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어느 내부형 교장의 벼락출세
[기자수첩] 어느 내부형 교장의 벼락출세
  • 장재훈 기자
  • 승인 2019.07.21 18:17
  • 댓글 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에듀프레스 장재훈 기자] 얼마전 서울시교육청은 9월1일자 교장 및 교육전문직 인사를 앞두고 교육부에 한가지 질의를 했다. 내부형교장 출신이 교육전문직으로 5년 근무하면 교장으로 임용할 수 있느냐는 것이 핵심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가 어떤 답을 줬는지는 알수 없으나 서울교육청은 지난 16일 인사위원회를 열고 A씨의 교장 임용을 교육부에 요청하기로 결정했다. 주인공은 전 서울서부교육장출신 A씨. 그는 지난 3월부터 서울교육연구정보원에서 무보직장학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교육청이 교육부에 사전 질의까지 해가며 임용을 추진한 이유는 그가 평교사 출신 내부형 교장 이었다는 점이다. 내부형 교장은 임기가 종료되면 평교사로 돌아가는 것이 원칙. 하지만 그는 평교사 대신 교장을 선택했다. 평교사도 장학관 등 교육전문직으로 5년 이상 근무하면 교장에 임용할 수 있는 인사규정을 용케 찾아 교장 자리를 노린 것이다.

그의 이력은 화려하다. 서울 시내 1호 초등 내부형 교장이지만 임기 4년도 채우지 않은 채 본청 초등교육과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공모교장으로 주어진 임기 동안 열심히 학교에 헌신하겠다는 약속도, 평교사로 돌아간다는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초심을 잃었다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아랑곳 안 했다.

변신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초등교육과장 2년 만에 참여협력담당관으로 이동, 요직을 꿰찬다. 학교로 돌아가 자신의 행정경험을 현장교육 발전에 쏟을 것이란 예상은 또 빗나갔다.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한 것은 1년 뒤인 지난 2017년 9월. 그는 서울서부교육장으로 영전된다. 평교사에서 6년 만에 교육장까지 거머쥐었다. 그리고 1년 반, 이번엔 교육장 임기를 꽉 채우고서야 물러났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교육장 임기가 끝난 지난 3월, 그는 학교로 돌아가지 않았다. 대신 서울교육연구정보원 무보직 장학관이 됐다. 말 그대로 공식업무 없는 무임소 장학관이다. 심지어 없던 TO까지 만들어 그 자리에 들어섰다는 후문이다.

그리고 그 수수께끼는 오는 9월 교장인사를 앞두고 풀렸다. 그가 내부형 교장에서 장학관에 임용된 것은 지난 2014년 9월, 교육장에서 물러난 시점이 2019년 2월이니 전문직 총경력은 4년 6개월이 전부였다. 교장으로 임용하는 데 전문직 경력이 6개월 모자랐다.

특정인 교장 만들기에 나선 서울교육청. 억지 장학관 만들고 교육부까지 끌어들여 공모(公募)에 공모(共謀)를 더한 덕에 조만간 교장 임명장을 그의 손에 쥐어 줄 수 있게 됐다.

사실 전문직에서 교원으로 전직하는 데 교사의 경우 5년을 요구한 것은 전직에 따른 특혜 시비를 없애기 위한 조치였다.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 인사 비리 파동에서 장학관, 장학사와 교장·교감의 빈번한 전직·임용 과정에서 승진·발탁, 학교 배치 등을 미끼로 뇌물 수수 사례가 대거 적발되자 만들어진 규정이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 규정의 최초 수혜자는 혁신교육과 내부형 교장의 상징적 인물인 A씨가 차지했다.

지난 2007년 교장공모제가 시행되고 내부형 교장들이 속속 등장했지만 임기를 마치고 평교사로 돌아간 사례는 듣지 못했다. 오히려 대부분 임기종료 후 교육청 고위직을 차지하고 교장까지 무임승차 하는 특혜를 누린다. 겉으로는 혁신을 외치면서 속으로는 관직만을 탐했던 것은 아닐까. 그들의 벼락출세가 진보교육의 페르소나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9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교육부 2019-08-03 15:09:03
내부형교장공모제가 전교조애들의 잔치상이죠.
김승환전북교육감은 내부형공모제로 사립학교 전교조교사들을 뽑아서 본인 똘마니로 쓰고있네요.
진보교육감들 철저히 감사원 감사해야합니다.

정용안 2019-07-29 17:46:12
내부형 공모제가 전교조 사람을 위한 제도라고 프레임 씌우기가 대단하네요~ 그래서 내부형공모제 없애시게요? 승진 못한 사람들의 한풀이용 승진제도여서?

김병업 2019-07-29 17:31:24
기사에 교장, 교육장이 출세라는 평교사 무시의 생각이 가득 담겨 있네요. 몇 명 안되는 평교사 내부형 공모제가 그렇게 못 마땅하신가요?

김민정 2019-07-29 14:17:06
평교사 때 교장을 적폐로 간주하며 승진하는 사람을 벌레 보듯 하더니 내부형 교장이라는 하이패스 자격은 눈에 불을 켜고 교장 되려고 혈안, 진정한 교사를 자부하던 평교사출신 교장님들 다시 교사는 죽어도 싫어 전문직 자리 얻어 연명하다 결국 영원한 교장이 되는 이 제도는 도대체 뭡니까?

카이로스 2019-07-29 07:05:50
공감합니다. 다시 평교사로 근무할 순 없었을까요? 내부형공모교장을 하고 평교사로 돌아간 사례 몇 분을 알고 있습니다. 예전 덕양중 교장 선생님도 그런 분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