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좌고우면 않겠다던 조희연.. 한유총 이어 자사고도 강공
[기자수첩] 좌고우면 않겠다던 조희연.. 한유총 이어 자사고도 강공
  • 장재훈 기자
  • 승인 2019.07.09 1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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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고우면 않고 할일 하겠다.”지난달 17일 열린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재선 1년을 맞은 소회를 묻자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내놓은 답변이다. 사변적이던 평소 스타일과 달리 단호한 어조였다.

그로부터 20여 일이 지난 9일, 조 교육감은 자사고 재지정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13개교 중 8개교가 탈락했다. 당초 기자들 사이에선 3~4개정도 탈락시킬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비록 자사고 폐지가 공약이지만 합리와 조화를 중시하는 탓에 무리하지 않을 것이란 정무적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사정이 달랐다. 좌고우면 않겠다는 그의 발언이 단순한 수사학만은 아니었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지난 4월 그는 한유총 설립허가를 취소하는 강단을 보였다. 누구도 건드리지 못했던 한유총, 휴원카드로 강하게 저항하던 한유총을 그는 50일만에 진압했다. 여론의 지지에 힘입은 바 크지만 어쨌든 마침표는 그가 찍었다.

9일 오전 9시 30분, 기자들에게 자사고 재지정 평가결과 자료가 제공된 순간 아~ 하는 짧은 탄성이 나왔다. 규모가 예상을 뛰어 넘은 탓이다. 탈락된 학교 중에는 조 교육감의 모교인 중앙고도 포함됐다. 마속(馬謖)의 심경이 아니었을까.

자사고 폐지는 조 교육감의 오랜 공약이다. 2014년 교육감 선거에서 그는 자사고 폐지를 공언했다. 결과는 실패였다. 이번에도 그가 일반의 예상대로 생색내기에 그쳤다면 견디기 힘든 수모를 당했을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4년 당시 경희, 배재, 세화, 숭문, 신일, 우신, 이대부고, 중앙고 등 8개교가 기준점수 60점에 미달됐다. 교육청은 청문절차를 거쳐 우신과 신일을 제외한 6개교를 지정 취소 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지정취소에 반대했고 법원도 이들 학교의 손을 들어줘 모두 살아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2019 재지정 평가는 2014년의 숙제를 푼 셈이 됐다.

물론 이번에도 진보진영은 후한 점수를 준 것 같지 않다. 교육평론가 이범씨는 “8개 학교 탈락은 당연한 결과다. 이미 지난 2104년 평가에서 1차 탈락한 학교들이 모두 포함돼 새로울 것도 특별할 것도 없다. 조 교육감 스스로 자기부정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전교조는 왜 13곳 모두 탈락시키지 않았느냐며 여전히 다그친다.

공은 다시 조 교육감에게로 갔다. 그의 강단은 이제부터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다. 자사고를 중심으로 보수진영의 총공세을 받아내야 한다. 법적공방은 당연한 수순. 강북에 소재한 자사고들이 대부분 탈락하는 데서 오는 교육력 공백도 그가 메꿔야 한다.

소위 강남 8학군으로 우수한 학생들이 몰리거나, 잠자는 일반고가 계속된다면 역풍은 더욱 거셀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평가로 파생되는 다양한 혼란들을 조기에 수습해야 하는 책임은 오롯이 교육감의 몫이다. 이번 결단이 '시행착오'일지 '시대정신'일지는 그의 역량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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