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프레스의 눈] 고교학점제, “급하면 체한다”
[에듀프레스의 눈] 고교학점제, “급하면 체한다”
  • 장재훈 기자
  • 승인 2019.07.21 07:3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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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동휘 경기 안성고 교사
김동휘 경기 안성고 교사
김동휘 경기 안성고 교사

요즘 학교가 적잖이 분주하다. 고교 학점제가 곧 실시된다는 교육부의 지시가 ‘하달’되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서 학교에서는 그 전 단계인 교과중점제 TF팀, 교실중심 TF팀 등 다양한 팀을 순식간에 꾸려내야 했다.

대통령 후보 모두가 공약했던 일, 거스를 수 없는 대세, 명분은 확실하나 그러나 그것을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려 해도 지나치게 급하고 숨 가빠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개인적으로 고교 학점제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금 시스템은 학년에 따라 교과담당 교사가 가르쳐야 할 교과목을 배정받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니까 몇 학년을 맡게 되면 어쩔 수 없이 그 교과목을 맡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같은 과목이라도 교사마다 조금씩 자신이 잘 하는 교과목이 다르다. 이 글을 쓰는 국어교사인 나는 문학, 특히 시는 탁월하게 가르칠 수 있으나 기억력이 약해 문법에 다양한 내용을 연계하며 탁월하게 가르치지는 못한다.

소설은 한 권을 깊이 파고들어 그 안에서 의미를 찾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이를 다양한 표현을 통해 제시하는 것은 기쁘게 수행할 수 있지만, 비문학 글을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그 의미를 파악하게 하는 훈련을 가르칠 수는 있지만 반복될수록 힘겨워 하는 경향이 있다.

고교 학점제를 하게 되면 학년에 상관없이 내가 전문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교과 안에 내용을 특화하여 잘 가르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까 고교학점제를 통해서 그냥 그저 그런 ‘식당’이 아니라 ‘00전문 맛집’으로 아이들에게 맛깔나게 가르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고교학점제의 준비상태와 고교학점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을 고려하면, 고교학점제를 강하게 반대하게 된다. 우선 교실도 없다. 고교 학점제는 학생의 희망에 따라 다양한 수요를 충족할 수 있도록 지금까지의 40명 남짓 교실을 뒤엎어 어떤 교실은 10명이 들을 수 있도록, 어떤 교실은 100명이 들을 수 있도록 바꾸어야 한다. 이것만도 엄청난 시간과 예산이 들 일이다.

시설적 제약은 그나마 덜 심각한 축에 속한다. 고교 학점제에 대한 인식의 미비는 메꾸고 바꾸는 데에 한참의 시간이 걸린다. 교사가 고교학점제에 대한 지식이 없다. 학부모가 고교학점제의 표면적 내용 외에는 알지 못한다.

당장 몇 년 뒤부터 이러한 시스템의 변화를 온 몸으로 느끼게 될 학생들은 정작 관심이 없다. 몇 번의 연수로 될 일이 아니다. 지시 하달로 될 일은 더더욱 아니다. 학생, 학부모, 교사, 교육 주체들이 정작 인식하지 못하는 일을 교육주체가 아닌 모두의 투표로 정해져 하달 받고 그대로, 준비 없이 시행해야 하는 것이 과연 민주적인 일일까?

교육이론가들은 너무나 쉽게 이야기한다. 모든 좋은 것에는 시행착오와 혼란의 기간이 있다고 그러니 받아들여야 한다고. 그러나 우리 같은 일선의 교사, 교육실천가들은 그렇게 쉽게 이야기할 수 없다. 시행착오와 혼란의 기간 동안 그 속에서 고통 받을 아이들이 먼저 보이는 것이다.

고교학점제 홍보 동영상을 보니 학생이 뛰어 다니며 더 깊이 배울 수 있다고 좋아한다. 더 행복해지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렇게 단순히 되는 것일까? 그렇게 고교 학점제에 처하게 되는 지금 아이들은 그렇게 마냥 행복할 수 있을 것인가? 선택하고 고른다는 것이 그렇게 좋은 효과만 가져 오게 되는 것일까?

그렇게 이야기하기에는 뻔히 예상되는 다가올 문제들이 너무나 많다. 우선 고교 학점제는 절대 평가를 기반으로 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학생들이 다양한 선택을 하기 때문에 선택에 따른 다양한 과목을 측정할 수 있는 공통의 도구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수능과 입시를 기본적으로 뜯어고치지 않고서는 꼭 그 도구가 필요한 것이다. 입시에서 수시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십 보, 아니 백 보 양보해서라도 입시문제가 잘 변화될 수 있다 치자. 절대평가로 어떻게 해서든 구색을 맞추어 수시도 반영할 수 있는, 아직은 믿기 힘든 상상도 해 보자.

그러나 당장 그것을 맞이하게 되는 아이들의 인식과 적응은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경기도에서는 2022년도부터 전면 실시라는데 일선의 교사들도 인식이 미비한 지금, 이를 어떻게 풀어 가냔 말이다. 단 3년 만에! 문제는 이뿐이 아니다. 시골의 교사들은 더 한숨이 깊다.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학생의 요구 수요에 따라 과목이 개설된다. 아마도 학생들이 학교를 옮겨 다니며 다양한 과목을 듣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학교가 여러 개 구비되어 있는, 그러니까 시설이나 인력 인프라가 있는 도시에서는 가능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골, 고등학교가 몇 개 없고, 아이들의 강의를 위한 인력자원이 부족한 시골에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럼, 안 그래도 심한 도농 교육 격차가, 수도권과 지방의 교육 격차가 더 심해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일 아닌가.

교육부는 이에 대한 적절한 해답을 내놓고 시작하는 것인가? 또 담임제, 그러니까 담임이 생활지도, 인성지도를 해 오던 방식이 고교 학점제로 학생들이 여러 학교를 다니게 되면 실제적으로 불가능해 지는데 이에 대한 대안은 있는가? 또 이러한 문제에 대안이 있다면 교사와 학생들을 어떻게 준비시킬지, 그러니까 최소한으로 혼란을, 피해를!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 시행되고 있는 중인가? 단 2년 반만에 이룰 수 있는가?

교육 정책가들이여, 쉽게 시행착오를 감당해야 한다고 교사들에게, 또 그 피해를 고스란히 맞게 될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말하지 마시라. ‘체벌금지’도 그러했고, ‘자유학기제’ 시행 때도 그러했다.

학생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체벌을 금지하는 것을 누가 반대하랴마는 적어도 체벌 금지를 시행하려 했으면 체벌이 하고 있던 역할을 대체할 만한 구체적인 매뉴얼을 준비했어야 했었다. 그러니까 수업과 교권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대체 방법, 교장에게 학부모 강제 소환권 및, 교육권, 학생 지도권을 법제적으로 부여 한다든가 하는 아주 최소한의 권한과 구체적 매뉴얼이라도 학교에 주어져야 했었다.

체벌 금지만 선포 되고 일선의 학교들에서는 학생을 지도할 방법이 없어져, 어떤 곳에서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라고 앉혀 놓고, 학폭위원들이 가해학생에게 사과를 부탁하는 웃지 못할 사태가 지금까지도 일어나고 있다. 대안이 없어 학교폭력을, 수업이 무너짐을 그저 보아야 하는 교사와 학생들과 학부모가 지금도 있음을 교육부는 알고 있는가? 듣기는 하는가? 그저 대세이기 때문에 대책 없이, 준비 없이 따라가는 것이 정답인가?

자유학기제도 그렇다. 아이들이 경쟁이 아닌 참 배움을 할 수 있다는 취지는 좋으나 시험이 없어져 아이들이 해이해 져 지금의 입시 제도에서는 부정적 효과가 커 배움을 하고자 하는 아이들과 학부모들은 오히려 자유학기제를 기피하고 있음을 교육정책가들은 알고 있는지 의문이다. 심지어는 자유학기제 학교에는 노는 아이들이 많이 몰려, 혹여라도 그 학교에 지망하지 않았다가 걸린 아이는 울기까지 하는 지방의 현실을 교육부는 아는가 말이다.

그 자유학기제도 전면적으로 확대한다니 걱정이 먼저 된다. 또 묻는다. 대책은 있는가? 혹 ‘선진’이라는 대의명분만 있는 것은 아닌가? 고통 받는 아이들이 없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 이도 아니면 또 겪어야 될 시행착오로 치부할 셈인가. 어찌 이런 준비 안 된 정책들의 피해를 줄줄이 겪었는데도, 아니 받고 있는 중인데도 이렇게 급하게 고교 학점제를 실시한단 말인가.

다시 돌아온다. 고교 학점제가 필요한가. 그것이 정말 필요하고, 대의인가. 그럼 급하게 몇 년도까지 전면 실시, 이런 말은 말았어야 했다. 위에 이야기한 자유학기제와 체벌 금지가 비교적 지엽적인 이야기라면 고교 학점제는 학교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변화시킬 위험천만한 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몇 년도까지 하겠다는 말은 얼마나 폭력적인 말인가. 일선의 교사들, 그러니까 교육의 수요자 옆에서 그들의 의견을 듣고 느끼는 이들은 그러한 준비를 지금까지 들은 적도, 교육받은 적도 없다. 충분한 설명 후에 의견을 물은 적도 없다. 준비가 되었는가, 어떠한 대안으로 실시할까를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그것도 교육이론가들이 아닌, 교육실천가들과, 특히 고교학점제에서는 큰 피해가 예상되는 시골학교의 교사들과 학부모, 학생의 목소리를 동등하게, 충분히 듣고 대안에 대해 동의를 얻는 당연한 과정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어떻게 평등하게 교육받고, 평등하게 대학과 사회의 기회를 부여받을지 심도 있는 대안을 세우고, 동의를 얻어야 하는 것이다. 그 준비만도, 시행이 아니라 준비만도 3년이라는 시간 내에 급박하게 처리될 수 있는 일로는 보이지 않는다.

‘교육지원청’이라 들었다. 교육지원청이 상부 기관으로 명령하겠다는 논리가 아니라 교육을 보조하고 도와주는 기관으로 거듭나겠다는 의미가 담긴 것 아니겠는가. 그러나 00년까지 전면 실시는 자신이 상위에 있으니 그 논리를 일방적으로 따르라는 명령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아직도 교육청을 상, 학교를 하 기관으로 보는 후진적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히 의문이다. 고교 학점제라는 ‘선진’정책을 어찌 이렇게 ‘후진’적 인식과 과정으로 시행하려 할 수 있단 말인가.

변화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과 준비를 하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교학점제를 위해, 자유학기제를 위해 교육이론가와 교육실천가, 교육수요자가 머리를 맞대고 서로 듣고 맞추어 나가야 한다. 그러한 시간도 준비도 미비한 지금, 단순히 ‘00년 전면 실시’라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은 교사의 속은 피해를 받을 아이들 생각으로 쓰려 진다.

백 번, 천 번 아무리 좋은 폼을, 이론을 머리로 배워 와도, 머리만이 아닌 손과 발의 준비, 연습, 훈련이 되어 있지 않으면 골은 들어가지 않는다. 손은 준비되었는가, 받아 들일만 한가? 이러 이러한 것을 하는데 무리는 아닐까? 설마, 영상만 보고 이론을 배워 왔으니 바로 경기에 투입해서 ‘승리’하자는 무리한 이야기는 아닌지 우려된다. ‘고교 학점제 2022년 실시’는 시골 교사인 내게는 꼭 그렇게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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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2019-07-21 16:11:04
어이 교사. 교육부에서 대체제.마련안하면 때려도 되냐? 그걸 교육부가 내놓으라고 아니라 니들 스스로가 인간이 되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