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조희연과 굽은 소나무
[기자수첩] 조희연과 굽은 소나무
  • 장재훈 기자
  • 승인 2019.08.08 22: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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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프레스 장재훈 기자] 오는 9월 1일자 서울시교육청 인사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A 연구관이다.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9일 서울시교육청 교육연수원장에 임명될 가능성이 높다.

전교조 해직교사 출신인 그는 대표적 조희연 키즈로 통한다. 서울시내 중학교 교사로 근무하던 중 교사공동체를 인연으로 지난 2014년 교육감 선거 즈음 조 교육감을 만났다고 한다.

그의 관운은 지난 2015년 평교사에서 일약 연구관에 특채되면서 시작된다. 당시 서울교육청에서 평교사 연구관 특채는 그가 유일했다.

서울교육청 정책기획관실을 거쳐 지난해부터 교육연수원에서 조 교육감의 중요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이번 원장 발탁은 탁월한 기획력과 치밀한 추진력, 코드형 충성도를 높이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교육과 사유'라는 그의 저서에서 알 수 있듯 전문성과 깊이를 갖췄다는 평가도 있다.

그가 평교사에서 연구관으로 승진이 가능했던 것은 2015년 당시 교육공무원법이 7년 이상 교육 경력 또는 박사학위 소지만으로도 장학관 또는 교육연구관으로 전직이 가능하도록 했기 때문.

A 연구관뿐 아니라 일부 시도교육청도 이 규정을 통해 평교사를 장학관에 임명하는 일이 발생했다. 교육계가 들끓었다. 법을 교묘히 이용한 코드인사라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결국 교육부는 규정을 뜯어 고친다. 사후약방문이지만 최소한 교감, 원감 또는 교육전문직원 1년 이상 경력을 갖춘 경우 장학관이나 교육연구관으로 임용될 수 있도록 임용 기준을 강화했다.

교사 경력만으로는 장학관이나 교육연구관으로 임용될 수 없게 쐐기를 박은 것이다.

사실 평교사가 교장으로 승진하는 데 평균 25년 이상 걸린다. 교장이 됐다고 해서 곧바로 기관장으로 가는 경우는 더더욱 드물다. 현장 교장으로 경험을 쌓고 전문직에서 행정력도 길러야 한다.

그러고도 운이 아주 좋거나 발군의 실력, 또는 임명권자의 눈에 쏙 들어야 기관장 자리라도 차지하는 게 현실이다.

어쨌든 A 연구관의 교육연수원장 내정은 파격과 코드가 이룬 합작품이다. 평교사에서 무려 3~4단계를 건너뛰어 5년만에 기관장에 올랐으니 그런말이 나올법도 하다.

연공서열에 관계없이 능력있는 인물을 발탁하는 것은 조직의 활력을 위해 필요하다.

그러나 과유불급(過猶不及), 언제부턴가 서울교육청 교육전문직 인사는 종종 대다수 교원들에게 박탈감을 안겨준다.

선산을 지키는 것은 굽은 소나무들인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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