를 겸비하여 수업의 주체인 학생들을 자극해야 한다. 이런 내용들이 지도안에 맥락적으로 기술되어야 한다.

결재를 득하기 위한 지도안이 아니라 연구한 수업 계획을 정리하여 효과적인 수업을 하기 위한 것이다. 정리 없이 상상한 대로 어찌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수업을 하게 되면 학생들의 구체적인 반응에 세밀하게 대응하지 못하여 기초와 기본을 등한시되기 쉽다. 아마 혁신학교 중 기초학력 비율이 높다면 이것이 하나의 원인일 것이다.

이를 지적하는 혁신학교의 한 교사는 전체적인 수업의 흐름을 학생들이 행복하게 참여하도록 이끌었고 그런 세세한 부분은 학생들이 성장하면서 자동적으로 습득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한다. 아니다 학교 수업을 통해 얻지 못한 기초와 기본 학력과 학생들의 행복한 수업을 위해 잘못 적용된 개념은 학생들의 배움을 더디게 만들거나 오개념을 더 심화시킬 뿐이다.

교사의 편리함을 위하여 이러한 수업 오류를 냉정하게 개선하지 않고 학생들을 위한 교육이라고 포장하고 있지 않은가?

6. 교원은 많이 알아야 한다.
주장하는 다양한 형식을 채우기 위한 광범위한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 교원에게 지적 호기심이 필요한 이유다. 학생들이 좋아하는 그릇은 준비되어 있는데 텅 비어 있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좋은 그릇을 준비하는 선의의 노력과 더불어 그릇을 채우려는 지속적인 지적 호기심을 발현시켜야 한다. 학생의 직접적인 경험-여행과 체험-과 간접적인 경험-독서-을 강조할 때 교원 본인에게도 함께 강조해야 한다.

7. 귀차니즘과 비판을 구분하자.
새로운 것에 대한 귀차니즘으로 과거에 집착하여 교육을 방해하는 것은 교원의 직무유기다. 직무유기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 수 없다. 귀차니즘과 진보를 위한 생산적인 비판을 구분하자.

8. 모순을 인지하자.
아이들을 위한 교육을 주장하면서 회의한다며 수업 시간을 지키지 않고, 아이들과 동떨어진 활동을 위해 아이들의 시간을 생략하거나 변경하는 것은 모순이다. 학교의 회의, 교원의 행위는 학생들의 성장을 위한 도구다. 회의와 행위가 아이들의 성장과 관련성이 없다면 없애야 한다.

어떤 이는 포괄적으로 해석하여 우리 학교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교육 발전에 이바지한다고 하는데 자기모순을 포장하기 위한 변명일 뿐이다. 우리나라 교육은 학생들의 희생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지 않는다.

미시와 거시는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미시는 미시의 방법으로 거시는 거시의 방법으로 적용해야 한다. 거시를 추구 한다며 미시를 하찮게 보는 것은 지식의 부족이 드러내는 자기모순이고 한계다.

교원은 이론가보다 실천가에 가깝다. 하지만 최소한으로 실천하고자 하는 내용에 대한 이론과 근거, 결과에 대한 합리적인 도출방안은 겸비하고 있어야 한다. 현실의 자각으로 교원이 공부해야 되는 이유다.
무지에 의한 현명한 결정은 또 다른 무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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